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배수민 기자] 디즈니 애니메이션 '101마리의 개'의 스핀오프작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디즈니 실사 영화 '크루엘라'의 배경을 조명해본다.

'크루엘라'는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밑바닥의 삶을 살아가던 에스텔라가 스스로 부여한 인격 크루엘라로 런던 패션계의 아이콘이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기존의 악역에 대한 이미지를 전복시키며 자신의 천재성과 역량으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주체성을 강조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통쾌한 이야기 전개와 형형색색의 드레스들뿐만이 아니었다. 130여 개의 세트를 통해 재현해 낸 1970년대 런던의 모습은 그 당시의 분위기를 생생히 자아냈다.

영화의 배경인 1970년대는 격동의 시기였다. 냉전의 심화, 중동전쟁과 석유 파동 등 첨예한 갈등과 대립 속에서 영국은 경기침체와 고실업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 이유는 일명 ‘영국병’이라고 불리는 고복지, 고비용, 저효율의 영국 경제였다. 1960년대 후반부터 영국 경제의 활력은 크게 떨어졌다. 

영국 정부가 비효율적인 산업을 국유화하고 방만한 복지정책을 펴면서 기업들은 혁신 없이 고착화 되었고, 근로자들의 생산성은 매우 떨어졌으며 파업이 만연했다.

결국 1976년 영국은 IMF의 금융지원을 받는 상황에까지 몰렸고, 1979년 집권한 마가릿 대처가 실시한 공기업 민영화, 재정 지출 삭감, 규제 완화와 경쟁 촉진 등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성공하면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처럼 1970년대의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영국의 대중을 이끈 것은 노동자 계급을 대표하고 기성 질서의 파괴를 선동하는 ‘펑크(punk)’ 문화였다. 펑크는 '보잘것없고 가치 없는 사람', '젊은 불량배', '애송이' 등을 뜻하는 속어로 1970년대 영국의 문화를 대표하는 명사로 자리 잡았다.

1960년대 후반 등장한 펑크 음악은 1970년대 전성기를 열었다. 단순한 코드와 짧고 거친 스타일로 음악적으로 높이 평가받지는 못했지만, 기성세대에 대한 저항과 순수발열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녔다.

패션계에서도 펑크스타일이 유행했다. 런던의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그의 파트너 말콤 맥라렌에 의해 탄생한 펑크스타일은 찢어진 청바지와 티셔츠, 가죽 재킷, 헝클어진 머리 스타일, 피어싱, 타투, 보디 페인팅 등을 통해 전통적 미의 관념을 거부하는 새로운 패션을 창조하였다.

영화 크루엘라의 의상 감독인 제니 비반에 따르면 영화 속 크루엘라의 패션도 1970년대 독립적으로 활동한 비비안 웨스트우드나 존 갈리아노의 스타일을 많이 참고했다고 전해진다.

크루엘라는 악인이지만 동시에 영웅인, 선악의 이분법으로 정의될 수 없는 인물로 반항적이면서 대담하고, 강렬한 매력을 지녔다.

1970년대 런던이라는 시대적, 공간적 배경은 하층 계급이던 크루엘라가 자신의 재능으로 기존 체제에 도전하며 균열을 일으키는 서사를 보다 효과적으로 부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