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에 오르기 시작한 대주주 동정 보도
서울신문 민영화에 책임은?

[월드투데이 김동민 기자] 지난 10월 12일 호반건설은 서울신문의 최대주주가 되었다.

[사진=서울신문]
[사진=서울신문]

2년간의 계획

지난 2019년 6월 호반건설이 포스코 보유 서울신문 지분 19.4%를 사들이며 3대 주주로 올랐다.

이전까지 서울신문의 지분 구조는 기획재정부 30.49%, 우리사주조합 29.01%, 포스코 19.40%, KBS 8.08%로 사실상 정부가 소유한 신문사였다. 

당시 서울신문 경영진은 물론 우리사주조합은 지분 매매 사실을 알지 못했으며 서울신문 민영화에 대한 의혹이 시작됐다. 

지난 7월 호반건설은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한 주식 약 29%를 취득하기 위해 1인당 평균 7500만 원에 달하는 특별위로금 등 600억 원을 제시하고, 서울신문 구성원 56%가 동의했다. 이로써 지난 10월 서울신문 주식 28.18%가 호반에 넘어갔고, 지분 총 47.58%를 확보해 최대 주주로 올랐다.

[사진=호반건설]
[사진=호반건설]

대기업의 신문사 인수

신문업은 사양산업이라는 말이 나온 지 꽤 됐다.

지난 1월 20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신문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국내 신문 수는 전년보다 3.1% 감소했고 기자 수는 7.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형 신문사들의 매출은 정체기를 지나 하향세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국내 3대 신평사 중 하나인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2018년 10월 "신문광고 시장의 매력도 저하와 업계 내 높은 경쟁 강도 등을 감안할 때 영업 수익성 개선은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금 창출 능력 대비 차입 부담은 과중한 것으로 판단된다"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으며, 현재까지 눈에 띄는 수익 개선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자산규모 10조 원이 넘고 재계 35위에 등극한 호반그룹은 왜 서울신문을 인수했을까? 이번 인수로 인한 손익분기점을 넘기도 힘들어 보이는데 말이다.

호반건설은 "중장기적인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매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언론의 지위를 획득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언론계의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다.

언론의 지위에 따라 이득을 취하고, 리스크 관리나 평판 관리 및 추진 사업의 방어막으로 활용할 의도가 있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는 "건설사가 언론사를 소유하면 건설 비리나 토착 비리를 파헤치거나 감시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건설사의 언론사 소유를 규제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물론 사기업이 언론사를 소유했을 때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지난 2019년 기준 신문산업의 매출은 지면 구독 수익 50.2%, 지면 광고 수익 35.1%로 나타났다. 종이신문의 열독률이 떨어지고 독자들이 디지털 공간으로 옮겨가면서 지면 광고 수익에 의존해 온 비즈니스 모델 유지가 어려워졌다.

대기업이 소유한 언론사는 상대적 여유로운 자금으로 수익 모델 다변화에 유리할 수 있다. 인력 충원 및 취재환경 개선, 해외지사 및 해외 특파원 확대 등으로 해당 언론사의 성장 또한 도모할 수 있다.

호반건설은 우리사주조합 지분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경영권과 편집권의 분리를 약속하고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며 임금 수준을 인상하겠다고 제안했다.

[사진=서울신문 홈페이지 캡처]
[사진=서울신문 홈페이지 캡처]

19일 서울신문 지면에는 대주주 동정 보도가 등장했다. 서울신문은 "김상열 호반장학재단 이사장, 베트남 우호훈장 수훈" 기사를 25면 1단 기사로 편집했으며, 지난 15일 지면에는 "호반장학재단, 장학금 2억 릴레이 지원" 기사를 내기도 했다. 이외에도 호반 대주주 등극 이후 동정 기사는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19년부터 올해 9월까지 호반그룹의 동정 기사를 지면에 실은 것은 한 차례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서울신문은 "호반건설이 대주주라고 배제해야 할 이유는 없으며 동정 기사에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호반건설이 약속했던 경영권과 편집권의 분리가 잘 이행되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신문사의 성장과 언론의 독립성은 딜레마로 남을 수밖에 없는지, 이번 사태가 서울신문에 어떤 영향을 불러올지 지켜봐야 한다.

[사진=1998년 10월 기자협회보]
[사진=1998년 10월 기자협회보]

지난 1998년 10월 기자협회보에는 '서울신문 편집권 독립 선언'이라는 헤드라인에 "회사는 편집권의 독립성을 침해하거나 훼손할 수 없다."는 첫 문장이 실렸다.

현재 서울신문 구성원은 약 23년 전과 비교해서 독립언론을 지키려 싸우고 있는지 의문이 들지만, 어느 한 쪽에 책임을 규명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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