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회적 처방
거식증, 우울증 등 정신 질환 개선에 효과

[사진=몬트리올 미술관]
[사진=몬트리올 미술관]

[월드투데이 배수민 기자] 현대 사회에서 정신 질환은 심각한 문제이다. 정신 질환은 확실한 완치 약이 있는 것이 아닌 만큼, 과도하게 약물치료에 의존하는 대신 예술 활동 등을 통해 정신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사회적 처방'이 주목받고 있다.

시민건강연구소에 따르면 사회적 처방은 의사, 간호사, 자원연계 실무자 등 1차 의료 종사자들이 환자와 지역사회가 보유한 비의료 서비스 자산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질병에 대한 치료를 넘어 개인 건강 문제의 사회적 원인을 해결해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때 제공되는 지역사회의 자산은 예술 활동, 신체 활동, 학습, 자원봉사, 친교 모임, 자조 모임, 사회보장 혜택, 교육 기회, 부채 해결책 탐색 지원 등 매우 다양하다. 

지난 9월 2일 벨기에 브뤼셀 타임즈에 따르면 브뤼셀의 문화·관광 부문 시의원 델핀 호우바가 의사의 처방으로 박물관을 방문하는 시스템을 제안했다. 벨기에 정부는 지난 여름 저렴한 비용으로 국민들이 정신건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다수의 심리학자들이 불참해 난항을 겪었다.

따라서 얼마나 많은 의사들이 박물관 처방전을 제공할 것인지, 의사와 박물관이 브뤼셀 정부의 보상기금 없이 수익을 포기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호우바 시의원은 시립박물관을 포함한 5개 박물관과 브루그만(Brugmann) 병원의 정신과 전문의들과 함께 향후 3개월간 해당 정책을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사진=몬트리올 미술관]
[사진=몬트리올 미술관]

이 제안은 지난 2018년 캐나다 퀘벡 주의 몬트리올 미술관(MMFA·Montreal Museum of Fine Arts)과 의사 조직 간 협약 후 도입한 시스템에서 착안한 것이다. 몬트리올의 의사는 심리적 진정을 위해 예술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환자들에게 미술관 방문 처방전을 발행할 수 있다. 

이는 미술관 방문이 행복감을 느끼게 하고 우울한 감정을 지워주는 역할을 하는 세로토닌의 분비를 증대한다는 연구에 근거한 것이다. 환자 케이스에 따라 처방을 내려 환자들이 그들의 친구, 가족 등과 함께 입장권이 필요한 미술관을 무료로 돌아볼 수 있게 하고 있다.

몬트리올 미술관은 '교육 및 미술치료를 위한 국제 아틀리에'를 운영 중이다. 다른 미술관에는 없는 혁신적인 교육, 건강 및 예술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치료시설, 병원으로서의 미술관을 실험하고 있다. 약 1년간 의사의 처방을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범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그 효과는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술관 단체 방문과 그림 그리기 수업이 거식증을 앓는 젊은 여성들을 사회화하고 의사소통을 위한 새로운 도구로 기능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우울증을 앓는 심장질환자들에게도 미술관 관람과 미술치료가 불안과 우울증 완화에 도움이 되는 것이 임상적으로 확인됐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영국은 사회적 처방을 정책적으로 활발히 시행하고 있는 국가이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어 지속적인 건강관리가 요구되거나 정신건강을 위해 주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 외롭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 등에게 주로 사회적 처방이 제안되고 있다. 

사회적 처방 전문가는 충분한 대화를 통해 이들이 직면한 사회・경제적 문제들을 확인하고 정신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요인들을 파악한다. 이를 바탕으로 문제 해결에 필요한 여러 정보와 지역 자원, 정부 지원 프로그램 등을 연결해 줌으로써 당사자 스스로 정신 건강 관리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

사회적 처방의 효과에 대한 과학적 검증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건강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증거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영국의 경우 지역 일반 보건 의료진의 59%가 사회적 처방을 통해 자신의 업무가 경감될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제도적 수준에서도 환자의 건강 관리를 위해 1차 의료기관과 지역의 다양한 커뮤니티 기관들이 유기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차원에서는 높은 사망률과 관련된 지출을 줄이고 의료 서비스에 대한 압력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한편, 2016년 보건복지부 정신질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요 17개 정신질환에 대해 조사된 정신질환 평생 유병률은 25.4%이다. 국내 성인 4명 중 1명이 평생 한 번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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