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비틀쥬스' 오는 8월 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뮤지컬'비틀쥬스', 뮤지컬계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다
비틀쥬스, 비틀쥬스, 비틀쥬스! 발랄하지만 깊은 여운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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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투데이 박한나 기자] 세련되고 유쾌한 감각적인 '비틀쥬스'를 주목하라. 

질소 가득한 과자봉지를 뜯는 것만큼 허무한 것이 있을까. 눈 돌아가게 화려한 무대이지만, 서커스와 다를 것 없는 눈요기에 불과하다면 이보다 허무할 수 있을까. 뮤지컬'비틀쥬스'가 두 눈을 의심케하는 화려함과 꽉 찬 스토리로 한국 초연의 화려한 막을 올린다.

'비틀쥬스'는 정체불명, 소속불명! 이승도 저승도 아닌 끼인 자 '비틀쥬스'와 살아있으나 죽어있는 소녀 '리디아'를 둘러싼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98억 년 동안 인간들을 겁주며 살아온 비틀쥬스. 하지만 그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탓에 외로운 시간을 이어간다. 그때, '바바라와 아담' 부부를 발견한 비틀쥬스는 그들이 죽기만을 기다렸다 그들을 자신의 유령 친구로 삼는다. 

한편, 유령이 된 '바바라와 아담' 부부는 자신들의 집에 입주한 '리디아' 가족을 발견하고 비틀쥬스와 함께 그들을 쫓아낼 계략을 세운다. '리디아'를 겁줄 생각에 신난 비틀쥬스는 '리디아'가 '유령을 볼 수 있는 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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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팀 버튼, 웰컴 비틀쥬스

팀 버튼 감독의 영화 '비틀쥬스'가 뮤지컬이 되어 한국을 찾아왔다. 다이내믹한 연출로 공포와 코미디의 경계를 묘하게 걸치며 장르적 쾌감을 전해주었던 영화 '비틀쥬스(1988)'는 팀 버튼 감독의 판타지 세계관을 관통하는 대표작이다. 

2019년 4월 브로드웨이 관객들에게 선보인 뮤지컬 '비틀쥬스'는 원작이 친숙한 중장년층은 물론 1020 관객층의 마음을 사로잡은 폭넓은 마니아층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작품이다.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증명하듯 뮤지컬 '비틀쥬스'는 제37회 토니어워즈, 드라마데스크어워즈, 브로드웨이 3대 뮤지컬 시어터어워즈 등의 수상 및 노미네이트되며 그 인기를 실감케했다.

비정적인 존재들에 대한 연민과 애착으로 시작, '선'과 '악'에 대한 연장선을 확보하며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던 '비틀쥬스'가 다시 한번 관객들에게 물음을 던진다. 

뮤지컬 '비틀쥬스'는 원작 영화의 재현에 그치지 않고 팀 버튼의 세계를 흡수하는 재해석으로 새로운 판타지 월드를 구축했다. 특히 원작보다 리디아의 성장에 포커싱한 스토리는 '살았으나 죽어 있는 상태'에서 '정말 살아있는 상태'로 향하는 특별한 여정의 서사적 재미를 확보한다.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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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뮤지컬은 '비틀쥬스' 전과 후로 나뉠 것이다

팀 버튼 세계가 지닌 '우스꽝스러움'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비주얼적인 개그 요소와 타이밍을 통해 극의 코미디를 더욱 정교하게 극대화하는 팀 버튼의 감각적인 유쾌함은 빼놓을 수 없는 그의 특기이다. 

전대미문의 미친 존재감으로 거칠고 무례하지만 매력적인 캐릭터 비틀쥬스는 마치 "VIP석과 R석 사이에 낀 시야 제한석" 이승과 저승의 끼인 자를 넘어,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무는 이례없는 독특한 캐릭터로 관객들을 찾아간다. 특히 비틀쥬스 특유의 저세상 텐션은 쇼 뮤지컬의 독보적인 새로운 뮤지컬의 장을 연다.

기존의 쇼 뮤지컬은 보여주기에 치중해 스토리의 빈약함을 보이는 한계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뮤지컬 '비틀쥬스'는 다르다. 가치있게 번거롭고 가치있게 유쾌한 볼거리와 스토리를 설득력 있게 내세운다. 

예측 못한 타이밍에 어디선가 나타나고 사라지는 '비틀쥬스'들과 무대 위를 튀어나오는 팝업 연출은 마치 3살짜리 아이가 팝업북을 처음 경험했을 때의 신선하고 놀라운 충격을 안겨준다. 

또한 18인조 오케스트라가 선사하는 다이내믹한 사운드의 향연은 볼거리와 더불어 온전히 듣고 느끼게 한다. 가스펠, 소울, 스카, 스윙 재즈, 인도 전통 음악, 데스 메탈, 팝, 칼립소 등 기가막힌 변주는 저절로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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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쥬스'는 가치있게 번거롭고

가치있게 유쾌한 150분을 선사한다.  

극중 언급되는 '저세상법'은 극 전체를 아우르는 시작과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 모든 유령은 사망 즉시 저세상을 이동해야 하지만, 이세상도 저세상도 아닌 곳에 끼여있는 비틀쥬스와 이세상에 있지만 저세상을 동경하는 리디아는 일명 '끼인 자'로 그려진다. 속해있지만 속하지 못한 이들의 모습은 속하고 싶지만 속하고 싶지 않은 우리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다. 

또한 그동안 비틀쥬스를 외롭게 했던 '저세상법'은 리디아를 만남과 동시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이처럼 어쩌면 단순해 보일 수 있는 장치들을 스토리에 녹여 극 전체의 움직임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사실 뮤지컬'비틀쥬스'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화려하다. 상상 속에서 그려봤을 법한 하찮은 공상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하지만 '비틀쥬스'가 타 작품과의 차별성을 갖는 것에는 보는 이에 따라 다양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지식하고 그럴듯한 정답을 강조하기 보단 다양한 캐릭터들을 통해 그저 본 대로 느끼고 알게 하는 매력이 있다.

'비틀쥬스'와 함께한 150분의 러닝타임은 충격적이었다. 기존의 패러다임을 과감하게 뛰어넘는 이례없는 연출과 차곡히 세워진 스토리로 현실에 지쳐있던 우리에게 신비한 자극제가 되어준 '비틀쥬스'에게 찬사를 보낸다.

한편, 뮤지컬 '비틀쥬스'는 오는 8월 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관객들과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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