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5일(현지시간) 이민법 관련 연설이 거의 끝나갈 무렵 "1150만명의 서류미비자들의 추방을 멈추기 위한 행정 권한을 발동해주세요" 라고 외치며 주목받은 한국인 홍주영씨(사진=연합뉴스 제공)
[ 인터넷뉴스팀 ]
지난 25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법 관련 연설이 거의 끝나갈 무렵, 뒤에 서 있던 한 청년이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갑자기 큰 소리로 "대통령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1150만명의 서류미비자들의 추방을 멈추기 위한 행정 권한을 발동해주세요"라고 외치며 크게 주목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 연설에서 소리지른 청년은 한국인 홍주영씨로 12년 전 홀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누나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온 한국 소년의 아픈 사연이 숨어 있었다. 홍씨가 어렸을 때 그의 가족은 서울 효창동에서 테이블이 10개쯤 되는 조그만 일식집을 운영했다. 

그런데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로 손님이 급감해 식당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단란하던 가정에 먹구름이 끼었다. 홍씨 가족은 결국 음식점 문을 닫고 파산 신청을 했고, 쉴 새 없이 채권추심업자들에게 시달리면서 이사를 여러 차례 다녔다.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가정 불화도 심해졌으며, 결국 이듬해에 홍씨 부모는 이혼했다. 어머니가 홍씨와 누나를 키웠지만, 먹을 것을 살 돈이 없는 날도 종종 있을 정도로 궁핍하게 살았다.

2001년 어머니가 "미국으로 가자"며 짐을 쌌고 홍씨는 미국 생활에 꽤 잘 적응했다. 공립학교를 다니면서 영어를 익히고 학교 활동에도 참여하면서 친구들과도 잘 지냈다.

그러나 그는 대학입학 원서를 쓰던 고교 졸업반 때 본인의 신분이 '불법체류자'임을 알게 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운전면허증이나 신분증을 발급받을 수 없고, 제대로 된 직장을 잡을 수도 없으며, 생활지원 보조를 받을 수도 없고, 언제 붙잡혀 추방될지 모른다는 공포에 늘 떨면서 살아야만 한다는 점을 그때 알게 됐다.

홍씨는 대학 진학을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어머니가 자식들의 교육을 위해 주말도 없이 매일 12시간씩 일하면서 돈을 벌고 뒷바라지를 했던 점을 생각하면 도저히 그래서는 안 된다며 마음을 고쳐먹었다. 홍씨는 2년제 대학을 거쳐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에 편입해 작년에 졸업했으며, 지금은 샌프란시스코주립대(SFSU) 석사과정에 재학중이다. 전공은 정치학과 행정학이다.

그는 대학 입학 후부터 지금까지 서류미비 이민자들의 서러움을 해소하기 위한 운동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연좌·단식농성 등 시민불복종 운동을 벌이다가 경찰에 연행된 적도 있다. 강제추방될지도 모른다는 엄청난 부담을 안고 한 행동이었다.

26일(현지시간)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그는 "(미국) 이민법 개혁은 한인들에게도 중요한 사안이며 인권 문제"라고 강조하며 "널리 퍼져 있는 오해와 달리, 미국의 이민법 개혁은 라티노(히스패닉)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인종·민족 집단에 영향을 주는 핵심 사안이라는 것이다.

홍씨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인간답게 사는 것이 나의 희망"이라며 "졸업 후에는 시민단체에서 서류미비 이민자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오바마 대통령의 말을 가로막은 데 대해 "원래부터 계획했던 것은 아니고, 즉흥적으로 한 행동"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이) 내 물음(대통령 권한으로 강제추방을 중단해 달라는 것)에 대한 답은 하지 않고 다른 얘기를 하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 재임기간에 (서류미비 이민자) 200만 명 이상이 강제추방됐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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