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이현욱 건축가]  집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주부들의 가장 큰 고민은 가족의 안전이
다. 단독주택은 아무래도 방범 면에서는 취약하다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그럼 아파트는 방범에서 안전한가? 경비실도 있고 출입구의 비밀번호를 모르면 문이 열리지 않아 안전해 보인다.

과연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가 가족의 안전을 철저히 보장해줄 수 있을까? 출입구 비밀번호는 중국집 오토바이 배달원도 쉽게 알 수 있다. 만약에 비밀번호를 모르면 경비실로 호출해서 몇 호 친구라고 하면 열어준다. 그래도 문이나 승강기마다 CCTV가 설치되어 있어 안전하다고 하지만, 이것도 추후 사고에 대비하는 정도 범죄를 사전에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다행히 도움을 청하면 달려오는 경비실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가질 수는 있다. 미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특히 단독주택이 대부분인 주거시설에서의 방범은 어떠한가? 의외로 간단하다. 모르는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오면 총을 쏘면 그만이다. 사람을 죽여도 정당방위이면 처벌을 받지 않는다. 강력범죄는 몰라도 좀도둑은 거의 없다. 목숨을 내놓고 남의 집에 침입해 돈도 안 되는 물건을 훔치는 바보는 없다. 

그럼 우리나라는? 미국과는 달리 우리는 총을 지닐 수 없다. 그래서 땅콩집을 지을 때 사설 방범업체를 이용하기로 했다. 창문에 검은색 감지기를 달아서 누가 창문을 열거나 건드리면 벨이 울리고 모회사 경비차량이 출동한다. 그리고 여행을 떠나도 시스템을 작동시키면 문제가 생겼을 때 경비 차량이 출동해서 집을 지켜준다. 다 좋은데 월 경비비용이 한 집에 8만 8천원이라는 게 문제다. 그나마 우리는 기계장치를 직접 구입했기 때문에 저렴한 거지 경비장비까지 임대하면 월 13만2천 원이다. 아파트 관리비에도 경비비가 포함되어 있는 것을 생각하면 마찬가지긴 하지만 다가구인 아파트보다는 아무래도 경비 비용이 많이 비싸다.

사진/이현욱 건축가
사진/이현욱 건축가

그럼 돈 투자대비 효과는 있는 걸까? 땅콩집에 이사 온 지 2년 만에 사용을 하지 않게 되었고 결국에 돈만 내는 게 아까워 2년 반 만에 해약을 했다. 늦게 해약한 이유는 3년 약정이라 해약금이 아까워 버티다 해약금이 없어지는 달에 해약을한 것이다. 경비시스템 사용을 안 한 이유는 뭘까? 비오는 어느 날 바람이 불고 천둥이 치는 새벽 3시, 갑자기 경비 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스피커에서 ‘외부에서 침입, 침입’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아내와 나는 너무 놀라 벌떡 일어났고 아내는 몽둥이를 들고 내려가 보라고 내 등을 떠밀었다. 신기한 게 그렇게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리는데도 아이들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다. 경비차량이 5분 만에 출동했고 외부창문과 벽체를 점검한 후에야 침입경고를 해제했다. 

“무슨 문제가 있나요? 누가 창문을 건드렸나요? 도둑인가요?” 
한밤중에 달려온 경비기사의 얼굴이 피곤해 보였지만 원인이 궁금해서 꼬치꼬치 물었다. 
“잘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이상이 없습니다.” 
“그럼 왜 울린 거죠? 그냥 자도 되나요?” 
“가능성은 여러 가지 있습니다. 도둑고양이가 감지기를 건드렸을 수도 있고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려 건드릴 수도 있고 번개에 의해 가끔 오작동도 일어납니다. 이제는 안심하시고 주무셔도 됩니다.”

나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알았다며 문을 닫았다. 새벽 3시에 이 무슨 난리인가?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창문 근처에 있는 나뭇가지를 모두 베어 버렸다. 졸린 눈을 비비며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기대하며 열심히 나뭇가지를 잘라냈다.

아주 확실히 잘라냈지만 그 다음 날도 경비 경보가 또 울렸다. 이상하게 보름에 한 번 정도, 그것도 새벽에 울리는 건 대체 왜일까? 옆집과 저녁을 먹다 방범에 대해 얘기가 나와 물어보니 우리와 같은 처지였다. 옆집은 벌써 3개월 전부터 사용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냥 자면 무섭지 않으세요? 오작동이 나도 경계를 하고 자는 게 낫지 않아요?” 
옆집 재모 엄마는 한참 잘 자다가 사이렌이 울려서 잠을 깨는 게 더 무섭다고 했다. 그냥 경계를 안 하는 게 마음이 편해졌고, 살다보니 단독주택이 아파트보다 방범이 취약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쩌다 날 아파트 사는 친구 집에 놀러갈 때면 승강기 안이나,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울 때가 더 무섭다고 한다. 땅콩집은 방범의 사각지대가 아예 없다. 낮에는 현관문이 항상 열려 있고 마당은 온 동네 아이들의 운동장으로 변한 지 오래다. 이상하게 우리 아이들은 현관문을 잘 닫지 않는다. 여름이나 겨울이나 마찬가지다. 겨울에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와서 보면 현관문이 열려 있어 실내온도가 많이 떨어져 있다. 투덜거리며 문을 닫는 일이 종종 있다. 

“꼬리가 왜 이렇게 길어? 난방비 아까워라.”
우리 집 현관문 비밀번호를 옆집이 안다. 급하게 외출하거나 택배가 오면 서로 받아주고 집을 관리해준다. 옆집과 우리 집은 한집으로 서로 아끼고 같이 관리를 한다.

방범에 관한 이런 상황이 우리 집만 그런 줄 알았더니 다른 집도 대부분 2년 만에 해약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럼 창문에 걸려 있는 감지기는? 문에 달린 보안푯말은 철거하기도 귀찮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냥 붙여둔 것이다. 이 경험을 집 설계 중 건축주에게 얘기해주지만 처음에 방범을 안 하는 가족은 별로 없다. 대부분 기본적으로 방범 시스템을 설치한다. 아마도 2년 지나면 그때 가서야 내가 해준 경험담이 떠오를 것이다. 

소통을 하자. 이웃과 왕래를 자주하자. 담을 헐고 문을 열자. 담이 높으면 도둑이 못 넘어오는 게 아니라 숨을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내 마당이 동네 마당이라면 도둑은 절대 들어오지 못한다. 동네사람들이 서로를 알고 친하게 지낸다면 방범은 필요 없다.

옆집 아이도 우리 아이처럼 지켜주고 봐주면 이상한 사람은 이 마을에 들어올 수 없다. 아마 이렇게 얘기할 것이다. “무슨 동네가 이래?”라고. 예전의 우리들 마을처럼 돌아가면 좋겠다. 옆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는 모르지만 옆집 아이의 이름이 무엇인지, 몇 살인지, 아이가 몇인지는 알고 살자. 이웃을 우리 집에 초대하고 이웃집으로 자주 놀러다니며 살다보면 방범이 과연 필요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은 옆집이 지켜준다.

◆ 이현욱 건축가 

-現 이현욱좋은집연구소 대표

-캐나다 정부와 집짓기 프로젝트 시행

-땅콩집 열풍 전국 확산 (MBC 방송 출연)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본상( 기업혁신 부문)

-언론사 선정 올해를 빛낸 인물(2010년)

-화제의 논픽션 작가 선정((2011년)

-<두 남자의 집짓기>(2011년), <나는 마당 있는 작은 집에 산다>(2013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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