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위기, 유로존 탈퇴 등 유로존 위기 상황 정리
ECB가 통화 정책, 각 국 정부가 재정 정책 담당
[월드투데이 전유진 기자] ‘다양성 속 통합’의 가치를 내세우며 초국가 공동체 형성의 길을 걷고 있는 EU. EU는 공동시장 형성을 넘어 경제 동맹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여기에서 말하는 경제동맹은 공통 통화를 만들고, 지역의 중앙은행도 설립하는 지역경제통합의 가장 심화된 단계를 의미한다. 이게 바로 유로존이다.
![12개의 별로 평화와 화합을 표현하는 유럽연합 EU 국기 [사진=유럽연합 공식홈페이지]](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07/403231_204956_4920.png)
유로존(Eurozone)은 1999년 1월 1일 시작되어, EU의 단일화폐인 유로(Euro)를 국가 통화로 도입해 사용하는 국가나 지역을 의미한다. 유로존은 유럽연합(EU)보다 범위가 좁은데 현재 18개의 국가들이 존재한다.
각 나라는 유로존에 통화정책을 맡기는 대신 자국의 통화정책 주권을 상실했다. 이처럼 파격적으로 보이는 선택으로 인해, EU는 공동시장을 형성하면서 화폐가 달라 겪었던 비효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나아가 물가안정정책에 대한 국제적인 신용도 얻고, 환율 방어를 위한 막대한 외환보유고도 유지할 필요 없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유로존은 프랑스, 독일과 같은 중심부 국가에게도, 스페인, 그리스 등의 주변부 국가에게도 모두 이점을 가져다주는 듯했다.
그러나 각국의 정부가 환율을 단기적인 경기조정의 정책도구로 사용하지 못하게 되며 불확실한 리스크도 껴안고 있었다. 유로존 출범으로 형성된 ‘거품’ 역시 큰 불확실성을 형성했다. 이에 유로존 출범 이후 겪은 위기 상황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을 소개한다.
유로존이 출범한지 10년이 되는 2009년, 일부 국가들이 국가 부채 불이행 상황에 놓이며 유로존은 재앙에 가까운 상황을 겪어 왔다. 이 위기는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한 나라들에 의해 초래되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 유럽의 경제 통합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에 기인한 바가 크다.
![유로존의 중앙 은행 ECB 심볼 [사진=EU 공식홈페이지]](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07/403231_204955_4843.jpg)
◆ 중앙은행이 없는 EURO ZONE
재정 위기의 상황을 겪으면, 일반적으로 국가는 중앙은행을 통해 문제해결을 시도한다.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하여 정부의 부채 조달 문제를 해결해 가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앙은행이 없다면 어떠할까?
실제로 유로존은 각국의 중앙은행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 말은 자국의 필요에 따라 화폐를 발행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신 공동의 유럽중앙은행인 ECB가 모든 것을 도맡는다.
문제는 유로존 내 18개국이 서로 완전히 다른 국가라는 점이다. 경제상황, 인구구성, 문화, 사회적 경제적 문화가 다 다르다. 이러한 국가들이 하나의 통화를 사용하고 같은 기준금리, 같은 통화정책이 일률적으로 적용된다.
본래 각 나라의 기준금리는 해당 나라의 상황에 맞도록 경제성장 속도와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여 조절되어야 한다. 유로존 출범 당시 독일, 벨기에, 프랑스 등은 어느 정도 경제적 성장을 달성한 선진국이었다. 물가가 안정됐고, 경제 성장률 역시 비교적 낮은 편이었다. 반면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으로 불리는 PIIGS는 신흥국에 가까웠다. 빠른 경제 성장과 이에 상응하는 급속한 물가 상승률을 보였다.
그러나 유로존에 2.75%라는 낮은 기준금리가 일률적으로 적용됐다. 이러한 저금리는 선진국에게 적합해도, PIIGS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경기를 필요 이상으로 과열시킬 수준이었다.
◆ 저금리로 과열된 PIIGS
저금리가 어떻게 PIIGS에게 영향을 미쳤을까? 처음에는 오히려 경제 호황을 맞이하는 듯했지만 결국 경상수지 적자로 이어졌다. 그 흐름을 따라가보자.
저금리로 제일 먼저 과열된 곳은 주택시장이었다. 사람들은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아 투자하기 시작했는데, 자금이 풍부해지자 빚을 내서 주택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수요가 증가하니 자연스레 주택 가격도 상승했다. 이는 다시 또 다른 주택 수요를 촉진했고 이런 식으로 주택시장이 과열되기 시작했다.
PIIGS는 주택시장을 바탕으로 경기 호황을 맞았다. 실업률이 떨어지고 임금이 상승했다. 개인이 더 돈을 많이 받을 수 있으니 개인에게는 긍정적인 상황이었으나, 이는 곧 기업의 비용 증가로 이어졌다. 저렴했던 단위노동비용이 점차로 상승하고 오히려 비쌌던 독일의 노동비용은 오히려 하락했다. 상승된 단위노동비용은 결국 PIIGS의 국제 무역에서의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수입은 대폭 증가되고, 수출은 위축되는 상황이 이어졌고 경상수지 적자 역시 증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임에도 마음대로 환율을 조정할 수 없어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었다.
◆ 통화정책 대신 재정정책
유럽중앙은행(ECB)에 통화정책 주권을 넘겼기에 남은 경제 충격 대응책은 재정정책뿐이었다. PIIGS는 지속되는 경상수지 적자로 인한 실업문제에 대해 정부 지출 확대로 대응해야 했다.
본래는 한 나라가 경제위기에 빠지면, 그 나라의 화폐의 신용도가 떨어진다. 그러면 화폐의 가치는 하락하고 환율은 상승한다. 같은 1달러짜리를 수출한다고 해도, 버는 돈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즉 환율 상승의 결과로 수출이 늘어나고 외화가 많이 들어오면서 경제 위기에서 벗어날 동력이 제공된다.
그러나 유로존의 각국은 이러한 환율정책을 펼칠 수 없다. ECB가 환율 및 통화 정책의 모든 것을 담당하기도 하고, 유로화가 한 나라의 경제만 보고 움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ECB가 정한 환율은 유로존 전역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다 보니 PIIGS의 실질 환율 수준과는 괴리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환율의 조정 효과가 나타나지 못했다.
다른 방법으로는 돈을 더 찍어내도 되지만 유럽중앙은행이 화폐 발행에 전권을 가지고 있어 힘들다. 즉 기준금리를 낮춰 통화량을 늘리는 대규모 통화정책이 불가능하다.
결국 해당 국가에게 남은 수단은 빚을 내는 것이었다. 실제로 PIIGS는 정치적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부채를 쌓아만 갔다.

◆ 기폭제, 미국 발 금융위기
설상가상 2008년, 미국을 시작으로 한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시작된다. 이 금융위기로 인해 PIIGS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금융위기가 시작되면 당연히 금융시장이 누구에게도 돈을 빌려주고 싶지 않아 하니 이자율 증가된다. 그러나 PIIGS는 적자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더 많은 빛을 내야 했고 이에 재정 적자가 점점 커가자 유로존 재정 위기가 발발한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는 2000년대 초중반까지 미국의 장기 부동산 호황과 이에 따른 급격한 긴축, 연이어진 은행 부실화가 초래한 사태였다. 실물에까지 엄청난 영향을 주면서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다.
미국의 금융 위기는 유로존 내 은행을 혼란에 빠뜨리게 되고 유럽연합 내 실물경기의 위기로 이어진다. 급격히 경기가 위축이 되면서 수요가 줄고, 이로 인해 대출은 부실화됐다. 그리스와 스페인 등 특히 관광이 위주였던 곳은 이런 경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관광객이 줄고 자산가치가 하락하면서 은행은 부실화된다.
일부 학자들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를 기점으로 EU 회원국들의 경제적 상황과 잘못된 정책이 원인이 되어 금융 위기가 시작됐다고 진단한다. 미국 영향도 크지만 유로존 결성 후의 내부 모순도 저지 않았음을 지적한 것이다.

◆ 불안했던 그리스
유로존의 경제위기는 그리스의 구제금융 요청으로 심화된다. 사실 그리스는 유로존 가입 이후 재정 적자 제한(GDP 3% 이내)을 한 번도 지키지 못했다. 국가 부채는 이미 GDP의 100%를 넘었고 유로존의 제한선 GDP 60%를 크게 벗어난 상황이었다.
그리스는 2차 대전 이후 고도성장을 하다가 1970년대부터 정체기에 빠져들었다가 1980년대 심각한 재정위기를 맞닥뜨린다. 이에 공공부문 적자를 차관으로 메웠는데, 1992년 말에 국공채가 GDP의 100%를 넘긴 상태였다. 즉 유로가입 전부터 외채 의존적 경제였던 것이다.
이런 그리스가 2001년 유로존에 가입하고 낮은 금리와 거시경제 안정화덕에 빠른 성장을 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도 성공적이고 국민들의 소득도 올랐다. 그래서 이때부터 사회보장을 강화하고 실업률을 낮추는 정책을 실행했다. 2006년 그리스 성장률이 4.4%. 당시 유로존에서 가장 높은 기록이었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듯 부동산 시장 과열, 임금비용 상승, 수출 감소, 경상 수지 적자 등의 상황이 발생한다.
이 와중에 그리스 정권이 교체되며, 새 정권이 과거에 숨겨왔던 정부의 빚이 공개됐다. 유로존에 가입하기 위해 재정이 좋은 것처럼 보이려고, 분식회계를 했던 사실이 공개된 것이다. 이에 그리스의 국가 신용 등급이 강등됐다.
그러자 그리스 국채 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국채 수익율이 솟아오르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그리스 국채를 투매했다. 2010년 4월 채권 시장에서 더 이상 돈을 빌릴 수 없게 되자 그리스 정부는 국제 사회에 구제금융을 공식 요청한다.
◆ 퍼져가는 구제금융 요청
그리스가 2010년 4월 23일 EU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것을 시작으로 다른 국가들도 구제금융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아일랜드는 2010년 11월, 포르투갈은 2011년 5월이었다.
또한 그리스의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커지면서 그것이 결국 유로화의 위기, 그리고 유로존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역시 확대됐다. 구제 금융을 요청한 국가 외에도 그리스의 위기는 스페인, 이탈리아 등 재정이 열악한 나라로 번져 나갔다. 그리고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유럽의 주요 국가들 간의 이견이 존재한다.
◆ 유로존 위기를 초래하게 된 원인 정리
여기에서 유로존 위기를 초래하게 된 원인을 정리해보자.
1.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로 인한 위기 심화 및 촉발
2. ECB가 공급한 저금리 자금으로 주변부 국가의 저리 채권 발행, 국가 부채 증가
3. 민간 은행 대출 증가, 부동산 시장 과열 등 거품 발생
4. 중심국과 주변국의 경제 규모, 구조 차이 미 고려
5. 실질환율 조정 메커니즘의 고정
6. 단일 경제 체제 속 주변부 국가의 위기 대응 능력 저하로 부채에 과한 의존
유로존 위기는 국가 재정 정책과 조응을 고려하지 않은 채 통화정책을 단일화한 마스트리히트 조약의 결정 사안에서 출발한 위기라고도 볼 수 있다.

◆ 그리스의 남은 문제
유럽집행위원회나 유럽중앙은행, IMF는 그리스의 부채비율 증가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이제라도 빚을 줄이라며 복지 정책 축소, 부실 기업 정리 등을 요구하고 있다. 즉, 긴축재정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부실 기업까지 정리하게 되면 또 다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소비 감소, 총생산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불어 이자 문제 역시 심각하다. 한때 그리스 국민들은 1유로를 벌면 10센트가 빚을 갚는데 쓰인다고 할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그리스가 유로존을 나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만약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한다면 상황은 나아질까? 유로존을 빠져나간다면 그리스는 견딜 수 없을 만큼 높은 금리를 감당해야 한다. 그동안은 유로존의 일부 국가로서 낮은 금리였으나 다시 그리스의 드라크마화로 돌아온다면, 아무도 드라크마화에 투자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곧 그리스의 모라토리움이다. 모라토리움 선언은 국가 단위의 대외 채무에 대한 지불유예를 선언하는 것으로, 대외 신용도의 급락을 피할 수 없다
그리스의 탈퇴는 줄 이은 탈퇴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기존 중심부 국가였던 프랑스, 독일 등의 본래 화폐 가치는 치솟을 것이다. 중심국의 수출은 줄고, 예전보다 높은 금리의 부채를 감당해야 할 리스크도 있다. 앞선 기사에서도 이야기했듯, 독일은 유로존 혜택을 가장 많이 봤던 만큼 만약 이러한 일이 발생한다면 독일 경제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 유로존 위기 해결의 노력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그리스 같은 국가들은 2009년 이후 심각한 경제 문제에 직면했다. 일부 국가만의 문제가 아닌 유로존, 유럽 금융 시스템의 더 큰 위기로도 이어질 수 있는 상황.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재정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이 유로존 국가들의 채권을 매입하기 위해 220억 유로를 투입하는 등 노력을 했으나 유로존 위기에 대한 불안감은 지속 중이다.
위기 해결에 관한 유럽의 주요 국가들 간의 이견도 존재한다. 특히 독일은 그리스의 재정위기에 EU가 나서거나 부국들이 지원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유럽 연합 스스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나 자금 지원 수단이 부족하기에 해당 국가들에 대한 긴급 구제는 다른 유로존 국가들과 국제 통화기금 간의 새롭고 복합적인 메커니즘을 통해 실행되고 있는 중이다.
단기적 차원에서 채무 불이행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뿐 아니라 보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 중앙 은행을 통한 은행 규제, 국가 예산 감독 정책을 시행하고 유럽 연합 집행 위원회에서 새로운 투자 계획을 발표해왔다.
ECB가 통화정책을 맡고, 재정정책은 각 국가의 소관이라는 유로존의 특성상, 통합된 경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정책을 일정한 범위 내로 수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 유럽 국가들은 유로존의 붕괴보다는 통합을 강화함으로써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