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러시아에 천연가스 의존도 매우 높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소극적인 제재에 비난
러시아산 천연가스·석유 전면적 금지조치, 현실적 대안이 확보된 이후일것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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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투데이 이주원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의 대 러시아 제재가 점차 심화되는 가운데, 석유와 천연가스 제재를 둘러싸고 유럽연합(EU) 국가들 간 이견이 일어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한 학살·위협·성폭행 등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속속들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국제사회로부터 맹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서방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단계적으로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금수조치이다.

그러나 미국과 달리 EU는 천연가스·석유 수입 전면 금수에 대해서는 주저하고 있다. EU는 천연가스 40%, 석유 25%가량을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등 러시아 에너지에 대해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 8일(현지시간) 러시아에 대한 제재안으로 러시아산 석탄 수입 금지 조치에 합의했지만 천연가스·석유 금수와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지난 6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학살을 저지르는데도 에너지 수입 전면 금지에 미온적인 EU를 비난하기도 하였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은 러시아에 대해 충분한 제재를 가하고 있지 않다고 하며 자유 민주주의 진영은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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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유럽연합(EU)이 이토록 러시아산 석유·천연가스 수입금지 조치에 망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EU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석탄에 대한 의존도를 오랜 기간 줄여왔다. EU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세우고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양을 55% 이상 감축하는 것에 합의하였다. 

그러나 결국 그만큼 러시아 천연가스에 의존하게 되는데, 석탄 연료 사용을 줄이는 만큼 이를 천연가스로 대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영국 북해 가스전이 고갈되고 EU에서 가장 큰 가스전인 네덜란드 흐로닝언 가스전이 지진 유발의 위험으로 폐쇄되면서 EU 자체에서만 가스를 수급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독일의 탈원전 기조도 한몫한다. 일본의 후쿠시마 사고 이후 독일은 2022년까지 가동 원전 17기를 모두 폐쇄하고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일 계획이었다. 그러나 탈원전 계획은 '노르트 스트림 2' 프로젝트 없이는 이루어지기 어렵다.

지난해 9월 완공된 '노르트 스트림 2'은 러시아-독일 직통 가스관으로 이를 통해 러시아 천연가스를 더욱 많이 공급받을 수 있게 되는데, 이는 EU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 강화로 이어진다. 미국 정부가 '노르트 스트림2' 프로젝트를 강하게 반대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독일은 우크라 사태 이후 '노르트 스트림 2' 가스관에 대한 승인 절차를 중단한 상태지만 전면적인 가스 금수조치에는 망설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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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핀란드, 헝가리, 불가리아는 러시아에 전적으로 천연가스를 의존하고 있고 폴란드는 천연가스의 약 80%를 러시아에서 들여온다. 이탈리아는 자국 천연가스 중 40% 가까이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가스를 완전히 끊는다면 EU에는 가스 대란이 발생하게 된다.

2020년 기준 러시아의 전체 수출에서 원유·가스가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만큼 대 러시아 에너지 제재는 효과적인 수단일 수 있다. 그러나 EU가 천연가스 대부분을 러시아에 의존하는 만큼 러시아산 천연가스 전면 금수조치는 현실적 대안이 확보된 이후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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