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혜영 교수] 기초자치단체도 매년 예산을 편성하여 기초의회의 심의 및 의결을 받도록 되어있다. 이때 기초의원들과 구민들은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봐야할까? 구민들의 혈세가 헛되이 사용되지 않도록 철저한 감시와 정확한 검토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그 구체적인 원칙은 첫째, 기초자치단체에 정확한 사업계획이 수립되어 있는가하는 것이다. 자치단체에서 올라온 예산들을 뒷받침하는 계획서가 충분히 현실가능성이 있고, 실행가능성이 있는 것인지를 봐야 한다. 부족하다면 주관부서에서 작성한 계획서에 추가적인 자료와 계획을 요청해야 하며, 그 계획서에서 다루고 있는 예산들이 계획서의 내용과 충분히 상응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시설물 건립과 관련된 것이면 건립 타당보고서(용역보고서)가 미리 나와 있어야 하며, 조직운영이나 행정서비스와 관련된 것이라면 프로그램 내용과 대상자 수, 기대목표, 연차 계획 및 재정확보방안 등이 표시된 충실한 계획서가 있어야 한다.

둘째, 상위 자치단체와 정부의 국고보조금 등 상부기관의 예산 확보는 정확히 되어 있는가하는 것이다. “쌀이 있으면 옆집에서 땔감을 빌려와 솥에다가 밥을 할텐데….”와 같은 식의 예산은 과감히 삭제해야 한다. 결국은 지금 하나도 된 것이 없다는 얘기인데, 뜬 구름 잡는 예산은 없어져야 한다. 떡 줄 사람 생각도 안하는데, “이렇게 될 것이다 혹은 ○○가 해주기로 했다”는 구전 형식의 얘기를 기반으로 한 예산편성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중앙부처나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예산지원 계획이 있는 문서화된 예산에 대해서만 승인해야 할 것이다.

셋째, 주민생활에 정말 필요한 사업인가 하는 점이다. 주민들의 생활이 점점 어려워져가고 있는 이 마당에, 주민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는 선심성 행사 위주로 된 사업을 겨냥한 예산은 과감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주민들에게 피부에 와 닿는 생활지원서비스에 초점을 둔 사업지원이 필요하다.

넷째, 업무추진비나 회의비와 같이 개인의 배를 불리는 예산은 없는가 하는 점도 눈여겨 봐야한다. 공공조직의 예산은 허리를 졸라매는 모습이 보여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은근슬쩍 공무원들의 업무추진비나 해외출장 경비 등과 같이 주민들이 아닌 개인들의 사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예산들이 예산서에 여기저기 숨어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돋보기를 갖고 하나하나 잘 살펴봐야 할 것이다.

다섯째, 특정 지역 혹은 읍면동, 특정단체 및 특정인에게만 적용되는 사업은 없는가 하는 것이다. 특정 기초의원과 구청이 결탁해서 자신의 지역에만 민원을 해결하려는 사업들이 있다면 철저히 가려내야 할 것이다. 기초자치단체가 기초의원들을 길들이기 위해 예산 특별배려를 해주는 사례는 오랜 전통으로 내려오고 있다. 이러한 부분은 주민들의 눈으로 감시하고 과감히 잘라야 한다. 어떤 지역의 문제는 그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지역의 문제도 될 수 있다. 시행하려면 모든 지역에 해야 형평성이 있는 것이지, 마치 기초의원이 선심 쓰고 기초자치단체장이 빛을 내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형평성 있게 예산이 편성되어 있지 않다면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특정 주민이나 단체를 대상으로 혜택을 주는 사업은 과감히 잘라야 한다. 주민 모두가 대상이 되지 못하는 사업들은 특혜 혹은 특별대우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여섯째, 주민의 합의가 선행되었는가 하는 원칙이다. 단체장의 공약사업이나 구청의 중점사업이라도 주민들이 정서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하며, 오히려 주민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해 매번 주민들의 대의기관인 기초의회에서 난도질당할 수 있다. 왜 기초의원들이 반대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단지 의회와 집행부 간의 힘겨루기로 만 보지 말아야 한다.

일곱째, 자격을 갖춘 사업자들이 일을 추진하고 있는가하는 점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실시 용역이나 건설 및 공사발주에 있어 자격을 갖춘 업체에 제대로 주고 있는지 확인하여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공무원들이 감사받게 되는 대상이 되는 일이다. 공적 예산은 설날 용돈 주듯이 아는 곳에 떨궈주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구혜영 한양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구혜영 한양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 광진구복지재단 이사장
현) 광진학교(특수학교) 학교운영위원장
현) 한국자원봉사포럼 이사

 

저서: 
자원봉사론 2판(2018), 
인간행동과 사회환경 3판(2021)
사회복지실천기술론 3판 (2021),
청소년복지론 2판(2020),
아동복지론(2018),
그래서, 그래도 말단이고 싶다(에세이집, 2021)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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