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웃 고발과 자발적 감시 심해지는 사회로 
정부, '자기 정화' 앞세우며 고발해야만 하는 분위기 형성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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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투데이 김시연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웃 고발과 자발적 감시가 심해지는 사회가 되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가 과거 소련 시절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자발적 감시와 이웃 고발이 당연시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사할린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고 있는 마리나 두브로바(57). 그는 8학년 학생들에게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어로 '전쟁 없는 세계'에 대한 유튜브 노래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그에게 한 무리의 학생들은 찾아와 "우크라이나는 우리와 별개의 독립국인가요"라고 물었고 다른 학생은 "더는 아니에요"라며 그에게 따졌다고 한다.

며칠 후 그에게 경찰이 찾아왔고 두브로바는 공개적으로 러시아군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는 이유로 50만 원 상당의 벌금을 내야 했으며, 학교에서까지 해고당했다.

러시아 내 찬성 분위기에 대해 두브로바는 "모두 광기에 빠진 것 같다"라고 NYT를 통해 전했다.

아주 흔하게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NYT는 이 사건을 러시아 사회에서 극단적 갈등의 상황이 나타나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 동료 시민을 신고하지 않는 사람은 스스로 의심해 봐야 한다는 논리의 과거 소련식 공포 정책을 다시 강화하면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군에 반하는 공개 성명을 내면 최고 15년에 처하는 법안에 서명했고 또 우크라이나 전쟁을 '전쟁', '공격' 그리고 '침공'이라고 칭하는 것을 불법이라고 정했다. 그는 이러한 행동이 가혹하긴 하지만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정보 전쟁'을 생각하면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지난 3월 16일 푸틴은 "진정한 애국자를 쓰레기, 배신자 사이에서 구별해 내야 한다"라고 연설하면서 러시아 사회에 '자기 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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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인권감시단체 'OVD-인포'는 러시아 검찰이 40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이 법을 적용했다고 보도했다.

알렉산드라 바예바 OVD-인포 법무실장은 사람들이 동료를 신고하는 빈도가 급증했다고 전하며, "탄압은 당국자들의 손에 의해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손에서도 이뤄진다"라고 주장했다.

모스크바 서부의 한 쇼핑몰 컴퓨터 수리점에 전시된 모니터에 '전쟁 금지'라는 문자가 나왔다는 이유로 지나가던 행인이 신고했고, 가게 주인인 마라트 그라체프가 경찰에 체포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칼리닌그라드 서부지역의 한 지방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선동하는 이들의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를 신고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지역 주민들에게 보냈으며, 러시아의 한 국수주의 정당은 엘리트 계층에서 '해충'을 제보하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하기도 하는 등 동료 시민을 신고하라는 강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드미트리 쿠즈네초프 의원은 "청소가 시작될 것이라 확신한다"라며 "전쟁이 어느 정도 지나가면 그 과정이 속도를 낼 것이라 예상된다"라고 전했다.

역사학자 니키타 페트로프는 "사람들에게 다시 공포가 스며들고 있다"라며 "이 공포 때문에 사람들이 서로를 고발한다"라고 주장했다.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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