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 리프만, 최초로 고정된 컬러 사진 제작
단점 명확해 현대에는 사용 안 하는 기법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월드투데이 권성준 기자] 요즘에는 디지털카메라가 많이 보급되어 거의 볼 수 없지만 20년 전만 하더라도 카메라는 필름을 넣어서 사진을 찍는 구조였다.

옛날 사진기는 작은 원통에 두루마리 휴지처럼 감겨져 있는 필름을 이용했다. 사진을 찍으면 필름에 사진이 찍히고 이를 인화하는 방식이었다.

필름 사진기는 사진을 찍은 이후 절대로 필름을 밝은 곳에서 개방하면 안 됐다. 그래서 사진을 인화하는 장소는 어둡고 음침한 장소라는 이미지가 있다.

사진을 찍은 필름을 밝은 빛에 노출시키면 사진이 전부 지워지기 때문이다. 이유는 필름의 원리에 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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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은 은과 같이 빛에 민감한 물질을 이용한다. 이 물질들은 어두운 곳에서는 투명했다가 빛에 닿으면 불투명하게 변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를 감광 현상이라고 한다.

빛이 차폐된 상자에 감광 물질을 넣고 작은 구멍을 뚫어 일정 시간 동안 빛을 조사하면 외부에서 상자로 들어온 빛에 감광 물질이 반응한다.

한편 물체를 본다는 것은 물체에서 반사된 빛을 감지한다는 의미랑 같다. 물체의 색이 다양한 건 물체마다 주로 반사하는 빛의 파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감광 물질은 반응하는 빛에 따라 어두워지는 정도에 조금씩 차이가 생긴다. 그래서 다른 빛이 감광 물질에 조사하면 명암이 나타나고 명암을 이용해 물체의 형태를 기록한다. 이를 사진이라고 부른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사진을 찍은 필름에 밝은 빛을 쬐면 필름의 감광 물질이 전부 빛에 반응해버려 명암 구분이 사라진다. 그래서 사진 찍은 필름을 빛에 노출시키면 안 됐다.

초창기 사진은 감광 물질의 명암만 사용했기 때문에 흑백 밖에 담을 수 없었다. 그래서 옛날 사진들은 전부 흑백 사진으로 찍혔다.

사진에 색을 담으려는 생각은 1800년대 중반부터 제시됐다. 에드몽 베크렐은 염화 은을 도포한 필름이 빛의 종류에 따라 명암뿐만 아니라 색도 달라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사진=맥스웰이 찍은 최초의 컬러 사진 / The Illustrated History of Colour Photography]
[사진=맥스웰이 찍은 최초의 컬러 사진 / The Illustrated History of Colour Photography]

1861년 제임스 맥스웰은 헤르만 폰 헬름홀츠와 토마스 영의 빛의 삼원색이 빨강, 초록, 파랑이라는 이론을 받아들여 각 색의 사진을 찍은 뒤 겹치는 방식으로 최초의 컬러 사진을 인화했다.

1868년에는 빌헬름 젠커와 레일리 경은 감광 물질의 색이 변하는 현상이 간섭 현상에 의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감광 물질로 쓰이는 산화은이 빛과 반응하면 순수한 은을 형성한다. 감광 반응으로 만들어진 은은 입사광을 반사하고 입사광과 반사광이 간섭 현상을 일으켜 색상을 만드는 원리였다.

그러나 곧바로 컬러 사진을 개발하지는 못했다. 3원색을 이용한 방법은 감광 물질의 색에 크게 의존했고 당시의 기술로 사진의 색을 고정시킬 수 없었다.

[사진=노벨 재단] 가브리엘 리프만
[가브리엘 리프만. 사진=노벨 재단]

가브리엘 리프만은 감광 물질의 색 변화를 이용하지 않고 간섭 현상을 이용했다. 그는 유리판에 젤라틴, 질화은, 브롬화나트륨을 도포해서 필름을 만들었다.

그다음 유리판의 반대쪽 면에 수은을 발라 감광 물질을 투과한 빛이 수은에 반사되어 입사광과 반사광이 간섭 현상을 일으키도록 만들었다.

만약 서로 진행 방향이 반대고 같은 진동수를 가지는 파동이 만나면 움직이지 않고 정지된 것처럼 보이는 파동이 만들어진다. 이를 정상파라고 부른다. 

간섭을 일으키는 빛은 정상파를 형성하려 한다. 정상파 조건을 맞추기 위해서 간섭이 일어나는 부분에 도포된 은의 양이 조금씩 달라진다.

[사진=픽사베이]

젤라틴을 굳히면 필름에는 미세한 은의 두께 차이가 생긴다. 두께 차이 때문에 빛의 경로차가 발생하고 항상 같은 간섭이 일어나 색이 고정된다.

리프만의 방법은 맥스웰이 사용했던 방법보다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었고 색의 고정이라는 문제를 해소했다. 리프만은 이 공로로 190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다.

하지만 이 방법도 단점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사진을 찍는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그래서 이후에는 3원색을 이용한 방법을 이용해 컬러 사진을 인화하는 방법이 상용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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