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연합, 스페인, 영국 등 니카라과 부정선거 비판
러시아, 베네수엘라는 오히려 두둔, 오르테가 정권 연임 축하

[월드투데이 전유진 기자] 지난 7일 니카라과 대선에서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이 4연임에 성공한 가운데, 국제사회의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각 나라의 반응을 정리해본다.

[사진= 연임에 성공한 무리요 부통령과 오르테가 대통령/AFP, 연합뉴스]
[사진= 연임에 성공한 무리요 부통령과 오르테가 대통령/AFP, 연합뉴스]

◆ 스스로 만든 대선 승리

오르테가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도 승리했지만 비민주적이라는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지난 6월부터 자신의 연임을 방해할 만한 유력 대선주자들을 체포해왔다. 대선주자 7명을 포함하여 야권 인사들이 40명 가까이 체포됐다. 체포된 인사 중엔 1990년 대선에서 오르테가에게 패배를 안긴 비올레타 차모로 전 대통령의 딸인 크리스티아나 차모로도 있었다.

2014년 개헌으로 연임제한을 없애고 2018년 반정부시위를 기점으로 야권인사를 탄압해온 오르테가 정부의 이번 대선으로 독재 장기 집권을 향해 접어든다는 분석이 존재한다. 실제로 이번 대선에서 경쟁자가 없었던 탓에 손쉽게 75%의 득표율을 얻었다.

◆ 독재국가 등장 경고등에 주목하는 국제사회

중남미에서 현대 독재국가는 두곳이다. 베네수엘라와 쿠바인데 여기에 니카라과가 세번째 국가로 등장할 것이라고 정치분석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번 오르테가의 집권은 중남미 전체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민주주의 퇴조 현상의 일부로 보인다고도 덧붙였다.

니카라과뿐만 아니라 엘살바도르, 브라질, 멕시코에서도 대중의 인기에 영합한 독재자들이 민주적 제도에 도전하고 있다.

미국은 중남미 지역에서 권위주의가 확산하면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고 미국으로의 불법 이주가 늘어나는 등의 문제를 촉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난민 문제도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올해도 수많은 니카라과인이 미국 국경으로 몰려들었다. 이번 니카라과 대선에 대한 국제적 대응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사진=바이든 미국 대통령/AFP,연합뉴스]
[사진=바이든 미국 대통령/AFP,연합뉴스]

◆ 바이든, "엉터리 선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선거 당일 성명을 내고 "엉터리 선거"라며 비난을 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르테가 대통령과 부인 무리요 부통령이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결코 민주적이지도 않은 팬터마임 선거를 지휘했다"며 이들 부부가 "40년전 오르테가가 싸운 소모사 가문과 다를 게 없다"고 비판했다.

◆ 미국, 제재 강화 방안 준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니카라과 정권의 비민주적 행위를 지지하는 이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외교, 동맹과의 공동 행동, 제재, 비자 제한을 계속 적절히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미 니카라과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구체적으로 니카라과의 중미자유무역협정 회원국 지위를 박탈할 것을 논의 중이다. 더불어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오르테가 정부 핵심 인사들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이웃나라 코스타리카로 건너가서 오르테가 반대 시위를 하는 니카라과인/EP,연합뉴스]
[사진=이웃나라 코스타리카로 건너가서 오르테가 반대 시위를 하는 니카라과인/EP,연합뉴스]

이러한 제재가 오르테가 정권에 타격을 입히기보다 애꿎은 국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존재한다. 인구 660만 명의 니카라과는 중미자유무역협정으로 12만 5천 개의 일자리를 얻었으나 이가 철회되면 그만큼 큰 타격을 입는다. 한 고위 관계자는 "외교와 도덕적 호소 또는 그 나라 국민들만 괴롭히게 될 제재가 안 먹히는 나라를 어떻게 다뤄야 할 것인지가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 EU, "독재정권"이라며 강한 비판

유럽연합(EU) 회원국들도 니카라과 선거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다. 그들은 이제 니카라과는 완전한 "독재 정권"이라며 오르테가 정권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의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도 이날 27개 회원국 명의의 성명에서 "니카라과 정부는 국민이 자유롭게 대표를 뽑을 권리를 박탈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 외 이웃 코스타리카와 콜롬비아, 스페인, 영국 등도 비판에 동참했다.

대한민국 외교부 역시 니카라과 선거에 대한 논평을 냈다. 지난 11일 중미 니카라과의 대통령 선거에 대해 공정하지 않은 방식으로 치러졌다며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했다.

◆ 파나마 전 부통령

이사벨 세인트 말로 데 알바라도 전 파나마 부통령은 지난 8일 미국의 정치 전문매체인 아메리카스 쿼털리에 기고한 글에서 이번 선거로 "니카라과가 독재국가인지에 대한 마지막 의심이 사라졌다"고 생각을 밝혔다.

알바라도 전 부통령은 각국이 대사를 소환하거나 중남미 국가들에 대한 차관 공여를 중단함으로써 더는 이곳에서 독재체제가 등장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여줄 것을 주장했다.

[사진=푸틴 러시아 대통령/AP,연합뉴스]
[사진=푸틴 러시아 대통령/AP,연합뉴스]

◆ 러시아, "법에 따른 정당한 선거"

반면 일부 국가들은 오르테가를 두둔하기도 했다. 러시아 정부는 니카라과 대선이 "법에 따라" 치러졌다며, 서구 국가들이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것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마리아 자카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주권을 수호할 니카라과 국민의 권리를 지지한다"며 "러시아-니카라과의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고 사회 협력 프로젝트 시행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사 바라오나 니카라과 국방장관도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에 "러시아와의 우호·협력관계를 강화·확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자국의 코로나19 백신을 니카라과에서 생산하기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미 러시아는 중남미 베네수엘라, 쿠바와 끈끈한 반미 연대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과 니카라과의 관계가 악화할수록 러시아와 니카라과의 관계는 더 가까워지고, 이는 러시아의 중남미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 우방국 베네수엘라

니카라과의 우방인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도 오르테가 부부에게 축하를 건넸다.

[사진=오르테가 대통령/AFP,연합뉴스]
[사진=오르테가 대통령/AFP,연합뉴스]

◆ 오르테가 대통령의 반응

그러나 오르테가 대통령은 지난 8일 연설에서 유럽연합과 미국의 성명들을 반박했다. 그는 EU는 히틀러 연합세력이었고 지금은 니카라과를 겨냥한 미국 식민주의와 간섭주의 정책의 도구라고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또 자신이 구금한 반대파들을 가리켜 니카라과인으로 살기를 거부한 이상 미국으로 가야 할 "양키 도적의 아들들"이라고 주장했다.

◆ 미국, 니카라과 제재 법안 서명

지난 1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르테가 정권에 대한 추가적인 제재를 요구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일명 '니카라과 선거개혁 준수 강화법'(Reinforcing Nicaragua's Adherence to Conditions for Electoral Reform Act)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부정선거에 책임이 있는 니카라과 고위 관료들에 대한 제재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니카라과 정부에 대한 국제 대출 감독 확대, 니카라과 언론 독립 지지 등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캐나다, 유럽연합(EU)과의 협력 강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해당 법안은 니카라과 선거에 앞서 하원에서 찬성 387대 반대 35로 통과됐고, 지난 1일에는 상원에서도 반대표 없이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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