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제정에서부터 유해 이전까지, 과거사 청산을 둘러싼 갈등
![[사진=스페인 마드리드 왕궁, 픽사베이]](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07/403461_205374_1644.jpg)
[월드투데이 배수민 기자] 36년간 스페인을 지배한 프랑코 독재 정권에 대한 과거사 청산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가 이날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정부가 '민주주의 기억법'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민주주의 기억법은 스페인의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와 그의 정권을 찬미하거나, 독재 정권에 희생당한 이들을 모욕할 경우 최대 15만 유로(약 2억 원)에 달하는 벌금을 매기는 법안이다.
![[사진=스페인 갈리시아, 픽사베이]](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07/403461_205375_1725.jpg)
1892년 스페인 북부의 갈리시아 지방에서 태어난 프란시스코 프랑코는 군인으로 이름을 떨쳤다. 1912년부터 1925년까지 모로코에서 반란을 누르기 위해 활약했고, 33세에 나폴레옹 이래 유럽 최연소 장군으로 임명됐다.
지휘에 능했던 프랑코는 모든 사회 규범을 군대식으로 해석했다. 지도자의 훌륭한 지휘, 그리고 그에 대한 국민의 복종이 중요하다고 믿었다. 그에게 불복종은 반란과 다름없었고, 어떤 정당한 이유가 있더라도 엄격한 규율 지상주의에 따라 무자비한 처분을 내렸다.
1931년 스페인 왕정이 무너지고 공화정으로 바뀐 후, 프랑코는 1935년 공화 정부의 참모장이 됐다. 그러나 1936년 중도와 좌파 진영의 광범위한 연합체인 ‘인민 전선’이 다수파가 되자 실각했고, 모로코로 가서 스페인 내전을 일으켰다.
2년간의 내전 끝에 1939년 4월 마드리드를 점령한 프랑코는 1975년 11월 생을 마감할 때까지 총통이자 국가 원수, 정부 수반, 내각 의장으로서 스페인을 통치했다. 그는 스스로 모든 법률과 법령을 공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고 정치는 물론 국민의 일상생활까지 모든 것을 지배하고 통치하고자 했다.
이 시기 스페인에서는 국가의 이름으로 행해진 폭력으로 수십만 명이 살해됐다. 그중 10만 명 이상의 유해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채 스페인 전역에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픽사베이]](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07/403461_205390_5246.jpg)
내전과 독재 정권을 비롯한 스페인의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논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좌파 진영은 과거사 청산의 필요성을 계속 주장하고 있지만, 우파 진영은 불필요하게 묵은 상처를 헤집는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스페인의 과거사 청산이 원활히 진행되지 못한 데에는 불문율처럼 통용되는 ‘망각 협정’의 영향이 있었다. 이는 프랑코 사후 1977년에 제정된 사면법으로 프랑코 정권의 범죄 행위에 대한 수사를 막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코 독재 정권에 대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계속해서 제기되었다.
지난 2006년 시행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분의 2가 내전의 참상과 프랑코 독재 당시의 문제들을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사회당 정부는 2007년 프랑코 독재 정권에 희생된 생존자들과 가족을 돕는 취지의 '역사기억법'을 제정했다.
우파 국민당 내각을 실각시키고 지난 2018년 6월 사회노동당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집권한 이후부터 과거사 청산 움직임은 한층 가속화됐다. 그 일환으로 시행된 것이 프랑코 전 총통의 유해 이전이다. 프랑코의 유해는 수도 마드리드에서 북서쪽으로 약 50㎞ 떨어진 국립묘역인 '전몰자의 계곡'에 묻혀 있었다.
지난 2018년 8월 24일 스페인 정부는 프랑코의 묘역을 이장하고 그 자리에 평화와 화해를 위한 기념시설을 건립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내전 당시 숨진 3만 3천여 명의 희생자의 유해가 매장되어 있는 국립묘역에서 프랑코의 흔적을 지우고자 한 것이었다.
좌우 진영의 충돌과 프랑코 후손들의 유해 이전 장소에 대한 반발이 거셌지만 지난 2019년 프랑코의 유해는 가족 묘역으로 이장되었다.
스페인 사회노동당 정권의 프랑코 독재 역사 바로잡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