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강연… "아베, '무라야마 담화' 계승하리라 믿어"

▲ 무라야마 전 총리 "한일 과거 반성해야"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가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올바른 역사인식을 위한 한일관계 정립'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2014.2.12(사진=연합뉴스)

[월드투데이 전병길 기자]
"여성의 존엄을 빼앗은 형언할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 일본이 해결해야 한다"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90) 전 일본 총리는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올바른 역사인식을 위한 한일관계 정립' 강연회에서 일제 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이같이 주장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어제 한국에 입국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만나보니,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국과 일본 양측이 서로의 마음을 잘 이해하며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 내에서) 여러 이상한 망언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참 부끄럽다"며 "(일본) 국민 대다수는 저희가 나빴다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 한국 국민들도 이 점을 이해해 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이 과거 역사를 직시하고 그에 대한 반성을 해야 한다"며 "일본과 한국의 불협화음은 유감스러운 일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과거를 반성한 후에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자신이 침략전쟁과 식민지 정책으로 아시아 국가에 큰 피해와 고통을 준 것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내용을 담아 발표한 '무라야마 담화'를 일본 정부가 계승해야 한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아베 총리는 국회에서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한다'고 표명한 바 있다"며 "이 표명을 존중하며 그대로 실행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본에서는 국민 전체가 이를 계승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담화를 부인하는 각료가 있다면 각료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라며 "아베 총리도 담화를 계승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 박수치는 무라야마 前 일본총리정의당 초청으로 방한한 무라야마 전 일본 총리가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을 방문해 정의당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박수치고 있다.2014.2.12(사진=연합뉴스)

무라야마 전 총리는 "담화를 발표할 때에도 만일 부결되면 사퇴하겠다는 각오로 나섰다. 그만큼 중요한 담화"라며 "발표 후 일본 내 일부에서 '매국노'라는 비판까지 들었지만, 누가 매국노인지 반문하고 싶었다. 이 담화는 일본의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지난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ㆍ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에 대해서도 "양국 정치인들이 이 공동선언 정신에 입각해 협력하고, 과도한 언동을 자제해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에 힘을 합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연에는 이번 방한을 주도한 정의당 천호선 대표를 비롯,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 무소속 안철수 의원 등이 참석했다.

황 대표는 "최근 일본 정가는 잇따른 강경 극우화 움직임 속에 과거의 반성을 뒤집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일본은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며, 전 원내대표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으로 주변국의 상처가 깊어지고 있다. 잘못된 역사에 대한 합리화에 급급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무라야마 전 총리와 김대중 전 대통령들이 전해준 바통을 21세기 정치인들이 제대로 받았는지 돌이켜보면 부끄럽기 짝이없다"면서 "지금의 정치인들은 후세대에 어떤 유산을 물려줄지 생각해야 한다. 나부터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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