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용 범위 무궁무진한 뉴로모픽 반도체, 국내 기업도 본격 개발
뉴로모픽 반도체의 현주소와 여전히 부족한 인력...창의적 인재 양성 중요

[사진=블룸버그]
[사진=블룸버그]

[월드투데이 유효미 기자] 반도체 업체들이 사람의 뇌를 모방한 뉴로모픽 반도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뉴로모픽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와 프로세서를 하나로 통합해 사람의 뇌처럼 연산하는 반도체다. 저전력으로 고성능을 낼 수 있어 급격하게 늘어나는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대안으로 뉴로모픽 반도체가 지목되고 있다. 

인공지능 개발의 핵심, 뉴로모픽 반도체

뉴로모픽 반도체의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히다.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을 넘어 인공지능(AI) 로봇 개발 등의 분야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뉴로모픽 반도체는 2세대 AI 반도체다. AI 반도체는 AI가 학습하고 추론하는 과정에서 데이터를 읽고 연산해주는 기능을 수행한다. 지난 10여 년간의 기술 축적으로 AI는 인지 알고리즘으로 진화하고 있다. 인간의 두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인간의 사고 과정을 복제가 필요하다. 이를 가능케 하는 하드웨어가 바로 AI 반도체다.

앞서 뉴로모픽 반도체가 2세대 AI 반도체라고 설명했는데, 1세대 AI 반도체를 대표하는 것이 주문형 반도체(ASIC)와 특정용도 표준 제품(ASSP)이다. 1세대 AI 반도체는 연산 속도 향상을 목적으로 개발돼 속도와 효율성을 개선했지만,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디자인된 알고리즘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사진=사람의 뇌 신경망을 모방한 뉴로모픽 반도체, 삼성전자]
[사진=사람의 뇌 신경망을 모방한 뉴로모픽 반도체, 삼성전자]

뉴로모픽 반도체 본격 개발 나선 국내 업체

한편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 2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개발에 주력하기보다는 메모리 분야의 강점을 살린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다만 지난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뉴로모픽 반도체를 미래 기술로 선정하면서 기술 개발에 주력 중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하버드대 연구진과 뉴로모픽 반도체 비전을 제시한 논문을 네이처 일렉트로닉스에 게재한 바도 있다. 삼성전자는 뇌 신경망에서 뉴런이 보내는 전기 신호를 나노전극으로 측정해 복사하고, 파악된 내용을 반도체에 적용하는 방법으로 뉴로모픽 반도체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 최초로 구현한 인-메모리 컴퓨팅이 뉴로모픽 반도체 개발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인텔의 뉴로모픽 반도체 로하이, 인텔]
[사진=인텔의 뉴로모픽 반도체 로하이, 인텔]

뉴로모픽 반도체의 중요성과 탄생 과정

현재 운영되고 있는 컴퓨팅 기술은 연산과 저장을 수행하는 반도체가 직렬로 연결되어 있다. 연산을 수행하는 CPU와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가 별개로 움직이기 때문에, 두 반도체를 연결해 데이터를 주고받는 성능은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하지만 뉴로모픽 반도체는 모든 칩들이 병렬로 연결되어 있다. 마치 인간의 신경망 구조와 같다. 따라서 뇌 신경망 구조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인-메모리 컴퓨팅에서 더 나아간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뉴로모픽 반도체 내 소자는 인간 뇌의 뉴런(연산), 메모리는 시냅스(기억) 역할을 담당한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를 한 번에 저장하고 처리하는 뉴로모픽 반도체가 용이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뉴로모픽 반도체의 최대 장점으로 거론되는 것은, 기존 반도체 대비 높은 집적도를 가졌다는 점이다. 집적도는 1개의 반도체 칩에 들어가는 소자 수를 말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팀이 지난해 8월 개발한 뉴로모픽 반도체는 시중에 나온 CPU보다 집적도가 3500배 높아, 기존 CPU 대비 연산 처리 능력이 수천배 빠르다.

이 같은 뉴로모픽 반도체의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된 때는 2000년대 무렵이다. 뉴로모픽은 '신경의 형태를 가진'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1990년대 뇌의 신경세포인 뉴런을 서로 잇는 연결고리인 시냅스의 신호 전달 방식이 반도체의 트랜지스터 동작 방식과 유사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후 반도체 업계는 뇌의 작동 방식과 유사한 반도체 칩이 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본격 개발에 착수했다. 

[사진=삼성전자]
[사진=삼성전자]

글로벌 경쟁력 확보 위한 노력...인재 양성 중요하다

아직까지는 IBM이 뉴로모픽 반도체 개발에서 가장 앞선 업체로 꼽히고 있다. 인텔도 IBM을 뒤따라 뉴로모픽 반도체에서 앞서는 중이다. 인텔은 지난 2020년 뉴로모픽 연구 시스템 포호이키 스프링스를 공개했다. 포호이키 스프링스는 동물이 냄새를 맡을 때 뇌에서 일어나는 전기 신호를 복사해 뉴로모픽 반도체에 적용한 것으로, 생쥐에 맞먹는 후각 능력을 지녔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뉴로모픽 반도체 개발의 선두주자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6년 미국 스탠퍼드대와 공동 연구개발 협약을 맺고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AI 반도체인 뉴로모픽 반도체 시장을 선점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의 AI 반도체 경쟁력이 미국과 중국에 뒤처져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국내 반도체 기업의 메모리 양산기술이 세계 최고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연구개발(R&D) 수준까지 미국과 중국보다 앞선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이 교수는 AI의 소프트웨어인 딥러닝 분야의 경우 국내 기업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I의 하드웨어 분야는 반도체의 새로운 영역이기에 국내 기업의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뉴로모픽 반도체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이 외국 기업에 비해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AI 반도체 기술 선점을 위한 해법으로 창의적 인재 개발을 강조했다. 결국 대학의 인력양성이 중요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충분한 교육과 연구 인프라가 갖춰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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