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이현욱 건축가]  땅콩집의 탄생배경을 보면 아내의 눈물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집에 대한 철학이 있다. 건축을 전문으로 하는 직업정신이 투철해, 모든 주택에 다 살아봐야 한다는 ‘잘못된’ 철학이 있다. 어떤 이는 꼭 살아봐야 아냐고 말한다. 살아봐야 아냐고?난 머리가 나빠 꼭 살아봐야 한다. 혼자 사는 건 소용이 없다. 아내랑 결혼해서 살아야 진정한 실험이 된다. 그래서 결혼이 어려웠다.

맞선을 보면 항상 물었다. 결혼하면 1년은 어머니집에서 같이 살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물론 돈도 없었다. 결과는 항상 꽝! 짚신도 짝이 있다는데 어딘가 있겠지, 이 지구상 어딘가에 있을 거란 믿음. 바로 나의 짝을 영덕에서 찾았다. 지금의 아내도 조건이 있다는 걸 마음에 안 들어했지만 그보다 나를 사랑해서 결혼했다

엄마집은 8년 된 43평 아파트 14층 중에 맨 위층이다. 결혼을 하고 인테리어를 해서 같이 1년을 살았다. 대가족이 사는 공간이 궁금해서였다. 엄마, 여동생, 나, 아내, 갓 태어난 아들. 그야말로 최악의 조건이었다. 시어머니에 시누이. 이 문제는 건축이 아무리 훌륭해도 해결 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1년이 지나고 드디어 독립해 문래동에 오피스텔을 얻었다. 24평 오피스텔. 전용면적은 18평. 방2개. 거실, 주방. 생각보다 작았다. 그나마 아이가 하나고 어려서 상관은 없었다. 아내는 우리끼리 살게 되니 너무 행복해했다. 독립해서 딱 1년을 살았다. 오피스텔 분석이 끝났다. 오피스텔은 사람이 골병드는 주거방식이다. 결로 현상 때문에 창문에 항상 물이 흐른다. 옆집은 있지만 이웃이 될 수 없는 구조다. 복비 내가 물고 결국 1년 만에 이사를 했다. 

이번엔 반포동의 27년 넘은 21평 아파트. 역시나 복도를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는지 방 하나에 거실, 주방이 끝이다. 그 집에 사는 동안 우리 첫째는 아랫집에 마귀할멈이 사는 줄 알았다. 집 안에서 조금만 움직여도 아래층에서 전화가 왔다. 움직이지 말라고 아들이 고3이라고. 그놈의 고3. 도무지 사람이 살 수가 없다.

사진/이현욱 건축가
사진/이현욱 건축가

다시 4개월 만에 이사를 결정. 움직이지 말라니? 죽으란 얘기야? 뒤도 보지 않고 이사를 했다. 아파트에 질려서 이번에는 옥인동 다세대주택 15평집으로 이사했다. 우선 동네가 마음에 들었고 직장이 가까웠다. 출근시간 15분. 아침에 연속극을 보고 출근할 수 있었다. 옥상에 올라가면 인왕산, 북악산, 남산이 다 보였다. 경치 좋고 공기 좋은 이 집에서 둘째가 태어났다. 이때 나는 결정했다.

주거의 최종 목적지는 역시 단독주택이라고. “여보, 우리 땅 사서 단독주택 지어서 살자. 마당 있는 집에서 애 둘 키우고 살자.” 
아내는 하도 이사를 해서 짐도 잘 싼다. 땅값이 그나마 싼 용인 죽전에 모바일홈을 지어 이사를 했다. 땅은 100평인데 돈이 없어 17평만 지어서 살았다. 그것도 집을 들고 다니는 집. 집을 들고 다니다 보니 단열에 문제가 생겼다. 전기료는 100만 원이 넘게 나오고 겨울이면 아침마다 화장실 변기물이 얼어 뜨거운 물로 녹여서 사용했다.

여름에는 너무 더워 백화점에 가서 살았다. 죽전집에서 겨울을 두 번 지냈다. 집이 너무 추워서 아내와 나는 항상 둘이 꼭 껴안고 살았다. 이곳에서 단열을 공부하고 에너지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해 나의 인생이 바뀌었다. 

그다음은 동백에 땅을 사서 단열에 목숨을 걸어 설계를 하고 시공을 했다. 벽두께 40cm. 성공이었다. 
“여보, 이번에는 확실해. 걱정 마.”
아내도 60평짜리 이 집을 좋아했다.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했다. 문제는 집이 너무 컸다. 
“여보 오늘 뭐했어?”
“음 다락부터 1층까지 청소하고 나니 해가 졌어.” 
저녁 식탁에서 나눈 대화의 결과는 집이 너무 커서 하루 종일 청소만 했고 너무 힘들어서 청소도우미를 1주일에 이틀만 부르겠다는 것이다.“이사 가자.” 청소도 힘들었고 빚도 많아 이 집에서 6개월 만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

죽전 33평 아파트로 이사했다. 일반 부부들이 많이 사는 33평 아파트. 이 집에 살면서 관리비를 분석했다. 33평 아파트에 살면서 단독주택의 기준을 생각했다. 이 정도의 관리비가 단독주택 관리비의 목표다. 

단열을 공부하다 보니 당연히 목조주택을 알게 되었다. 벽이 얇아도 단열이 우수하고 친환경건축인 목조주택에 관심이 갔다. 목조주택이 많은 캐나다에도 두 번 다녀왔다. 캐나다의 6층 공동주택은 대부분이 목조건물이다. 집 짓기도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공장에서 미리 만들어서 현장에서 조립하니 나의 꿈인 모바일홈이 점점 가시화되어갔다. 드디어 우리나라 최초로 남양주에 4층 목조주택을 완성했다. 

물론 캐나다 수퍼바이저가 와서 도와줬고 공사기간도 계획보다는 두 배 이상 걸렸지만 공사하는 동안 땅콩집을 스케치해갔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친구를 찾고 땅을 구하고 설계에 들어갔다. 설계기간 3개월 동안 준비할 게 많았다. 공사기간도 한 달이라 모든 계획을 완벽하게 세운 다음 진행해야 했다. 매일 밤을 새면서 도면을 수정하고 설계를 마무리했다. 하도 이사를 자주하니 아내도 이 집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아내와 결혼해서 7년 동안 8가지의 다른 형태의 집에서 살아온 걸 적어 보았다.

아파트 - 마포 43평 아파트(어머니집)
오피스텔 - 문래동 오피스텔 24평 
아파트 - 반포동 21평 복도식 아파트
다세대주택 - 옥인동 15평
단독주택 - 용인 죽전 모바일홈 17평
단독주택 - 용인 동백 아이올라 60평
아파트 - 용인 죽전 33평 아파트
단독주택 - 땅콩집 

내가 “짐 싸!”라고 할 때마다 아내는 하염없이 울었다. 건축가의 아내로서 이해는 하면서도 늘 눈물을 쏟았다. 
남편에게 필요한 공부라는 건 어쩔 수 없다며 이해해주지만 무지 속상한가 보다. 그 모습을 나도 차마 더이상은 볼 수가 없다. 지금까지 나를 믿고 따라준 아내에게 모든 공을 돌린다.
“사랑해. 여보!”

◆ 이현욱 건축가 

-現 이현욱좋은집연구소 대표

-캐나다 정부와 집짓기 프로젝트 시행

-땅콩집 열풍 전국 확산 (MBC 방송 출연)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본상( 기업혁신 부문)

-언론사 선정 올해를 빛낸 인물(2010년)

-화제의 논픽션 작가 선정((2011년)

-<두 남자의 집짓기>(2011년), <나는 마당 있는 작은 집에 산다>(2013년) 출간

저작권자 © 월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