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품귀 현상 장기화로 직격탄 맞아
2023년까지 이어질 전망...산업 구조 개편 필요해

[월드투데이 김현정 기자] 1년을 넘게 이어온 반도체 공급난에 전 세계 완전차 업계가 휘청이는 가운데 2023년까지 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안후이성 한 자동차 공장의 작업 현장, Xinhua/연합뉴스]
[사진=안후이성 한 자동차 공장의 작업 현장, Xinhua/연합뉴스]

■ 장기화된 '반도체 품귀 현상' 

원재료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며 발생한 '반도체 품귀 현상'이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치며 심각한 공급난으로 장기화되고 있다.

지난해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사들은 질산·탄산·시너·아지노모토 빌드업 필름(ABF)·동박적층판(CCL) 등 원재료 수급 불안을 겪어왔다. 이러한 사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및 자연재해, 이상기후현상 등으로 인해 석유화학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초래됐다. 

공급난이 심화되면서 전 세계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차례로 가격 인상에 나섰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시장 2위 업체인 네덜란드 NXP와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은 차량용 반도체 가격을 10~20% 올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3위 업체인 일본의 르네사스도 고객사를 대상으로 가격 인상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완성차 업체들은 생산 차질을 빚게 됐고 심지어 '생산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렸다. 이렇게 1년이 넘게 지속된 반도체 공급망이 또 다시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일 중국 2대 반도체 업체이자 차량용 반도체를 주로 생산하는 화홍반도체의 3공장 발전소에 화재가 발생했다. 또한 이달 초 네덜란드 장비업체 ASML 화재, 삼성전자 시안 공장 생산라인 축소 등 잇따른 악재로 위기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반도체 서버칩, AP/연합뉴스]
[사진=반도체 서버칩, AP/연합뉴스]

■ 공급난 여파로 불똥튄 완성차 업계

2021년 전 세계 완성차 업계의 중심은 '친환경차'였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일본 도요타자동차 등을 포함해 국내 현대차, 기아 등까지 업계는 앞다퉈 전동화 전략을 발표하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이렇듯 친환경차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공급난 여파는 완성차 업계에 큰 타격을 입혔다. 공장은 가동을 멈추는가 하면 신차 출시가 연기됐다. 즉 업계가 차량을 생산하지 못해 팔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진 것이다. 

지난해 일본 내 주요 공장들과 GM의 북미 공장 6곳의 생산라인이 일시 폐쇄했다.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도 오는 여름 예고했던 2세대 로드스터 출시 시점을 2023년으로 연기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SNS를 통해 "테슬라가 미쳐버린 공급망 부족 현상에 직면하고 있다"며 위기를 언급한 바 있다. 이와 함께 테슬라는 공급난의 여파로 일부 모델 가격을 인상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시장에서도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로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신차 인도를 위해 몇 달 씩 대기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는 일반 자동차에 비해 반도체 부품이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더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부족 사태로 전기차를 포함한 중국의 자동차 생산업체들이 지난 한 해 100만대 가량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고 지적했다. 

[사진=반도체 연구개발, 연합뉴스 TV]
[사진=반도체 연구개발, 연합뉴스 TV]

■ 반도체 공급난, 2023년에는 끝날 수 있을까

5일 블룸버그 통신은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한 반도체 업계의 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바라본다고 보도했다. JP모건이 개최한 기술·자동차 포럼에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한 대부분의 반도체 업체 경영자들은 올해 상반기에는 공급난이 완화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상반기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 경영진도 많았다. 콜필드 CEO는 시설 확장 등에 필요한 시간 등을 고려할 때 공급 문제가 언급되지 않는 시기가 2년 안에는 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품귀 현상이 2023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 가운데 반도체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투자 전문가들은 특히 반도체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은 주가가 많이 올랐던 상태이기 때문에 하락폭이 더 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반도체 공급난에 일각에서는 다각화로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일부 업계는 반도체 내제화를 시도해 반도체 산업구조 개편에 나서기도 하며 반도체 산업구조가 개편되어가고 있다.

공급망 전략과 운영 모델을 점검해 지역편중과 생산성 저하 리스크를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포드, GM 등은 반도체 제조사와 협력을 통해 차량용 반도체 칩을 개발할 계획을 발표했고, 국내 완성차 제조사인 현대차도 내제화 계획을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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