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온 화이트' 오는 6월 10일 개봉
고요함 속 숨겨진 추악한 차가움 '화이트 온 화이트'

[월드투데이 박한나 기자] 지겹도록 고요한 설원 위, 인디언 학살이라는 역사의 비극이 빛을 발한다.
'스페인 최고의 영화 중 하나'라는 극찬을 받고 있는 '화이트 온 화이트'는 아름다운 설원을 배경으로, 암울한 인종차별 역사의 시발점을 가감 없이 담아낸 영화이다. '포터'라는 정체불명의 지주의 웨딩 사진을 찍기 위해 칠레의 한 설원에 도착한 중년의 사진가 '페드로'는 그곳에서 가히 충격적인 사건들을 마주하게 된다.

하얀 드레스를 입고 독사진을 찍는 소녀와 페드로의 모습으로 시작된 영화는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어린 신부의 아름다움에 집착하던 페드로는 결국 몰래 신부의 사진을 남기려다가 인부들의 손에 잡혀 일터로 내몰리게 된다.
'화이트 온 화이트'는 원주민 학살의 비극적인 역사를 배경으로 한다.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티에라 델 푸에고'는 스페인의 남미 정복 이후, 어마어마한 황금이 있다는 소문이 돌아 많은 유럽인들이 모여들며 이곳에 살던 원주민들에게는 큰 비극이 찾아왔던 곳이다.

당시 ‘티에라 델 푸에고’에는 ‘셀크남 족’과 ‘야간 족’ 등의 원주민들이 거주하였으나, 이곳을 침략한 유럽인들이 조직적으로 이들을 학살해, 현재는 대부분의 원주민들이 사라졌다고 전해진다. 자신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인간이 같은 인간을 학살했던 이러한 비극은, 인류가 반성해야 하는 흑역사 중 하나로 남아있다.

칠레의 아름다운 설원을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화면과 달리, 미지의 땅을 마주하는 백인들이 그들의 색으로 기존의 것에 덧칠했던 불편한 역사가 펼쳐진다. 어마어마한 땅을 소유했지만 결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포터'에 대한 페드로의 궁금증이 높아질수록 페드로는 포터의 불편한 진실에 닿게 된다. 황무지를 찾은 인부들은 오직 포터의 재산 증식만을 위해 일한다.
영화는 이런 '인종 갈등'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주인공 ‘페드로’가 겪는 사건들을 통해 관객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포터에게 고용된 일꾼들은 원주민을 죽이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죽은 원주민의 귀를 베어간다. 또한 여자 원주민들이 성희롱을 당하는 모습 등을 담아 비인간적인 태도와 행위들을 낯낯히 드러낸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비인간적인 행위들에 대하여 그 누구도 반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되레 아무렇지 않게 행한다. 그들의 모습에 놀람과 불쾌함을 느끼던 페드로도 점점 무감각해진다.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둡다. 세찬 바람과 눈 밟는 소리는 그대로 드러나지만, 눈처럼 시린 현실에 대해 투쟁하거나 맞서는 소리 혹은 추악한 현실에 대한 비명 따윈 전혀 들리지 않는다. 모든 역사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지만, 편협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역사는 '역사'로서의 가치를 실현하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 남을 뿐이다. 오는 6월 10일 개봉, 러닝타임 100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