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자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소환 조사한 검찰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원 전 원장은 금품수수 혐의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구속기소된 황모 전 황보건설 대표로부터 원 전 원장에게 억대의 현금을 건넸다는 진술과 이를 뒷받침할 만한 물증을 이미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으로 야당으로부터 줄기차게 공격을 받아온 원 전 원장에 대해 검찰이 개인적 비리 혐의로 방향을 틀어 그를 사법 처리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이와 함께 세간에 다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 바로 전 정권하에서 권력을 누리며 비리에 연루된 인사들에 대한 사정의 칼바람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권하에서 권력 핵심에 있던 국가정보원장을 구속하는 것을 시작으로 종편 채널 선정과 관련한 비리를 이미 검찰이 상당 부분 포착하고, 이의 주무부서 책임자로 있었던 최시중씨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한 할 것으로 검찰은 내다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4대강사업을 준비하고 기획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온갖 비리에 대한 첩보도 상당 부분 파악됐다고 보고 이의 주무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인다.
이미 이명박 정부 초기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하다 결국 감옥으로 간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차장과 정치인-민간인 사찰을 주도한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그리고 이영호 전 청와대 행정관 등 권력 핵심부에서 막강 권한을 행사하던 인사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찼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과 그 친형의 절친인 최시중씨까지 옥살이를 피할 수 없었던 상황을 감안한다면 어쩌면 비리의 노다지가 지금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당장 종편과 관련해서도 어떤 식으로든 조사는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종편 채널 선정을 앞두고 방송가와 정가에서는 ‘종편 1개사’, 내지는 ‘2개사’로, 많아야 2개 채널로 한정할 것이라는 말이 지배적이었다. 이 때문에 종편 선정과 관련한 치열한 막후 로비가 이어졌고 청와대의 누구누구의 입김이 작용하느니, 온갖 추측과 억척이 난무한 적이 있다. 그러나 정작 종편이 최종 선정되자 해당 종편사들은 물론이고 이를 지켜보던 국민들도 실소를 금치 못했다. 어이없게도 6개 신청사 중 4개 회사가 무더기 선정된 것이다. 종편 승인을 받은 채널A·JTBC·TV조선·MBN 등 4개 채널은 전체 44개 세부 심사 항목 중 수치로 계량화가 가능한 9개 항목 대다수에서 탈락된 사업자(한국경제의 HUB, 태광의 케이블연합종편 CUN)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종편사로 선정된 부분은 어떤 식으로든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최시중씨가 이런 종편 관련 혐의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언론을 통해 누누이 거론되어온 바다.
그래서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이미 개인 비리로 감옥에 갔다 온 최시중씨가 종편과 관련해서 어떻게 칼날을 피해갈 수 있을 지도 관심사지만 잠복하고 있는 BBK사건까지 표면화하는 날이면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가 일어날 것이 뻔하다.
우리는 박근혜 정부가 이미 주창한 국민대통합 차원에서 보듬고 감싸고 넘어가야할 사안이 많으리라 생각하지만 국민의 공분을 사온 범죄적 권력 비리에 대해서는 정권 여부를 떠나 반드시 단죄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언제까지 국민을 봉으로 알고 국민위에 군림하면서 호의호식 해오던 범법 비리 당사자에 대해선 때마다 허용되어오던 특별사면 같은 은전은 절대 허용치 말아야할 것이다.
국정원장의 구속은, 그가 개인적 비리라 하더라도 국격을 허무는 부끄러운 일이다.

 

저작권자 © 월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