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보유액 약 6천400억달러지만…서방 제재로 동결
16일 국채 이자, 러 "달러로 지급했다" 주장
국제금융협회, 러 GDP 30% 감소 전망…러 경제 휘청이나

[월드투데이 안신희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디폴트 위기를 맞이했다. 디폴트(default)는 국가 규모의 채무불이행, 즉 '국가 부도'를 의미한다. 

정부가 자금 조달을 위해 국채를 발행했다가 기한이 지나도록 이자 혹은 원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외부 신용평가사가 디폴트 선고를 내린다. 또는 정부가 직접 상환 여력이 없음을 밝히고, 유예(모라토리엄)를 요청하거나 디폴트를 선언하기도 한다.

현재 러시아 정부와 가스프롬, 루크오일, 스베르방크 등 국영기업들의 외화 부채는 1천500억달러(약 186조원)에 달하고, 이달 지불해야 하는 이자만 7억 3천만달러(약 8천855억원)가 넘는다.

러시아는 지난 1917년 볼셰비키 혁명 당시에도 디폴트를 겪은 바 있다.

미국 달러와 러시아 루블 [사진=AFP/연합뉴스]
미국 달러와 러시아 루블 [사진=AFP/연합뉴스]

그런데 러시아의 이번 디폴트 위기는 돈이 없어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 현재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은 약 6천400억달러(약 776조원)에 달한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의 제재가 잇따르면서 러시아 보유 외환의 상당 규모가 가용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많은 국가가 러시아 외화보유고를 동결했고, 러시아 은행들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퇴출되었다.

이에 러시아는 외화 대신 자국의 루블화로 국채를 상환하겠다고 밝혔으나, 국제 금융기관들은 계약상 이자는 달러로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루블화로 빚을 상환하면 디폴트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위치한 러시아 Sberbank Europe AG 은행 [사진=EPA/연합뉴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위치한 러시아 Sberbank Europe AG 은행 [사진=EPA/연합뉴스]

지난 16일은 러시아가 2건의 달러화 표시 국채에 대한 1억1천700만달러(약 1천450원)의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날이었다.

16일 러시아는 이자를 달러로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한 채권자는 예상과 달리 이자가 달러로 지급되었다고 밝혔고, 금융권 관계자 역시 러시아 국채를 보유한 고객이 이자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로이터 통신과 윌스트리트저널(WSJ)에서 일부 채권자는 아직 이자를 받지 못한 상황이라는 보도도 이어졌다. 또한 미국 CNN 보도에 따르면, 해당 2건의 부채는 디폴트에 앞서 30일간 이자 지급 유예기간이 부여되므로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단언하기 어렵다.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알파 은행에서 사람들이 돈을 인출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알파 은행에서 사람들이 돈을 인출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블루베이 자산운용 전문가 티모시 애시는 CNN 인터뷰를 통해, 티폴트는 러시아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서방의 금융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디폴트까지 겹치면 러시아가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디폴트로 국가의 신용등급이 악화되면, 외화 조달에 장기간 어려움을 겪게 된다.

2010년 한국은행 조사국 해외조사실 자료에 따르면, 1980년에서 1999년 사이 대외채무를 상환하지 못했던 국가들이 국제금융시장에서 다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평균 4년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올해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가 지난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이후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 조치로 감소했던 GDP가 2%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러시아 경제의 충격은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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