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낙태 합법화에 첫 삽뜨다...넘어야 할 산은 많아
산마리노, 156년 만에 낙태금지법 폐기
美 낙태금지법에 대한 논란, 정치까지 번져...
'세계 안전한 낙태의 날' 맞이했지만, 전세계는 여전히 뒤숭숭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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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투데이 박한나 기자]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행동의 날'(Day of Action for Access to Safe and Legal Abortion). 즉, '세계 안전한 낙태의 날'은 모든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재생산권을 보호하며, 저렴하고 안전하며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보장하라는 것이 슬로건을 내건 운동이다. 

1990년 이날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 여성단체들이 시작한 낙태죄 폐지 운동이 시초이며, 국내 여성계도 해마다 이에 대한 연대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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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임신 초기 낙태 허용 본격화?

최근 낙태법에 대한 국제 사회의 움직임이 본격적인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칠레'가 임신 초기 낙태 허용에 힘을 싣고 있다. 

'세계 안전한 낙태의 날'인 28일(현지시간) 칠레 하원은 임신 14주 이내의 낙태를 비범죄화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추후 세부 내용을 확정한 후 상원으로 해당 건을 넘기게 된다.

임신 초기 선택적인 낙태를 허용하는 이번 법안은 2018년 야당 의원들이 발의를 시작되었지만, 아직 정부와 중도우파 여당은 법안에 반대하는 상황이라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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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국가인 칠레는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독재 정권 말기인 1989년부터 낙태가 전면 금지되었다. 이후 2017년, 성폭행에 의한 임신일 경우나 임신부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 태아 생존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 낙태를 허용하였다. 따라서 타국과 마찬가지로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여성들은 음성적인 낙태 시술에 의존해 왔다.

칠레의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해 10월, 수도 산티아고의 보건센터에서 처방받은 피임약은 먹은 한 여성이 임신을 하며 시작되었다. 알고 보니 해당 피임약은 불량이었고 여성은 이에 대한 소송을 제시하게 되며 낙태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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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투표로 낙태 합법화 통과 '산마리노'

AP·AFP 통신 등은 지난 26일 실시된 산마리노의 국민투표에서 77.28%가 낙태 금지 법안 폐지에 찬성했으며 투표율은 41%였다고 전했다. 이번 국민투표 결과에 따라 156년간 지속된 낙태 금지법은 사라지게 되었다. 따라서 '몰타, 안도라, 바티칸시국' 3개국만 낙태를 반대하는 소국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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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산마리노에서는 임신 12주 이내에 한해 낙태가 허용된다. 하지만, 산모의 목숨이 위험에 처하거나 태아가 심각한 기형임이 확인될 때만 낙태가 가능할 전망이다. 칠레와 동일한 가톨릭 국가로 분류되는 분류되는 산마리노는 1865년 낙태 금지법 발효를 기점으로 낙태를 전면 불허해왔다. 따라서 낙태하는 여성은 최고 징역 3년 형에, 낙태 시술에 관여하는 의사는 최고 징역 6년 형에 각각 처해졌다.

이와 같은 강력한 처벌에 낙태를 희망하는 산마리노 여성들은 이탈리아로 넘어가 자비(약 1천500 유로·208만 원)로 시술을 받아왔다. 이탈리아는 1978년 낙태를 합법화했다. 

과거 산마리노에서도 낙태 합법화 시도가 있었다. 2003년 낙태 합법화 법안이 발의됐으나 반대 16표, 찬성 2표로 부결됐다. 하지만, 이번 국민투표는 현지 여성 권리보호단체인 '여성 연합'이 낙태 합법화에 찬성하는 시민 3천 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의회에 제출하면서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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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낙태금지법 타당성 논란

미국 텍사스주에는 낙태금지법의 타당성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23일 텍사스의 낙태수술 기관들은 대법원이 낙태금지법의 정당성에 대한 하급심 소송에 시급한 개입 촉구를 했다고 전했다. 요청 내용은 대법원 탄원서에서 주가 법률 집행을 대중에 위임해 연방법원 심리를 피하는 게 합당한지 대법관들이 결정해달라고 것이다. 

이달 1일 시행된 텍사스주 낙태금지법은 강간, 근친상간 같은 이유가 있더라도 임신 6주 이후 중절을 금지한다. 특히 이 법률은 주 정부가 아닌 시민이 아무나 임신 6주 이후 낙태에 소송을 제기해 이기면 최소 1만 달러(약 1천200만원)를 받도록 한다. 이는 낙태권 옹호론자들이 직접 주 정부를 상대로 연방법원에 소송을 걸어 법 시행을 막는 방안을 봉쇄한 보호막이다. 대법원이 하급심 심리에 관여하는 경우는 드물게 있기는 하다.

그러나 대법원은 낙태권 옹호론자들이 금지법 시행을 막아달라고 제출한 가처분 신청을 이미 지난 1일 기각한 바 있다. 당시 결정은 대법관 9명 가운데 5명이 기각, 4명이 인용을 선택할 정도로 격렬한 논의 끝에 내려졌다.

낙태금지법은 현재 미국 내 보혁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텍사스주 낙태금지법이 터무니없고 비미국적"이라고 비판하였으며, 인용을 주장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낙태권 옹호론자들과 유사한 입장에서 법률 운용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미국 법무부는 텍사스주 여성들의 헌법적 권리가 침해되고 있으니 낙태금지법 시행을 차단해달라고 텍사스주를 상대로 지난 9일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연방 대법원은 미시시피주 낙태금지법에대해 로 앤드 웨이드 판결을 뒤집어달라고 제기된 소송을 오는 12월부터 심리할 예정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와 집권 민주당은 미국 낙태합법화의 이정표인 1973년 연방 대법원의 '로 앤드 웨이드' 판결이 흔들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각지에서는 야당인 공화당과 지지기반인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낙태를 사실상 전면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속속 목격되고 있다. 공화당이 주정부와 의회를 장악한 플로리다주도 텍사스주와 흡사한 낙태금지법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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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하원, 낙태 권리 보장법 가결

지난 24일 미국 하원은 연방법으로 낙태 권리를 보장하는 법안을 가결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의회는 낙태를 할 수 있는 헌법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른 시일 내에 표결을 실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최근 연방 대법원의 결정에 대해 "같은 대법원의 기존 판례에 어긋나는 부끄러운 행동이다. 하원에서 법을 통과시킴으로써 여성뿐만 아니라 그 가족과 우리나라의 헌법도 존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공화당 비키 하츨러 하원의원은 "이 법안은 여성의 자유가 아니라 아기의 생사가 달린 문제"라며 "살 권리가 있는 아기의 생명을 고의로 끝을 내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원을 통과한 이 법안은 민주당 주도로 이뤄진 법안인 데다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50석씩 팽팽하게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법안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민주당이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뜻하는 '필리버스터'를 막으려면 찬성 60표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이외에도 낙태에 비교적 관용적인 서유럽은 임신부가 요구하거나 혹은 임신부의 건강을 위해 필요한 경우 낙태를 허용하는 사회적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따라 낙태 허용을 주장해왔던 단체들의 말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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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경없는의사회]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자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안전한 낙태 지원 특별 위원회’(Task Force for Safe Abortion Care)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마니샤 쿠마르(Manisha Kumar) 박사는 "이 위원회는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에서 제공하는 피임 및 안전한 낙태 서비스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위험한 낙태로 합병증을 얻는 여성들이 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다들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상황에 안전하게 대처할 방법이 없어 최후의 방법으로 위험한 수단을 찾았다는 것이다"며 "여성들과 소녀들에게 꼭 필요한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지원하여 산모들의 사망과 고통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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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ABC방송은 낙태를 크게 제한하고 정부 대신 시민들이 법규를 위반한 의료진에게 소송을 내도록 하는 법안이 이날 플로리다 하원에 제출됐다고 전했다. 해당 법안은 태아의 심장박동이 감지되면 낙태수술을 금지하고 강간 같은 사유가 있어도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로마 가톨릭 전통교회인 남미 국가와 아시아 국가의 경우 낙태에 대한 사회적 제안은 여전한 상태이다. 

그러나 지난 2018년에는 가장 보수적인 가톨릭 국가로 꼽히던 아일랜드도 임신 12주 이내의 낙태를 수용하면서 낙태 합법화 국가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보도에 따르면, 칠레를 비롯해 멕시코, 콜롬비아, 페루 등 중남미 곳곳에서 낙태 합법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낙태가 예외 없이 전면 금지된 중미 엘살바도르에서도 시위대가 낙태 규제 완화를 요구하며 국회까지 행진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낙태 또한 임신한 여성에 대한 권리라는 주장과 태아 생명권 및 종교적 명분 등의 다양한 이유로 낙태금지법을 주장하는 이들의 팽팽한 대립은 앞으로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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