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 “집안에서 마무리하도록 노력하라”권고

[월드투데이 = 김시연 기자]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남긴 차명재산을 두고 장남 이맹희씨와 삼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이에 벌어진 상속 소송의 열기가 더욱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재판장은 첫 변론기일부터 “형제의 다툼이 국민에게 실망을 준다”며 화해를 당부했지만 양측은 재판 직후 상대방 주장을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신경전을 벌였다.
5일 서울고법 민사14부(윤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세 번째 변론기일에서 이 회장 측은 맹희씨가 1993년 출판한 자서전 ‘묻어둔 이야기’를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이 회장 측은 “맹희씨가 자서전에서 ‘아버지는 삼성의 차기 대권을 건희에게 물려준다고 밝혔고 나는 후계 구도뿐만 아니라 유산 분배에서도 철저히 배제됐다’고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맹희씨가 이 회장의 단독 상속을 인정해놓고 뒤늦게 소송을 제기했다는 주장이다.
맹희씨 측은 이에 “자서전 출판 당시 아들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이 회장이 잘 보살펴줄 것이라고 믿었고 이 회장이 편하게 경영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맹희씨 측은 “세상의 모든 자서전이 진실일 수는 없다”며 당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1시간 30분에 달하는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각종 판례를 제시하며 한 치 양보 없는 법리 다툼을 벌였다. 차명재산 존재에 관한 인식, 제척기간이 지났는지 등 쟁점은 1심과 비슷했다.
윤준 부장판사는 “대리인들이 원고와 피고에게 화해하라고 설득하고 있느냐”고 묻고 “재판 중이라도 사건을 집안에서 원만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하지만 양측은 추가 증거를 신청하고 이를 반박하는 등 화해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다른 사건에선 보기 드물게 재판을 마친 변호사들이 직접 보도자료를 나눠주고 질문을 받기도 했다.
한편 다음 재판은 12월 3일 오후 2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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