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대선 오는 1월 24일 3시 실시
유력 대선후보 소개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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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투데이 이하경 기자] 이탈리아의 제13대 대통령 선거가 오는 24일(현지 시간) 오후 3시  실시된다.

이탈리아 헌법에 따르면 하원의장이 현직 대통령 임기 만료 30일 전에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발표하도록 규정돼 있다. 지난 2015년 선출된 제12대 대통령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의 임기는 다음 달 3일이면 만료된다. 

이탈리아 대선 소개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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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대선은 국민의 직접 선거로 선출되는 대한민국과 달리 하원의원 630명, 상원의원 315명, 종신상원의원 6명, 20개 주 대표단 58명 등 총 1009명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이 대통령 선거를 하는 방식이다. 

다만, 투표 결과가 당선 요건에 도달하지 못하면 그 기준이 통과되는 후보자가 나올 때까지 투표가 계속된다. 후보자가 선거인단 3분의 2 이상 득표를 하지 못하면 재투표가 실시된다. 3차 투표까지도 3분의 2 득표를 못하면 4차부터는  과반 득표면 당선된다. 지난 1971년 선거 때는 과반 득표를 한 후보자가 나오지 않아 무려 23차까지 투표가 이어지기도 했다. 

한국처럼 정당과 기호, 후보자 명이 기재된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는 방식이 아니라 선거인단이 대통령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이름을 투표용지에 적는다. 정치인뿐 아니라 연예인, 평범한 시민 등 만 50세 이상의 이탈리아 국민은 누구나 대통령 후보가 되는 셈이다.

이탈리아는 대통령이 국가의 전반적인 살림을 꾸리는 한국과 달리, '의원 내각제'로 그 역할이 제한적이다. 헌법을 수호하고, 대외적으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것이 대통령의 주요 임무이며, 법률 공포 거부권, 사면 및 감형, 비상 정국에서의 의회 해산, 차기 총리 후보자 지명 등이 권한이다. 대통령의 임기는 7년이다.  

유력 대선후보, 마리오 드라기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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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좌·우파 정당 모두가 지지하는 유력 대선주자는 마리오 드라기 현 총리다.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출신으로 재임 당시 '유로 존(유료화를 쓰는 19개국)을 구했다는 평가를 받은 그는 이전부터 꾸준히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돼왔다. 

2년 전만 해도 이탈리아의 경제 상황은 2000년만 못한  수준이었다. 1946년 의회가 수립된 이래 75년간 무려 67번이나 정부가 교체되는 등 이탈리아 정계에는 불안이 고착화 돼 있었다. 

이탈리아 역사상 의회로부터 가장 압도적인 지지를 끌어내며 작년 2월 총리로 취임한 마드리오 드라기는 '좌우 동거 내각'을 원활하게 이끌었다.

뼈를 깎는 개혁으로 그는 유럽연합(EU) 내 27개 회원국 중 가장 많은 코로나 19 회복 기금을 배분받는 성과를 이뤄내는 등 독일이나 프랑스보다 빠른 속도로 이탈리아의 경제를 회복·성장시켰다. 그의 리더쉽은 바람 잘 날 없던 이탈리아 정가에 근래 보기 드문 평화를 가져다주었다. 국민들은 그를 '슈퍼 마리오'라고 부르며 지지하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마리오 드라기의 향후 거취에 대해 이탈리아인의 70%가 그가 총리로 남기를 원한다고 답했으며, 대통령이 되길 원한다는 응답은 12%에 그쳤다. 다만 다른 조사에선 50%가 넘는 이탈리안이 그가 대통령 후보로 가장 적합하다고 응답했다. 

가장 적합한 후보이지만, 쉽사리 그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우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딜레마다.

 그가 대통령직으로 옮겨갈 경우, 총리로서 구심점을 잡아주던 그가 사라지며 내각이 혼란에 휩싸여 조기 총선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또한 대통령보다 총리의 역할이 국가의 운영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의원 내각제의 입장에서는 유능한 정치인인 그를 대통령으로 추대하는 것은 국가의 손실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또다른 유력 대선 주자?

좌·우파 주요 정당은 드라기 총리 외에도 대안을 모으기 위해 협상 중이다.

헌정사상 첫 여성 헌법재판소장 출신인 마르타 카르타비아 현 법무부 장관, 글로벌 통신업체 보다폰의 최고경영자를 지낸 비토리오 콜라오 기술혁신·디지털전환부 장관 등의 비정치권 인사가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나 아직 정당 간 협의에 이르지 못한 모습이다.

마르타 카르티비아

마르타 카르티비아는 현 이탈리아 법무부 장관이자 최연소로 이탈리아 헌법재판소장을 지낸 여성이다. 카르타비아가 당선 될 경우 이탈리아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된다. 

대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 정계에서는 세르조 마타렐라 현 대통령이 연임해 내년 총선 때까지 자리를 지켜주기를 바라는 분위기도 강해지고 있다. 민영 방송 SKY TG24 의뢰로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탈리아인의 65%가 마타렐라 대통령의 연임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마타렐라 대통령이 자신의 나이와 법학자로서의 신념을 이유로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지속적으로 밝혀왔기에 실현 가능할지는 미지수이다. 투표에서 선출되면 본인 의사와는 관계없이 다시 대통령직을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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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재기를 노리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역시 지난해 말부터 선거를 위한 물밑작업에 들어갔다. 그는 총 3세례 총리로 당선되었는데, 이탈리아 최장수 지도자다. 그러나 뇌물, 횡령, 성추문, 마피아 연루 등 논란이 끊이질 않으며 스캔들의 제왕이라는 오명을 얻었기에, 그의 재선 도전이 역전을 허락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오는 2029년까지 이탈리아를 이끌어갈 새로운 리더쉽이 누구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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