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 오는 6월 17일 개봉
균형감 있는 연출과 섬세한 연기력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

[월드투데이 박한나 기자] 자허는 예고 없이 '엄마'라는 세상을 잃었다. 나의 모든 것이었던 엄마는 이제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알 수 없는 또 하나의 세계가 자허를 찾아온다.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은 엄마가 살해된 후 모든 것이 엉망이 된 소녀 자허를 따라간다. 엄마와의 작별 이후, 레슬링을 하던 아빠는 생계를 이어나가기 바쁘고, 자허는 학교에서 친구들에게는 따돌림을 당한다. 일상에 적응하지 못하던 자허는 우연히 엄마를 죽인 가해 소년 유레이를 마주치게 되고 집행된 형보다 일찍 출소한 그를 보고 분노하게 된다.
이미 제44회 홍콩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제2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으며 평단의 이목을 집중시킨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은 엄마를 살해한 소년범을 마주한 소녀 자허의 심리적 동요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특히 인물에 집중케하는 4:3 영상 연출은 스스로도 낯선 감정의 혼란 속에서 어설프지만 깊은 아픔의 고통을 발산하는 각 인물들의 감정선을 힘 있게 전달한다. 자칫 유레이와 자허의 침묵과 행동들은 청춘 로맨스로 흘러갈 것 같은 묘한 기대감을 주기도 하지만, 조금씩 공개되는 자허와 엄마의 이야기로 이야기에 새로운 관점들을 발견하도록 이끈다.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은 범죄가 일어난 시점이 아닌, 3년 후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나아가 청소년 범죄에 대한 물음을 던짐과 동시에 피해 가족인 청소년이 어떻게 이 범죄를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아낸다.
가해자를 향한 복수에서 유레이를 향한 복수로 바뀐 자허의 동행은 유레이에 대한 공감이 되고 두 사람은 제법 가까워진다. 결국 이 작품은 한 아이가 세상을 배워가는 성장통을 그려낸 작품이다. 엄마를 떠나보내고 복수를 고민하지만, 가해자를 이해하게 되고 비로소 엄마의 죽음을 마음으로 이해하는 무겁지만 힘겹게 내디딘 발돋움이다.

따라서 살인사건에 의한 자허의 복수심, 증오심은 극적인 압박감을 주지 않기보단 전반전인 톤을 유지하며 흐른다. 이러한 톤앤톤은 영화가 전개될수록 본 이야기가 모습을 드러내는 전개 방식은 강한 몰입을 이끌어낸다.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은 다소 무거운 스토리 속에 담담하게 풀어나가는 전개 방식은 되레 신선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또한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구분된 화면 속 미장센은 관객들에게 다양한 메타포를 제시해 스토리 전개의 힘을 더한다.

작품이 다루고 있는 소재와는 다르게 작품 자체는 아기자기하다는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다. 스토리, 영상, 연출까지 감독과 제작진의 고민이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지만 과하지 않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작품성이 높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영화의 초반에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루즈함은 커다란 아쉬움으로 남을 듯하다. 오는 6월 17일 개봉, 러닝타임 100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