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적 고백 담은 ‘알고 보면 괜찮은’ 출간

▲ 마가스님

[연합뉴스]
요즘 불교계 ‘국민 멘토’의 한 명으로 통하는 마가 스님(54·동국대 정각원 교법사)은 법회 때마다 빼놓지 않고 가족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자신도 가족에 얽힌 가슴 아픈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이 아픔은 오늘의 마가 스님을 있게 한 종교적 자양분이 됐다.
마가 스님은 최근 펴낸 ‘알고 보면 괜찮은’(불광출판사)이란 책에서 가슴 아픈 사생활과 이런 아픔을 어떻게 종교적으로 승화시켰는지 솔직하게 털어놨다.
마가 스님은 자신이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 다른 여자와 딴살림을 차린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으로 갓 스물의 나이에 강원도 오대산에 들어가 자살을 시도한다. 그렇게 죽어버려서 아버지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히려고 한 일이었지만 스님에게 발견돼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이 일을 계기로 출가한 마가 스님은 곡성 태안사에서 만난 청화 스님에게서 “출가 전에 어떻게 살았냐?”는 말 한마디를 듣고 신비한 종교적 체험을 했다고 한다.
아버지에 대한 미운 감정이 불같이 올라오면서 숨이 꽉 막혔다. 달포 가량 청화 스님 곁에서 수행하는데 갑자기 “아버지 감사합니다”란 말이 터져 나왔다. 가슴 깊이 박혀 있던 미움을 훌훌 털어내는 순간이었다.
이후 마가 스님은 마음속의 미움과 아픔을 치유하는 자비명상과 템플스테이 보급에 힘을 쏟고 있다.
“입으로 아무리 사랑을 말해도 마음속에는 무자비함과 동물성이 있기 십상입니다. 그걸 스스로 보게 하고 자비와 무자비 가운데 어느 것을 택할지 기회를 주는 것이죠.”
명상은 누가 누구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고 마가 스님은 강조한다. 평온한 마음의 파장을 상대방에게 보내주는 것일 뿐이라는 거다.
불교 ‘염불(念佛’의 원뜻도 지금(今)의 마음(心)을 보는 것이며, 이게 바로 공부라는 것이다.
“우리는 어제의 마음, 내일의 마음을 보는 데 정신이 팔려 정작 지금 이 순간의 마음은 보지 못합니다.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보고 나서 행복을 원한다면 행복의 말과 행동을 하면 되는 것입니다.”
마가 스님의 말은 재치가 넘친다. 또 거침없다. 미얀먀 선원에서 받은 산스크리트어 법명 ‘마가’(Magga·걸림 없이 길을 가는 자)처럼.
“제주도보다 아름다운 섬이 어딘지 아세요? '그래도'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래도' 살아있는 게 어딥니까? ‘그래도’에 자주 갈수록 행복해집니다.”
“종교에 상관없이 누구나 다 가봐야 하는 절이 있습니다. ‘우여곡절’입니다. 우리는 모두 우여곡절을 거쳐 지금 이 자리에 있습니다.”
마가 스님은 마음과 몸, 음식은 삼위일체라고 말한다. 마음을 담는 그릇이 몸이고, 몸을 지탱하는 게 음식이기 때문이다. 불만 가득한 마음으로 만든 음식은 독이 되고, 사랑과 자비로 씻은 쌀로 밥을 지으면 약이 되는 까닭이다.
힘이 지배하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자비의 마음으로 제 할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마가 스님의 눈을 보니, 30여 년 만에 만난 막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던 아버지의 모습이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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