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이현욱 건축가]  선거철이면 으레 정치공약이 난무한다. 그중에  재미있는 현상은 여야가 똑같이 한 목소리로 주장하는 공약이 있다는 점이다. 바로 복지! 그중에서 아이들의 육아 및 교육이다. 부모들에게 아이를 키우는 문제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아무리 정치나 정부정책에 관심이 없어도 육아문제나 교육정책에는 귀를 기울이기 마련이다. 

사진/이현욱 건축가
사진/이현욱 건축가

30, 40대 부모들과 주택설계를 하다보면 집 설계보다도 아이들의 육아 및 교육정책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아이들 때문에 아파트를 벗어나서 마당 있는 집에서 살기로 결심한 부모 입장에서는 지금의 정책이 마음에 들 리가 없다.

나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고 나서 항상 이런 말을 해준다. 우선 정부에 의지하기보다 자신이 할 일을 먼저 생각해보자고. 지금 아이들을 위해서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를 간다고 결심한 것보다 이사 후 내 아이뿐 아니라 이웃과 이웃의 아이들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것도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꼭 해준다. 

땅콩집을 짓고 이사온 지 벌써 3년. 바쁜 와중에도 나는 틈틈이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건축을 동네 사람들에게 베풀 수는 없어 요리를 배운 것이다. 지금은 주말 아침이면 동네 이웃에게 식빵과 주먹밥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배달을 시킨다. 열 살, 여섯 살 두 아이는 서로 들고 가겠다고 아침부터 싸운다. 아침에 일어나 기왕 만드는 거 이웃 몫까지 만들어서 주는 마음이 동네 만들기의 시작이다.

주먹밥이 담겨 있던 그릇은 대추와 사과로 채워져서 다시 돌아온다. 아침식사에 디저트까지 해결이다. 이렇게 1년만 지나면 마을 사람들 중에 우리 아이들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오늘은 아이들과 식빵을 만드는 날. 아이들은 밀가루 반죽이 쭉쭉 늘어나는 게 재미있나 보다. 동네 사람들과 나누어 먹으려면 얼마나 만들어야 할까?(사진/이현욱건축가)
오늘은 아이들과 식빵을 만드는 날. 아이들은 밀가루 반죽이 쭉쭉 늘어나는 게 재미있나 보다. 동네 사람들과 나누어 먹으려면 얼마나 만들어야 할까?(사진/이현욱건축가)

양평 개군면에 땅부터 인테리어까지 1억 5천에 외콩집 짓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땅콩집 3억에 집짓기 뉴스를 보고 3억도 없다, 방법을 찾아달라는 메일이 와서 이 프로젝트가 시작이 됐다. 25가구의 사람들이 모여 지금 집을 짓고 있다.

그중에 한 분의 6학년 딸이 땅콩집 모양의 도자기집을 나에게 선물로 줬다. 양평에 외콩집 마을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며 준 직접 만든 예쁜 땅콩집 모양 토기이다. 3억의 땅콩집 뉴스를 보고 자기도 그 집에 살고 싶었지만 부모님 걱정에 말은 못하고 그냥 꿈으로 간직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아빠가 “우리 양평에 땅콩집 짓고 살자 어때?” 라고 물어보는 순간 너무 행복했다고 한다.

그 꿈을 이루게 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로 이 토기땅콩집을 만들었다고 한다. 아이의 마음이 부모보다도 깊고 배려심이 있었다. 정책도 중요하지만 우선 내가 마당 있는 집을 짓고 이웃을 만들어 마을을 만들고 그 마을에서 아이들과 행복하게 사는 게 중요하다. 수학에 자신이 있으면 우리 집 1층에 동네 아이들을 불러 수학을 가르치자.

이웃 삼촌이 가르쳐주는 공부는 학원 선생님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돈으로 연결된 관계가 아니고 마음으로 연결된 고리는 수학을 떠나 아이의 인생에 멘토로 남는다. 내 부모만이 아니라 이웃 부모가 수없이 생겨 이 아이의 고향으로 남을 것이다. 나중에 삶이 힘들어도 살던 마을이마음의 고향이 있다는 것은 큰 위안이 된다. 이런 것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다. 

딸 친구들을 초대해 생일파티를! 놀러 온 친구들이 더 좋아한다.(사진/이현욱건축가)
딸 친구들을 초대해 생일파티를! 놀러 온 친구들이 더 좋아한다.(사진/이현욱건축가)

자! 이 아이들을 위해 우리가 뭘 해야 하나를 생각해보자. 아이들을 위해 과자를 구워줄까? 아님 내가 기타를 칠 줄 아니 아이들을 모아 놓고 노래를 불러줄까? 기타를 가르쳐줄까? 내가 한 영어를 하면 영어를 가르쳐줄까? 자기 아이 가르치는 일은 어렵고 힘든 일이다. 하지만 동네 아이들 5명을 같이 가르치면 쉽다. 할 줄 아는 게 없으면 지금이라도 공부를 하고 배우자.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스케이트를  정식으로 배운다고 생각해 보자. 목표가 확실하니 더 열심히 배울 것이다. 준비과정이 즐거울 것이다. 

동네를 위해 아이들을 위해 우리 집 마당을 오픈하자. 아이들이 무리를 지어 축구를 하게 우리 잔디 마당을 개방하자. 잔디가 밟혀 죽어도 괜찮다. 다시 심으면 된다. 마당에 아이들이 모래놀이를 할 수 있게 모래장을 만들고 여름에 아이들이 수영을 할 수 있게 간이 수영장을 만들자. 내아이가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함께 놀 수 있게 내가 투자하자. 이웃집을 위해 텃밭을 열심히 만들어 고추를 심자. 많이 심어 옆집에 앞집에 나눠주자. 텃밭에서 일하는 시간이 즐거울 것이다.

대추나무를 많이 심어 가을 추석에 동네 아이들에게 나눠주자. 감나무를 잘 가꾸어서 내 집에 놀러온 아이들에게 나눠주자. 내 생일날 저녁 동네 사람들을 초대해 마당에서 삼겹살을 구워먹자.

포도주 한 잔 오케이! 상상만 해도 즐거운 비명이 나올 것이다. 아이들을 위해 차 없는 동네를 만들자. 집집마다 차가 2대가 필요할까? 차 없는 동네를 위해 내가 무얼 할 수 있나? 차를 버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집마다 차 한 대로 충분하다. 

내가 차를 가지고 출장을 가 아내가 아이 학교 등교를 못해 주면 옆집에 부탁하자. 다음 날은 내가 학교 등교를 도와주자. “우리 같이 차 한 대로 마트 가요.” “같이 수영장 가요.” 

음식 쓰레기를 버려도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을 연구하자. 앞마당에 지렁이를 키울까? 아이들이 좋아하겠지? 엄마, 음식 쓰레기 제가 버릴게요! 와, 지렁이가 한 달 만에 두 배나 커졌어요. 엄마, 텃밭에 비료 제가 줄게요. 지렁이가 똥을 아주 많이 싸서 옆집 텃밭까지 줬어요. 

마당 있는 집을 짓고 이웃을 만들어 마을을 이루자. 아이들에게 고향을 선물하자. 아침에 일찍일어나 빵을 굽고 이웃과 나누어 먹자. 까짓것 월급 얼마를 더 받는다고! 

지금 우리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이의 학원비를 벌고 캠핑장에 놀러 갈 돈을 버는 게 아니다. 돈을 버는 아빠가 필요한 게 아니라 같이 놀아줄 아빠가 필요한 것이다. 그 중요한 시기를 절대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즐거운 상상을 하며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은 일요일 오후 1시. 점심시간인데 아이들이 아까부터 보이지 않는다. 동네 어느 집에서 먹고 있나 보다. 내 점심은? 아니 점심이고 뭐고 아내랑 
커피 한 잔 하면서 햇살 따듯한 일요일 오후를 즐겨야겠다.

◆ 이현욱 건축가 

-現 이현욱좋은집연구소 대표

-캐나다 정부와 집짓기 프로젝트 시행

-땅콩집 열풍 전국 확산 (MBC 방송 출연)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본상( 기업혁신 부문)

-언론사 선정 올해를 빛낸 인물(2010년)

-화제의 논픽션 작가 선정((2011년)

-<두 남자의 집짓기>(2011년), <나는 마당 있는 작은 집에 산다>(2013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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