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북유럽 시장 진출'
상하이자동차 '밍줴' 지난해 영국서 호평
러시아서도 중국차 선호도 꾸준한 증가세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웨이라이 그룹의 ES6 모델[사진=웨이라이 홈페이지 캡쳐]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웨이라이 그룹의 ES6 모델[사진=웨이라이 홈페이지 캡쳐]

[월드투데이 노만영 기자] 우크라이나 사태로 신냉전이 가속화되면서 중국의 대(對)유럽 무역, 특히 자동차 산업이 중대한 기로에 놓이게 됐다.

유라시아 횡단 열차는 중국-유럽 간의 긴밀한 경제협력을 상징하는 21세기판 실크로드로 불리운다. 열차는 유럽 23개국 180개의 도시를 통과하며 막대한 양의 화물을 실어 나른다.

중국 인민일보에 따르면 올해 초 철길을 통해 중국과 유럽을 오간 화물열차 댓수가 무려 5만 편을 상회했으며 수송량은 455만TEU(티이유)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이는 길이 20피트(609.6cm)짜리 표준 컨테이너 455만대가 중국과 유럽 사이를 오갔다는 뜻이다. 수송된 화물의 경제적 가치는 2,400억 달러, 한화 약 291조에 달한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대유럽 무역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3주 간 이어진 전쟁이 우크라이나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이 지역을 경유하는 신규 노선 이용에 차질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물리적 장애보다도 더 큰 문제는 그간 돈독했던 유럽과의 관계에 불어닥칠 변화에 있다.

中, 러·노르웨이 사이서 난처한 삼각관계

'중국판 테슬라'로 불리는 웨이라이(蔚来, NIO)는 지난해 9월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개설하고 전기차 SUV 모델 ES8을 정식 판매했다. 오슬로의 '니오(NIO) 하우스'는 웨이라이 그룹의 제 1호 해외 지점이라는 점에서 중요성을 가진다. 유럽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한 교두보로서 노르웨이를 낙점한 셈이다. 웨이라이는 유럽에서 도입되지 않은 배터리 신기술과 현지에서 최고 등급을 받은 안전성을 앞세워 노르웨이 시장 공략에 나선다. 또 올해 배터리 교환소 20곳으로 추가 설치하는 등 인프라 역시 확장할 계획이다.

웨이라이 전기차 SUV ES8[사진=웨이라이 홈페이지 캡쳐]
웨이라이 전기차 SUV ES8[사진=웨이라이 홈페이지 캡쳐]

웨이라이, 리샹(理想, Li Auto)과 함께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3총사로 불리는 샤오펑(小鵬, Xpeng) 역시 SUV 전기차 모델 G3와 스포츠카 P7를 판매하며 노르웨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같은 '노르웨이 러쉬'에 발맞춰 중국은 노르웨이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신냉전이 가속화됨에 따라 중국과 노르웨이 간의 경제협력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러시아는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뒤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을 멈추지 않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미국과 유럽 각 국들은 러시아에 강력한 경제제재를 통해 전쟁자금을 옥죄고 있다. 노르웨이 역시 미국, 영국, 캐나다, 유럽연합(EU), 일본 등과 함께 대러제재에 동참한 상태다.

노르웨이는 냉전 시기 소련의 군사적 위협에 대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며 미국 중심의 서방세계와 손을 잡았다. 이후 소련이 붕괴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이 권력을 잡으면서 양국 간의 갈등은 더욱 악화됐다. 러시아는 노르웨이에 첩보활동 및 사이버테러 등을 벌이며 군사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러시아 국적자가 노르웨이 의회 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해 체포되는 일이 벌어졌다. 사건 직후 노르웨이는 러시아를 극도로 경계하는 태도를 보였다. 지난 2019년 노르웨이 해안가에 출몰한 흰돌고래가 러시아의 스파이라는 설이 제기됐으며, 2020년 의회를 대상으로 한 사이버테러 역시 그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했다. 노르웨이는 러시아의 이번 침공을 규탄하는 경제제재에 동참하며 확실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그 사이에 낀 중국의 입장이 난처해진 상황이다.  

유럽 시장 진출한 중국 자동차, 탄탄대로 달릴까?

웨이라이와 샤오펑은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발판 삼아 유럽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앞서 웨이라이가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에 해외 첫 오프라인 매장을 개설한 데 이어 샤오펑은 지난달 스웨덴에 해외 첫 직영매장을 설치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양분하는 두 국가에 오프라인 매장을 설치한 중국 기업들은 북유럽을 기점으로 유럽 전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샤오펑은 이미 지난 11일 북유럽 3개국인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는 물론 서유럽으로 분류되는 네덜란드에도 준중형 세단 모델 P5의 판매에 시동을 걸었다.

샤오펑 전기차 P5 모델[사진=샤오펑 홈페이지 캡쳐]
샤오펑 전기차 P5 모델[사진=샤오펑 홈페이지 캡쳐]

전기차 스타트업의 약진과 더불어 중국 3대 자동차회사 중 하나인 상하이자동차(上汽集團, SAIC MOTOR)가 전기차 모델을 출시해 영국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다. 지난해 출시된 상하이자동차의 밍줴(名爵)는 웨이라이의 ES8 모델과 함께 유럽 신차 평가 인증기관 유로 NCAP가 실시한 자동차 안전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별 5개를 획득했으며, 검증된 안전성을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닛산, 포드와 함께 영국 내 판매율 3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앞선 배터리 기술력과 가성비, 안전성을 모두 앞세워 유럽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이처럼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유럽진출에는 EU의 탄소중립 정책이 배경으로 깔려있다. EU는 오는 2035년 내연기관 신차 판매의 전면 금지를 포함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계획 제안'을 발표했다. 강력한 탄소 중립 정책은 유럽인들의 신차소비지표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지난해 3분기 동안 18개의 회원국의 신차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기존에 비해 전기차 판매 비중이 13%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U의 탄소감축 계획과 함께 향후 중국 전기차의 유럽 시장 점유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중국 자동차 공장[사진=연합뉴스]
중국 자동차 공장[사진=연합뉴스]

다만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과 러시아 간의 신냉전 시대가 열리게 되면서 중국의 외교 행보가 향후 자동차 산업에서의 성공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회원국 간의 응집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EU지만 러시아의 침공 이후 단합된 행동으로 단호한 대응을 보여줬다. 최근의 경향을 고려했을 때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지지나 지원을 보일 경우 EU의 대(對) 중국 무역제재 역시 현실화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유럽의 동요되는 민심을 의식했을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8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화상 회담을 가지며 중국과 유럽 간의 협력 지속과 함께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상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하단 좌),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하단 우)[사진=신화통신/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상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하단 좌),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하단 우)[사진=신화통신/연합뉴스]

중국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주석은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가 우려스럽다"면서 "중국은 유럽 대륙에서 전쟁이 재발한 것을 몹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프랑스와 독일, 유럽과 소통과 협력을 유지해 당사국의 필요에 따라 국제사회와 함께 긍정적인 역할을 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주석은  평화를 위한 인도주의적 구상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최우방국이라는 입장 때문인지 중국은 개전 이후 3주가 지난 상황에서도 구체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 역시 중국 자동차의 큰 손

중국 자동차 조립공장[사진=연합뉴스]
중국 자동차 조립공장[사진=연합뉴스]

지난달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통해 세계무대에서의 리더 역할을 자신했던 중국은 현재 3차대전의 발발까지 우려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 채 침묵만 지키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애매한 스탠스는 단지 정치외교적인 이유 때문 만은 아니다. 

중국 인민일보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 양자 간 무역액은 지난해 1,400억 달러(약 166조 8,800억 원)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과 비교했을 때 35.8% 증가한 수치로 중국과 러시아가 외교적 파트너십 이상으로 경제 협력에서 상당히 긴밀하게 협력해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양 자간의 무역액을 구체적올 살펴보면 중국의 대(對)러 수출액은 675억 6500만 달러(약 82조 577억 원), 수입액은 793억 2200만 달러(96조 3,365억 원)를 기록했다. 특히 수출 품목에선 자동차 및 부속품의 수출이 급증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러시아 내에서 중국 자동차에 대한 선호도는 꾸준히 증가세를 보여왔다.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와 신냉전 국면의 도래로 중국은 유럽과 러시아 사이에서 중대한 결정의 기로에 놓여있다. 실리주의 노선이 자칫 어느 한 쪽으로 기울 경우 한 쪽에서의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특히 유럽과 러시아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는 중국의 자동차 산업이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잘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저작권자 © 월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