룰루 대통령, 엄벌 의지 표명
보우소나루, 폭동 연관 의혹에 "증거 없이 제기된 혐의"

사진=군 병력과 대치하는 '대선 불복' 브라질 전 대통령 지지자들 / 브라질리아 로이터, 연합뉴스
사진=군 병력과 대치하는 '대선 불복' 브라질 전 대통령 지지자들 / 브라질리아 로이터, 연합뉴스

[월드투데이 조우석 기자] 브라질에서 수천 명 규모의 폭동이 일어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8일 보우소나루 지지자 수천 명이 연방 의회, 대통령궁, 대법원 건물에 난입해 기물을 부수는 등 폭동을 일으켰다. 

지난 2022년 브라질 대통령 선거에서 1.8% 차이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패배하고, 반대 진영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가 당선됐다. 지난 1일 룰루 대통령 취임식 이후 일주일 만에 폭동이 일어났다. 

'브라질의 트럼프' 자이르 보우소나루

사진=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 연합뉴스
사진=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 연합뉴스

일명 '브라질의 트럼프'라 불리는 브라질 강경 보수를 대표하는 보우소나루는 이번 사태에서마저 트럼프를 연상시킨다. 

지난 2021년 미국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패배에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국 국회의사당을 점거해 폭동을 일으켰다. 

지난 트럼프와 이번 보우소나루는 폭동 사태 이전까지의 행보가 비슷하다. 둘 다 자신의 진영에게는 '사이다'이자 막말을 한 전적이 많다. 트럼프와 보우소나루 모두 보수적 종교, 보수 정치 등을 자신의 기반으로 극렬적 지지자들을 늘려나갔다. 이후 총기 옹호, 민영화 등 서로 같은 정책을 꺼내며 전형적인 보수 정치를 한 둘에게 이들의 지지층은 열광했다. 그리고 이들의 대선 패배 이후에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지난 트럼프와 이번 보우소나루는 대선 실패 이후 폭동까지의 행보까지 유사하다. 둘 모두 가짜뉴스, 국가 시스템, 선서 시스템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며 지지층에게 지지율이나 입지를 부풀려서 선거활동을 펼쳐왔다. 또한 공교롭게도 SNS에서 은어와 상징 등이 사용되며 시위대가 조직되고 집결됐다. 인플루언서 등이 지원까지 나섰다. 

결정적으로 이들은 패배 이후 승패를 시인하지 않는다. 트럼프와 보우소나루 모두 다음 대통령의 취임식에 불참했다. 이들은 자신의 극렬 지지층을 알면서도 다음 대통령에게 정권을 양도하지 않는다. 그저 내려올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열성 지지층에 의한 폭동을 점쳤음에도 이들은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이 군부, 경찰에 남긴 인물들이 시위를 방관하며 사태를 키운다. 

결국 트럼프가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을 부추겼다는 의혹을 피해 갈 수 없었듯, 보우소나루도 이번 폭동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룰라와 보우소나루

사진=폭동 일어난 대통령궁 방문한 룰라 브라질 대통령 / 브라질리아 AP, 연합뉴스
사진=폭동 일어난 대통령궁 방문한 룰라 브라질 대통령 / 브라질리아 AP, 연합뉴스

룰라는 2003년부터 2010년 브라질 대통령을 연임했다. 이후 뇌물수수로 구속됐다가, 지난 2021년 판결이 무효로 확정되며 2022년 대선에 다시 출마해 당선됐다. 

룰라의 중요 정책은 열대우림 보호 강화 등을 비롯한 환경보호, 전 정부의 민영화 제지 등으로 진보 노선을 확실히 했다. 또한 환경운동가를 장관에 임명하고 취임식에 원주민 원로, 흑인 소년, 장애인 인플루언서를 대동하는 등 인종차별로 얼룩진 브라질을 닦아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처럼 보우소나루와 정반대 노선을 걷는 룰라 대통령은 당일 트위터로 사태와 관련해 "민주주의는 자유로운 표현의 권리를 보장하지만 사람들이 기관들을 존중할 것도 요구한다"며 "오늘 그들이 한 짓은 나라의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들은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며 가담자들이 누구든지 상관없이 찾아내서 엄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룰라 대통령은 그러면서 "(보우소나루) 전임 대통령이 이런 행위를 독려하는 연설을 몇 차례 한 적이 있다는 점을 여러분들도 알 것"이라며 "이는 또한 그의 책임이며, 그를 지지한 정당들의 책임"이라며 보우소나루를 저격했다. 

반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로 "브라질의 현직 행정수반이 나를 상대로 증거도 없이 제기한 혐의를 부인한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이어 "법에 따른 형식을 준수하면서 열리는 평화 시위는 민주주의의 일부다."며  극성 지지층에 선을 그으며, "하지만 오늘 일어난 것처럼, 그리고 좌파가 2013년과 2017년에 했던 것처럼 공공건물에 침입하고 약탈을 벌이는 것은 규칙을 벗어난 일" 오히려 룰루 대통령을 위시한 좌파의 과오를 꼬집었다.

미국, 보우소나루 송환할까?

사진=멕시코(왼쪽부터), 미국, 캐나다 북미 3국 / EPA, 연합뉴스
사진=멕시코(왼쪽부터), 미국, 캐나다 북미 3국 / EPA, 연합뉴스

현재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미국 플로리다에 체류하고 있다. 사태의 책임자로 몰리는 보우소나루가 미국에 머무는 만큼 미국의 반응에도 관심이 쏠렸다. 

백악관은 9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룰라 대통령과 브라질 폭동 사태와 관련해 전화통화를 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통화에서 “미국은 브라질 국민의 자유 의지와 브라질 민주주의에 확고한 지지를 보낸다”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또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 제도와 평화적인 권력 이양에 대한 공격과 폭력을 규탄했다”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의 2월 초 미국 방문도 요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멕시코 북미 3국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공동 성명을 내고 “우리는 브라질이 민주주의 제도를 지키는 데 함께할 것”이라고 룰라 대통령에게 힘을 보탰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보우소나루의 본국 송환 질문에 “우리는 지금까지 브라질 정부로부터 어떠한 공식 요청도 받지 못했다”면서도 “물론 우리가 그런 요청을 받는다면 항상 하던 식으로 처리할 것이고, 우리는 요청을 진지하게 다뤄왔다”라고 답했다. 이에 브라질 측이 보우소나루의 송환 신청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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