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에 집중된 미·중·러의 시선
중동 독재정권 전복시킨 '아랍의 봄'
러시아군의 카자흐스탄 투입 배경

[사진=카자흐스탄 반정부시위, AFP/연합뉴스]
[사진=카자흐스탄 반정부시위, AFP/연합뉴스]

[월드투데이 최도식 기자] 카자흐스탄 반정부시위가 국제사회에 끼치게 될 파급력에 각 국이 촉각을 곤두세우며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반정부시위와 관련해 유럽연합과 중국이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에 러시아가 개입하면서 미국과 러시아 간에도 첨예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 시민의 권리와 안전 강조한 유럽 vs 강경 진압 지지한 중국

지난 2일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에서 발생한 반정부시위와 관련해 유럽연합(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인터뷰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발언이 배치되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7일(현지시간) 프랑스를 방문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그는 "카자흐스탄의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며 폭력 사태의 중단을 촉구했다. 또 "카자흐스탄 국민의 권리와 안전이 가장 중요하고 반드시 보호받아야 한다"며 "EU는 가능한 한 도움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 프랑스를 방문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AFP/연합뉴스]
[사진= 프랑스를 방문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AFP/연합뉴스]

기자회견에 동석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발언에 전적으로 동의를 표하며, 카자흐스탄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 사태에 프랑스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시진핑 주석은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에게 보낸 구두 메시지에서 "당신이 중요한 시기에 단호하게 강력한 조치를 취해 사태를 신속히 수습한 것은 정치인으로서의 책임과 임무, 국가와 인민에 대해 고도의 책임감 있는 입장을 체현했다"며 정부의 시위 무력 진압에 대한 지지의 뜻을 표명했다.

시 주석은 "중국 측은 어떤 세력이든 카자흐 안정을 파괴하고 안보를 위협하는 것과 카자흐 국민의 평온한 생활을 파괴하는 것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부 세력이 카자흐의 동요를 조장하고, '색깔혁명'을 책동하는 것을 결연히 반대하며 중국-카자흐의 우호를 파괴하고 양국 협력을 방해하려는 기도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부연했다.

■ 시진핑 주석이 경계한 색깔혁명

시진핑 주석이 토카예프 대통령에게 전한 구두 메세지에는 색깔 혁명(Color Revolution)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색깔 혁명이란 소련 붕괴 후 인근 지역인 동유럽을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간 반독재 비폭력 운동을 일컫는다. 대표적으로 1989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발생한 벨벳혁명을 들 수 있다. 당시 시민들은 공산정권의 억압통치에 항거해 프라하의 바츨라프 광장에서 평화 시위를 진행했고 최대 80만명이 운집한 민주화 운동의 결과 공산정권의 퇴진을 이끌어냈다.

지난 2010년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아랍의 봄'으로 불린 반정부시위는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예맨으로 확산되며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독재정권을 몰아내고 민주화를 이룩했다. 현재 카자흐스탄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시위 역시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촉발됐지만 기저에는 장기화된 독재정권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약 30년 간 장기집권했던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의 최측근인 토카예프 대통령은 무능한 경제정책으로 이미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왔다. 지난해 카자흐스탄에는 약 9%대의 물가 상승을 경험하면 최근 6년간 가장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경험했다. 서민경제는 나날이 어려워져 갔지만 극소수의 부유층은 화려한 생활을 누리는 등 사회 불평등이 심화됐고, 급기야 섣부른 시장 자유화 정책으로 '서민연료'인 LPG 가격이 150%나 급등하는 비정상적인 사태까지 발생했다. 정권에 대한 누적된 분노는 한계치를 넘어섰고 오늘날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따라서 카자흐스탄에서 발생한 시위는 무능한 독재세력에 대한 저항이라는 점에서 일정부분 민주화 운동의 성격을 띠고 있다. 중국이 특별히 색깔혁명을 경계한 것은 우호관계에 있는 카자흐스탄과의 관계 악화는 물론 인근 지역에 불게 될 민주화혁명이 사회주의 체제 유지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 독재정권 비호하는 푸틴 대통령

이 지역의 민주화를 경계하는 것은 중국 뿐만이 아니다. '현대판 차르'로 불리며 사실상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역시 카자흐스탄 민주화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사진=지난달 베이징에서 회담을 가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통신/연합뉴스]
[사진=지난달 베이징에서 회담을 가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통신/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20년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연임 선거 당시 부정선거 논란으로 발생한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공수병력을 배치한 바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1994년 당선 이후 지난 2020년 6번 연임에 성공하며 근 30년 가까이 정권을 유지해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벨라루스에 대규모 군사·경제 지원을 약속하고, 연합훈련을 명목으로 병력을 배치하며 루카셴코 정권의 독재를 비호해오고 있다.

그에 대한 대가로 벨라루스는 러시아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중동 난민들을 이주해 서방국가들로 이주시킨 이른바 '난민 밀어내기'의 배후 역시 푸틴 대통령으로 지목받고 있다.

[사진=모스크바 크렘린궁을 방문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EPA/연합뉴스]
[사진=모스크바 크렘린궁을 방문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EPA/연합뉴스]

이번 카자흐스탄 시위에서 러시아 공수부대가 파견된 것 역시 벨라루스의 상황과 유사하다. 러시아는 카자흐스탄의 독재정권을 유지함으로써 원유, 천연가스, 우라늄 등 자원분야에서 이점을 독점하려한다. 이 때문에 카자흐스탄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번 시위에 재빠르게 군대를 투입했다.

한편 러시아가 카자흐스탄에 군 병력을 투입하자 미국은 곧바로 예민한 반응을 나타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러시아 군대의 파견 배경에 의문을 표시했다. 그는 워싱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카자흐스탄 정부가 시위 사태에 충분히 대응할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이는데, 왜 외부세력이 필요하다고 느끼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카자흐스탄 당국과 이 나라에 주둔한 외국 군대에 '국제 인권기준'을 준수토록 할 것을 촉구하면서 "우리는 진정한 우려를 갖고 사태를 지켜보고 있으며 모두가 평화적인 해결책을 찾기를 촉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미국과 세계는 (카자흐스탄에서) 어떠한 인권 침해가 일어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러시아군 투입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카자흐스탄도 잘 훈련된 대응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외부 세력이 카자흐스탄 사회 침탈을 시도하는지, 인권침해가 발생하지는 않는지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며 러시아군에 경고성 메세지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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