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완만한 회복세…향후 소비 확대 가능성"

▲ 재래시장에서 한 상인이 손님이 없는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회복세가 점차 가시화되면서 가계의 소득과 지출이 중산층을 중심으로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소비지출은 5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의 불확실성을 두려워한 가계가 소득이 늘어난 만큼 지출을 늘리지 않으면서 불황형 흑자액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불어났다.

◇ 가계소득·소비 기지개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가계동향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중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26만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9%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5.4%) 이후 가장 높아진 수치로 올해 1분기 1.7%, 2분기 2.5%에 이어 점차 증가 폭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소득 증가율은 1.6%로 역시 1분기 0.3%, 2분기 1.3%에 이어 오름세를 형성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근로소득이 증가세(3.3%)를 이어가면서 경상소득 증가(2.8%)를 견인하는 모습이다. 공적연금수령액이 7.9% 늘어나면서 이전소득도 4.6% 늘었다.

사업소득은 0.7% 증가에 그쳤고 재산소득은 12.7% 감소했다.

▲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하나로클럽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재산소득 감소는 정기예금 이자율 하락에 따른 영향을 받은 것이다. 지난해 3분기 중 평균 3.51%(1년 기준)이던 정기예금 이자율은 올 3분기에 2.79%로 낮아졌다.

퇴직금·경조사 수입 등이 포함된 비경상소득은 4.8% 증가를 기록했다.

가계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월평균 249만4천원으로 1.1%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4분기의 1.4%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올해 1분기 -1.0%, 2분기 0.7% 등으로 점차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실질 소비지출은 3분기에도 -0.1%로 5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기조를 이어갔다.
◇ 주거비 지출 급증…수산물 '외면'

지출 측면에선 주거·수도·광열비(6.4%) 지출이 크게 증가한 것이 눈에 띈다. 이는 전세 대신 월세 가구가 늘어나면서 실제주거비(12.1%)가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작년 동기 대비 2.5% 줄었다.

방사능 오염 논란이 확산하면서 수산물 소비가 5.4% 줄었고 농산물 가격 안정으로 채소 및 채소가공품 지출은 8.0% 감소했다. 조미식품 지출도 27.4%나 줄었다.

월평균 교육비 총지출은 33만2천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7% 올랐다.

누리과정 도입으로 유치원비 지출이 44.6% 감소했으며 중학교 운영지원비 폐지로 중학교 교육비 지출이 94.7% 줄어 정규교육 지출은 6.4% 감소했다.

반면 학원·보습교육 등 사교육비는 6.3%나 증가했다.

주류·담배 지출은 월평균 3만원으로 작년 3분기보다 1.5% 늘어 5분기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담배 소비(-4.4%)는 감소세를 지속했으나, 무더위로 맥주 소비가 10.3% 증가했다.

가정용품·가사서비스는 무더운 날씨 속에 제습기 수요가 늘면서 작년 동기 대비 6.5% 증가, 가장 큰 오름세를 보였다.

이밖에 의류·신발(0.9%), 보건(3.6%), 교통(3.4%), 음식·숙박(4.6%)은 지출이 늘었고 오락·문화(-0.4%), 기타상품·서비스(-7.4%)는 씀씀이가 줄었다.

세금, 연금, 사회보험료 등 비소비지출은 월평균 80만8천원으로 작년 3분기보다 2.0% 늘었다.

경상조세(5.5%), 연금(4.1%), 사회보험료(5.1%) 지출이 늘었고 이자지출은 저금리 기조 영향으로 작년 3분기보다 3.9% 줄었다. 연금이나 사회보험료가 늘어난 것은 취업자가 증가세와 연관이 있다.

◇소비성향 '역대 최저'…양극화 지표 악화

소득이 늘었는데도 소비를 주저하는 태도가 이어지면서 가계의 불황형 흑자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처분가능소득은 월평균 345만2천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3.1% 늘었다.

소득구간을 5개로 나눴을 때 가장 벌이가 적은 1분위(소득 하위 20%)의 소득은 0.9% 증가했고 2분위(3.1%), 3분위(3.1%), 4분위(3.9%), 5분위(2.3%)도 모두 소득이 확대됐다.

가계 흑자액(처분가능소득-소비지출)은 95만9천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8.6% 늘었지만 평균소비성향(소비지출/처분가능소득)은 72.2%로 1.4%포인트 떨어졌다. 해당 통계를 전국 단위로 낸 2003년 이후 역대 최저치였던 지난해 4분기(71.8%)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소비 여력이 있음에도 일단 지갑을 닫고 있다는 얘기다.

평균소비성향을 보면 소득 1분위는 3.3%포인트, 소득 2분위는 2.4%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최상위 계층인 5분위는 1.2%포인트 줄었고 4분위(-2.5%포인트), 3분위(-4.4%포인트)도 감소했다.

소득 양극화 지표로 쓰이는 '소득 5분위 배율(5분위 가처분소득을 1분위 소득으로 나눈 비율)'은 5.05배로 악화했다. 지난해 4.98배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상승한 것이다.

통계청 박경애 과장은 "가계가 소비할 여력은 있지만 소비를 자제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전반적으로 소득이나 소비 모두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오상우 과장은 "중산층을 중심으로 가계소득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있어 앞으로 소비 확대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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