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묶인 채 검은 포대에 쌓인 시신들
머리 뒷편에 총탄 흔적...학살 결정적 증거
브로댠캬 등 타 도시도 염려스러운 상황

부차를 방문한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AFP/연합뉴스]
부차를 방문한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AFP/연합뉴스]

[월드투데이 최도식 기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을 집단으로 학살한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키이우를 탈환한 우크라이나 군이 키이우 인근의 부차에서 집단 학살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민간인 시신들을 확인했다.

부차에서 발견된 시신 중 일부는 검은 포대로 싸여 있었으며, 또 다른 시신은 포대도 없이 그대로 묻혀있었다. 심지어 전신이 다 매장되지도 못한 시신도 발견됐다.

구덩이에 매장된 민간인들의 시신[사진=로이터통신/연합뉴스]
구덩이에 매장된 민간인들의 시신[사진=로이터통신/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측에 따르면 일부 시신은 손과 다리는 묶여있고, 머리 뒤편에는 총알구멍이 발견됐다. 

위성 사진에는 부차의 한 교회 앞 마당에 집단 매장 터로 보이는 길이 약 14m의 구덩이도 포착됐다. CNN이 주민들을 취재한 내용에 따르면 이 구덩이는 전쟁 초기부터 러시아군에 살해된 민간인이 이곳에 묻혔고 매장된 시신이 150구 정도나 된다.

부차의 참상[사진=AP/연합뉴스]
부차의 참상[사진=AP/연합뉴스]

러시아군의 전쟁범죄를 뒷받침하는 부차 주민의 추가 증언도 잇따랐다. 가디언지는 부차 주민과의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 병사들이 인도주의 통로로 도시를 빠져나가려는 사람들에 총을 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했다.

아직까지 희생자 규모에 대해 정확한 조사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우크라이나 당국은 최소 수백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고 있다.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으로부터 탈환한 뒤 집단 매장 터와 많은 시신이 발견된 부차에서 최소 300여 명의 민간인이 살해당했다며 브로댠카와 다른 도시의 희생자 수가 훨씬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생존자의 증언을 듣는 젤렌스키 대통령[UPI/연합뉴스]
생존자의 증언을 듣는 젤렌스키 대통령[UPI/연합뉴스]

러시아군이 부차에서 저지른 만행이 세상에 드러나자 국제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살해된 민간인들의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유엔 차원의 조사를 시사했다.

한편 영국 더타임스는 러시아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러시아군의 만행의 이유를 분석했다.

더 타임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유럽·러시아 담당 선임 국장을 지낸 피오나 힐의 말을 빌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인들을 러시아의 '배신자'로 보고 있다며 이번 전쟁이 '함락'에서 '대학살'과 '절멸'의 양상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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