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노동자에 "건물명 영어·한문으로 써보라"
서울대..."영어·한자→외국인기숙사 때문"
“휴게공간 보장하라” 靑청원 '폭발'

[월드투데이 최연정 기자] 지난달 26일 서울대 청소노종자 이 모(59)씨는 대학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급성심근경색 파열로 가족들이 퇴근시간이 지났는데도 집에 돌아오지 않자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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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8월 공과대학에서 근무하던 60대 청소노동자가 에어컨과 창문이 없는 휴게공간에서 사망한 이후 두번째로 발생한 비극적 사건이다. 

현재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은 이씨가 직장 내 갑질을 당해왔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서울대는 청소원에게 갑질한 적이 없다고 입장문을 내놓은 상황이다. 

서울대, 청소노동자에 갑(甲)질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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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중일반노동조합은 지난 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숨진 청소노동자가 '직장 내 갑질'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1. 매주 수요일 청소 노동자들의 회의를 진행할 때 남성 청소노동자는 회의 시 정장을, 여성 노동자는 복장을 예쁘게 단정하게 입을 것을 강요했다.

2. '관악 학생생활관'을 영어 또는 학문으로 쓰게 하거나, '학부 동에 해당하는 것을 고르시오', '우리 조직이 처음으로 개관한 연도' 등 업무와 거리가 먼 내용의 시험을 보게 했다. 또 채점한 시험지를 나눠준 뒤 점수를 공개적으로 언급해 모욕감을 주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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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씨는 엘레베이터도 없는 925동 건물 전층에서 매일 100ℓ 쓰레기 봉투 6~7개씩 날아야 하는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 

4.새로 부임한 안전관리팀장 A씨근 기존에 없던 '청소 상태 검열'을 하고 노동자들을 상대로 '근무성적 평가서'를 도입해 점수를 책정하는 등 업무 강도를 높였다. 

5.회의에서 잡초 제거작업의 어려움을 호소했더니 제초 작업을 외주화하고 임금을 깎겠다고 협박했다.

靑청원 '폭발', 서울대 교수들도 분노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지난달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소노동자들이 화장실에서 식사하지 않도록 휴게공간을 보장할 것을 의무화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원은 3000명 선에 그쳤었다.

그러나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가 교내에서 숨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원대 국민 청원이 다시금 주목 받아 하루 만에  6만 명 이상 늘었다.

청원인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냉난방과 환기, 편의시설을 보장받도록 강제해달라. 하청업체가 아니라 청소서비스의 효과를 실제로 소비하는 원청업체에서 책임지게 하라”며 “절대로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권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대 민주화교수협의회는 최근 긱수사 청소노동자가 숨진 것과 관련해 학교 측에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정용욱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등 교수 40여 명으로 구성된 서울 민교협은 8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청소노동자의 죽음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는지 철저히 규명되어야 한다”고 요구하며 “다른 어느 조직보다 높은 사회적 책임감이 요구되는 교육기관, 그것도 한국의 고등교육을 선도하는 대학으로서 서울대 당국과 구성원들의 보다 철저한 자기반성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관계자 "엉뚱한 사람 가해자로 만들지 마라"

사진=민주노총, 서울대 관계자 제공
사진=민주노총, 서울대 관계자 제공

서울대 관계자는 당시 회의가 끝나고 바로 퇴근할 수 있도록 작업복이 아닌 사복을 입으라고 배려해줬으며, 이씨가 해당 카톡을 보낸 팀장에게 "퇴근복장 감사합니다."라고 문자를 보냈다고 말하며 "해당 팀장은 직원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일하라는 마음에 옷을 차려입으라고 했다"고 했다. 

또한, 이씨가 근무한 925동은 5층으로 낮고 평일 100ℓ 쓰레기봉투 7개가 아닌 2개 분량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임금 삭감 협박도 실제 와 다르다며 "제초 업무를 하지 않는 청소원들은 임금을 월 30~50만원 적게 받는다"며 "이 점을 상기시켰지 협박이 아니었다고"고 했다. 

이슈가 됐던 한자와 영어로 생활관 이름을 묻는 필기 시험에 대해서는 "해당 생활관 기숙학생 1300명 중 500명이 중국인으로, 이들에게 최소한 생활관의 이름을 안내할 수는 있어야 했기에 낸 질문"이라며 "괴롭히려는 의도는 전현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서울대측은 서울대 인권센터에 사건 조사를 의뢰하고 해당 팀장을 다른 업무로 전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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