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가 만난 사람들, 우크라이나 국립세무종합대 한국어학과장 최광순
한국의 과거를 보는 듯한 우크라이나의 모습
W밋유로 알아보는 우크라이나 2편

유럽에서 전쟁 반대 시위 [사진=최광순 교수]

[월드투데이 박한나 기자] 우크라이나의 고통은 지난 8년간 이어지고 있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 투쟁하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투쟁은 과연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인가. 과연 승자가 있는 전쟁인 걸까.

'유럽판 9·11'테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21세기에 일어날 수 없는 비인류적인 대응이라는 비판이다. 우크라이나 국립세무종합대 한국어 학과장 최광순 교수도 이에 입을 모았다. 최 교수는 월드투데이와 인터뷰를 통해 "약소국에 대한 강대국의 침략이 합리화 된다면, 이 세상의 평화와 정의는 없어진다. 지금까지 배워왔던 신념이 아닌 이익을 위함을 멈추지 못한다면 자녀들의 미래는 어떠할지 생각하고 싶지 않아진다"고 전했다. 최광순 교수는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21년 동안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본격적 공습을 피해 지난 2월 한국으로 귀국했다. 

키예프 광장 러시아 시민들 [사진=최광순 교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최 교수의 입장은 단호했다. "실제로 러시아 군인들 속아서 전쟁에 참여했다. 포로로 데려간 러시아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은 스스로 '이건 살상이고 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며 "(러시아는 군인들에게)거짓말을 하면서 속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계속되는 포격과 사상을 보며 러시아는 전쟁을 멈추기보단 자신의 명분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함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일 영국 미러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진행된 생포된 러시아 군인 6명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군인들은 입을 모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거짓말쟁이"라며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또한 우크라이나군에 항복한 젤레즈냐크는 푸틴 대통령이 사전 경고 없는 우크라이나 현지의 병원과 도시를 향한 민간인 폭격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하며 "우리뿐 아니라 러시아 전체를 속였다"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자국민 보호를 주장하며 침공을 정당화하고 있다. 실제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 간의 차별이 존재했냐는 질문에 최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동양인에게는 차별이 있다. 그러나 역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오래전 징기스칸을 통해 학살됐던 그들의 과거가 동양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불러일으킨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서 최 교수는 "러시아에게 우크라이나는 어머니와 같은 나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지배하려는 경향이 있다. 또한 경쟁적인 이유도 있다. 그러나 러시아 사람들 중에서도 4명의 1명 꼴은 우크라이나 사람이다. 차별이 없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언어나 여권으로 인한 차별은 없었다"고 전했다. 

최광순 교수는 우크라이나인들이 포로로 잡힌 러시아 군인들에게 먹을 것을 주며 러시아 현지의 가족과 연락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증언들은 푸틴의 침공 정당화를 무력화시킨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 그 이유는 푸틴과 러시아 정부만이 알 것이다. 다만 일부의 사리사욕으로 인해 너무 많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계속되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세계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의 국경을 넘은 난민들에게 집과 음식을 대접하며 돕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선택적 환대'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최근 아프가니스탄이나 시리아 난민들과 다른 케이스"라고 말한다. 난민은 기아와 기근, 천재지변, 전쟁 등의 특수한 상황의 어려움을 겪는 이재민을 의미한다. 따라서 최근 시리아 사태나 아프간과 달리 우크라이나인들은 나라를 지키려는 의지가 있으며 전쟁이 끝나면 자국으로 돌아오려는 의지에서 다르게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각 나라의 민가에서 임시로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받아들여 더부살이하는 방식이 언제까지 가능할지도 불투명하다. 현재까지 우크라이나를 빠져나온 난민은 350만 명 이상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인구 이동 중 최대 규모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나 12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시장인 라파우 트샤스코프스키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더는 수용할 수 없는 처지"라고 말할 정도이다.

해르손 지역 최초 순교? 자폭으로 다리를 폭파하여 러시아 탱크 진입을 2일 정도 늦춤 [사진=우크라이나 현지언론, 최광순 교수]
해르손 지역 최초 순교? 자폭으로 다리를 폭파하여 러시아 탱크 진입을 2일 정도 늦춤 [사진=우크라이나 현지언론, 최광순 교수]

한편, 최광순 교수는 최근 온라인 수업을 재개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최 교수는 "학생들의 일상은 포격 소리와 함게 방공호 대피 사이렌이 울리는 곳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다. 그런 학생들에게는 공부가 필요하며 아이들에겐 놀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학생들의 40%는 외국으로 나머지 학생들은 우크라이나 현지에 있다. 아이들은 말한다. '자기 나라를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 자유나 존재는 없어지니, 어떤 방법이든지 스스로 나라를 지켜야 한다'고 말이다"

우크라이나를 자신의 '제2의 나라'라고 말하는 최 교수는 우크라이나 역사 이래 이러한 국민 단합은 처음이라고 말한다. 시리아나 아프간을 보면 난민이 속출하며 결국 나라가 없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첫 폭격 이후 당국의 정치인들이 우크라이나를 떠났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자국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현재도 이어가고 있다.

나라를 지키겠다는 남성들은 자원입대를 희망하며 전장으로 떠나고 노인들은 자신의 집을 여전히 지키고 있다. 또한 학생들과 무기를 들지 못하는 이들은 테니스 코트와 천을 이용하여 바느질로 위장막을 만들기도 한다. 또한 식량이 부족한 이들에게 자신의 빵을 내어주며 우크라이나인들은 함께 나라를 지키고 있다. 

2.27 러대사관앞 전쟁 반대 시위 [사진=최광순 교수, 우크라이나 선교사]
2.27 러대사관앞 전쟁 반대 시위 [사진=최광순 교수, 우크라이나 선교사]

최광순 교수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한국인들의 목소리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최 교수는 "한국의 저력이 있다"며 "과거 일제 침략을 떠올리며 약소국이기에 일본의 외교적 전략에 의해 고통받았던 한국이 더욱 우크라이나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한류의 영향력이 크다. 한류 스타들이 정치적 단어를 제외한 우크라이나를 응원하는 메시지와 챌린지를 통해 고통받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길 바란다"고 최 교수는 요청했다. 

러시아 현지에는 가짜 뉴스를 통해 국민들을 선동하고 있다. 지난 22일 미 워싱턴포스트는 푸틴 정부가  '가짜 뉴스' 유포자에게 최고 15년 징역형을 내리겠다며 러시아 언론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지난달 24일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전쟁의 침상을 보도 중인 러시아 독립언론 '노바야 가제타'는 "우리는 비통했다. 비통하면서도 부끄러웠다"면서 "우리나라의 폭격기와 대포가 이웃 나라의 도시를 파괴한 이상 우리는 그전과 똑같은 삶을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전하며 러시아 언론의 현실을 폭로했다.

이외에도 저녁 생방송 도중 전쟁 반대를 지지하는 팻말을 들어 보이며 기습 시위를 한 러시아 국영 채널1 TV 편집자인 마리아 오브샤니코바가 구금되기도 했다. 러시아는 이와 같이 우크라이나 침공 시작 이후 반전 시위대와 독립언론, 쇼셜미디어의 탄압을 가하며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최광순 교수는 '동참'을 강조한다. 최 교수는 다양한 모금 활동을 통한 구호 선금을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스크에 우크라이나 국기 스티커를 부착하는 등의 의식 있는 행동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관심을 끌어모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먼 타국 땅의 전쟁 소식은 마음은 아프지만, 공감하기 쉽지 않은 '남의 얘기'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월드투데이가 만난 우크라이나 땅의 이야기는 단순한 '먼 나라의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우리의 과거였고 어쩌면 미래가 될지도 모르는 애석한 현실이다. 

누군가는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 번쯤 일어날 일이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숱한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의 희생은 무엇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당연한 희생은 없다. 모든 희생에는 그 대가가 따른다. 러시시아 원하는 그 희생의 대가는 무엇인지 다시금 반문해 본다.

또 다른 누군가는 '제3차 세계대전의 시작' 혹은 '신냉전' 이라고도 말한다. 과한 해석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면 알 수 있다. 전쟁에 있어서 어떤 것도 용납될 수 없는 무고한 피 흘림이 따른다는 것을 말이다. 

인간의 도의를 저버린 욕망의 야욕이 어떤 결과를 야기할지, 세계는 주목하고 함께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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