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오염 발생시키는 패스트 패션, 이제는 슬로 패션으로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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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투데이 배수민 기자] 패스트 패션은 소비자의 기호를 즉시 파악해 유행에 따라 빨리 바꿔 내놓는 패션 또는 패션 사업을 말한다. 이러한 패스트 패션이 환경 오염과 기후 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유명 패션 잡지 보그의 스칸디나비아판 표지 모델로 등장한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보그와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사진=보그 홈페이지 캡쳐]
[사진=보그 홈페이지 캡쳐]

툰베리는 "일부에게는 패션이 자신을 표현하고 정체성을 드러내는 도구일 수도 있다"라며 "그러나 만약 패스트 패션 업계의 의류를 산다면 계속해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도록 기여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SNS를 통해 "패션 업계는 기후와 생태계 위기를 크게 조장하고 있다"라며 "특히 입고 버린다는 인식이 생기게 한 패스트 패션 때문에 수많은 노동자가 착취를 당하고 있다"라고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또 "일부 의류 업체들이 '지속가능한', '윤리적인', '녹색' 등의 용어로 스스로 묘사하며 책임을 지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라며 이는 환경친화적인 것처럼 오도하는 포장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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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패션의 시작과 특성

패스트 패션의 진원지는 유럽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런던, 파리, 취리히 등에서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이후 미국과 아시아 등 세계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최신 유행을 즉각 반영한 디자인, 비교적 저렴한 가격, 빠른 상품 회전율을 내세우는 패스트 패션업체들은 1년에 4~5회씩 계절별로 신상품을 선보이는 일반 패션업체들과 달리 보통 1~2주 단위로 신상품을 내놓는다. 심지어 하루 또는 3~4일 만에 상품이 교체되기도 한다.

패션쇼에 나온 옷이 한 달 정도 지나면 매장에 걸리고, 할리우드 스타들이 입은 패션이 인터넷에 올라오면 어느새 그와 비슷한 옷과 액세서리가 매장에 진열된다.

패스트패션의 또 다른 특징은 다품종 소량생산이다. 다양한 아이템의 옷을 소량으로 빨리 만들어 빠르게 회전시키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최신 유행의 옷을 값싸게 살 수 있다. 

업체 또한 빠른 상품 회전으로 재고 부담을 줄이면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1~2주 단위로 신제품을 소량 생산한 후 남은 것은 폐기하기 때문에 상품의 희소성도 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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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오염의 주범, 패스트 패션 

그러나 패스트 패션은 제품의 단가를 낮추기 위해 질 낮은 섬유를 사용함으로써 유행이 지나면 대부분 버려진다. 그 결과 자원이 크게 낭비될 뿐 아니라 패스트 패션 의류들을 만들고 관리, 폐기하는 과정에서 쓰레기와 탄소 배출량이 많이 늘어나고, 다이옥신 등 각종 유해물질이 발생한다. 

또한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화학제품, 표백제는 물을 오염시키고, 폴리에스터 섬유로 제조된 옷은 세탁 시 미세 플라스틱 조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청바지 한 벌을 제조하는 데 사용되는 물의 양은 4인 가족이 5~6일 동안 사용하는 물의 양과 비슷하다고 한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버려지는 의류 폐기물이 2008년 하루 평균 약 162t에서 2016년 259t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유엔도 의류 업계가 폐수와 이산화탄소 발생량에서 각각 20%, 8%를 차지하는 등 전 세계 두 번째 환경오염 유발 산업으로 통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이러한 패스트 패션 의류들은 대부분 개발도상국에서 제작되는데, 이곳의 노동자들에게 매우 낮은 수준의 임금만 지급되어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비판 또한 제기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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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생각하는 슬로 패션의 시대

이에 패스트 패션과 반대되는 슬로 패션이 새롭게 떠오르게 되었다. 슬로 패션은 영국 지속가능패션센터(Sustainable Fashion Center)의 케이트 플레처(Kate Fletcher)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천천히 패션을 즐기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슬로 패션은 모든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환경을 고려한다. 제품 생산자는 유행을 따르지 않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상품을 디자인하고, 천연재료나 재활용 소재 등 지속가능한 친환경 소재를 이용하여 높은 질의 제품을 만든다. 제작 과정에서 노동자의 권리와 동물 권리 보호 등도 유의한다. 

소비자도 유행을 타지 않는 옷 위주로 구매하고, 불필요한 의류 소비를 줄임으로써 슬로 패션 움직임에 동참할 수 있다. 노화되면 수선하거나 리폼하여 지속해서 사용하고, 더 이상 입지 않을 때는 교환, 재판매, 대여 등의 방법으로 옷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도 친환경 기술과 소재를 도입하는 등 환경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유니클로 등을 소유한 일본의 의류업체 패스트 리테일링은 화학 재료를 최소한으로 사용해 청바지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표적인 패스트 패션 브랜드 중 하나인 H&M도 2015년부터 재활용 기술을 갖고 있거나 독특한 재료로 의류를 생산하는 스타트업에 꾸준히 투자해 왔다. H&M은 오는 2035년까지 생산하는 의류 가운데 35%를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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