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이현욱 건축가 ] 2005년 10월. 산업자원부는 에너지관리공단과 함께 고유가 시대를 맞아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벌였다. 다름 아닌 ‘내복 입기 운동’이다.

겨울철 적정 실내온도를 20~18도로 유지하면 전체 난방 에너지가 20% 절감되어 약 1조 5백억 원의 절약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참고로 선진국의 경우 적정 실내온도가 미국 18.3도, 영국과 프랑스 19도, 일본 20도 이하다.) 2010년 12월. 우리는? 한번 상상을 해보자. 겨울에 한국의 실내풍경과 영국의 실내풍경을 상상하자.

영국 ; TV 옆에 크리스마스트리가 있다. 가족들이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면서 케이크에 불을 붙인다. 벽난로 위에 빨간 양말이 걸려 있다. 

벽난로 불빛이 따뜻하다. 아빠, 엄마 그리고 아이들 모두 스웨터와 양말을 기본이고 딸은 목도리도 하고 있다. 아름다운 그림이다. 별 이상한 점이 없다.

한국 ; TV 옆에 크리스마스트리가 있다. 가족들이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면서 케이크에 불을 붙인다. 벽난로는 없고 아빠, 엄마 그리고 아이들이 반팔에 반바지에 맨발이다. 전혀 이상하지 않다. 실내와 실외의 온도 차가 너무나 많이 거실 창문엔 이슬이 맺히다 못해 물이 줄줄 흘러 내린다. 전혀 이상한 점이 없다.

만약 이 장면에서 아빠가 스웨터를 입고 있다면 이상하다. 이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그럼 겨울에 땅콩집 난방은 어떻게 하나? 우선 난방비를 줄이려면 우선 난방부하를 줄이면 유리하다. 그러려면 외벽의 단열성능을 높여 내부의 난방열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 물론 땅콩집은 창문이 작아 난방부하를 줄이는 데 유리하다는 게 장점이다.

사진/이현욱 건축가
사진/이현욱 건축가

그럼 벽두께는 어디까지가 적당한가? 아무래도 벽이 두꺼우면 난방비가 적게 나올 것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단열성능을 높이면 공사비가 많이 든다. 경제적인 설계가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땅콩집은 목조주택이다. 정확하게 경량목구조로 벽 두께가 15cm이다. 나무 구조재는 2×6으로 패시브 하우스가 사용하는 2×8(벽 두께가 20cm)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럼 성능을 높이기 위해 2×8로 벽체를 만들어야 하지 않나?

나의 겨울 실내온도 경험으로 웬만한 겨울날씨는 2×6으로 별 문제가 없다. 그럼 여름도 마찬가지로 아주 더운 10일이 문제이듯이 겨울도 아주 추운 10일이 문제다. 나머지는 벽성능이 어느 정도 버터준다. 그럼 아주 추운 10일 동안은 어떻게 하나? 내복을 입으면 된다. 더 추우면 실내에서도 스웨터를 입자. 그리고 자기 전에 침대 속에 뜨거운 물주머니를 넣고 이불 속 온도를 유지하자.

유럽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살고 있다. 이건 무리한 삶이 아니다. 겨울에 아주 추운 10일 정도만 불편을 감수하고 버티면 겨울을 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물론 반바지, 반팔 입고 땅콩집이 춥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

땅콩집은 가격대비 성능을 따져 적정 공사비로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땅콩집은 실내온도를 일본보다 높은 22도로 맞춰놓고 산다. 우리 집은 1층 16평, 2층 16평 다락 16평으로 실내평수가 48평에 겨울 한 달 도시가스비가 15만 원 정도면 충분하다. 물론 도시가스로 난방, 요리, 온수를 다 해결하면서 말이다.

그럼 우리 집만 난방비를 줄여 살아서 그런 건가? 아니다. 옆집도 15만원에서 2~3천 원 차이다. 매해 겨울마다 난방 사용방법에 노하우가 쌓여 올 겨울은 13만 원 도전에 성공했다. 가끔 아내와 실내온도 때문에 싸우기도 한다. 22도냐 20도냐?  우리 집의 경우 실내 적정온도가 22도다.

사진/이현욱 건축가
사진/이현욱 건축가

아내가 추위를 많이 타기 때문인데 아이들 핑계를 댄다. 아이들은 덥다고 이불 다 차고 잤는데 나의 사랑하는 아내는 실내에서 파카를 입고 있다. 나는 몸에 열이 많아 내복은 있어도 못 입는다. 반바지에 반팔 티셔츠로도 겨울 걱정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실내온도를 20도로 맞추자고 하지만 식구들은 동의하지 않는다. 지금보다 이 집의 난방비가 덜 나오게 해서 난방비 절약되는 좋은 집이라고 광고해야 하는데…… 아내의 대
답은?
“아파트 가 봐, 몇 도인가. 24도가 기본이야. 22도면 우린 엄청 절약하는 거야.”

◆ 이현욱 건축가 

-現 이현욱좋은집연구소 대표

-캐나다 정부와 집짓기 프로젝트 시행

-땅콩집 열풍 전국 확산 (MBC 방송 출연)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본상( 기업혁신 부문)

-언론사 선정 올해를 빛낸 인물(2010년)

-화제의 논픽션 작가 선정((2011년)

-<두 남자의 집짓기>(2011년), <나는 마당 있는 작은 집에 산다>(2013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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