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미술관 중 40% 이상이 수도권에 위치
전국 공연 횟수의 52.7%는 서울에서 열려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연합뉴스]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연합뉴스]

[월드투데이 배수민 기자] 우리나라의 미술관, 공연장 등 문화예술 인프라는 주로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이에 지역 간 문화 향유의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9일 문화체육관광부는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가 송현동 48-9번지 일대 부지를 기증관 건립 부지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남긴 미술품 2만 3,000여 점을 전시할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둘러싸고 지방자치단체들의 총력전이 벌어졌다. 

이 회장의 출생지인 영남권의 대구시, 부산시 등 광역자치단체는 물론이고 삼성전자 본사와 이 회장의 묘소가 있는 수원시, 삼성의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의 생가가 있는 의령군 등 전국 20개 지자체가 저마다의 명분을 걸고 유치전을 펼쳤다. 

부산 해운대구는 현 구청사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제안까지 하며 적극적인 유치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이건희 기증관 건립 후보지는 서울 소재 2곳으로 선정되었고, 서울 종로구의 송현동 부지로 최종 결정이 났다. 

이에 지자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대구시는 "비수도권 국민 모두에게 깊은 상처와 실망을 안긴 결정"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고, 부산시는 "지역에 대한 무시이자 최소한의 공정한 절차도 거치지 않은 일방적 결정"이라며 비판했다. 

[사진=국립현대미술관 공식 페이스북 계정]
[사진=국립현대미술관 공식 페이스북 계정]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행한 '2020 전국 문화기반 시설총람'에 따르면 전국의 미술관 267곳 가운데 약 40%는 수도권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 46곳, 경기도에 53곳이 있었고, 인천(5곳), 부산(8곳) 대구(4곳), 대전(5곳) 등 광주(14곳)를 제외한 광역시 소재 미술관의 수는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울산의 경우 단 한 곳의 미술관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화예술 인프라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음은 전시와 공연 횟수를 통해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0 문예연감’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서울에서는 총 6,268건의 전시가 열렸다. 이는 각각 전국 전시 건수의 41.1%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인구 대비로 살펴보면 서울의 경우 인구 10만 명당 64.4건의 전시가 열렸으나, 광주(36), 대구(32.4), 부산(28.5), 대전(30), 울산(21.7) 등 광역시는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수도권인 인천(18.2), 경기(12.2)의 경우 더욱 낮은 수치를 보였다. 

공연예술 현황을 살펴보면 2019년 한 해 서울에서는 총 66,945회의 공연이 열렸다. 이는 전국 공연 횟수의 52.7%에 달하는 수치이다. 경기(13,796)와 부산(6,761)을 제외한 이외 지역의 공연 횟수는 대구 5,017회, 대전 5,094회, 광주 2,531회, 인천 2,412회, 울산 774회 등 서울의 1/10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
[사진=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서울이나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과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의 다양성과 수준은 달라질 수밖에 없고, 지역 간 문화 향유의 격차가 발생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문화국가원리를 헌법의 기본원리로 채택하고 있다. 문화국가는 한편으로는 문화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문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육성하는 국가이다.

이에 문화기본법, 문화예술진흥법, 지역문화진흥법 등 여러 법제에서 지역 간 문화 격차를 줄일 것을 명시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그 실행 방안과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권한과 역할을 규정하고 있지 않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역 간 문화격차를 줄이기 위해 수도권 이외 지역에 박물관이나 미술관, 공연장 등의 문화시설이 더 많이 건립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지원하는 실질적인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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