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vs 사용자 갈등 좁힐 수 있을까?
현 정부의 입장은?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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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투데이 이하경 기자] 2022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9,160원으로 결정됐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91만 4천440원으로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 8천720원에서 440원, 5.1% 오른 금액이다. 

지난 12일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제9차 전원 회의를 열어 2022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9,160원으로 의결했다.

앞서 노동계는 1만 440원을 수정안으로 제시해왔고 경영계는 8,740원을 제시하며 팽팽히 맞섰다.

마지막 제9차 전원 회의에서도 합의는 어려웠다. 최종 1만 원과 8,850원을 제출해 격차를 1,150원까지 좁히긴 했지만, 여전히 차이가 컸기 때문.

공익위원들이 12일 최저임금 '심의촉진구간'으로 9030~9300 인상 범위를 통보하자,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 위원 4명은 인상 폭이 너무 낮다며 회의장을 나갔다. 

자정을 넘긴 끝에 공익위원들은 단일 안 9,160원을 제시고, 이번엔 사용자 위원들이 반발해 집단 퇴장했지만 끝내 9,160원으로 의결됐다.


노동자 vs 사용자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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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결정된 최저임금에 대해 노·사 양측 모두 불만이 큰 모양이다.

노동계는 "저임금 노동자를 희망고문하고 우롱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경영계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현실을 외면한 결정"이라고 불만이 나오는 상황에서 노동부는 다음달 5일까지 최저임금을 확정 고시할 방침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입장문을 통해 "결과적으로 이번 최저임금 인상 수준은 최저임금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라고 언급했다.

박희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안전망 확보를 위한 사회적 합의였으나 올해 마지막 심의에서도 1만 원에 근접한 안은 나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3일 입장문을 통해 "지속되는 코로나 19 위기상황을 어떻게든 버텨내고 있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과 다름없는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9,160원은 중소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지급능력을 명백히 초월한 수준"이라며 "현실을 외면한 공익위원들의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해 무력감을 금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냈다. 

공익위원들은 이번 결정의 배경에 대해 각종 회복 중인 경제 수치를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각 3개 기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물가 상승률 전망치 평균을 반영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고용주의 현실은 어떤가?

15일 중소벤처기업연구원과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자영업자는 558만 명으로 지난해 동월보다 2만 9천 명 늘었다. 그러나 이 중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28만 명으로 8만3천 명 오히려 감소했다.

지난달 전체 자영업자 중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22.9%로 1999년 7월(22.9%) 이후 21년 11개월 만의 최저치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과 코로나 19의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수치로 풀이된다. 

직원을 둔 자영업자가 31개월 연속으로 줄었는데 그 시작 시기가 2018년 12월이다.

지난 2018년에는 최저임금이 시간당 7천 530원으로 전년보다 16.4% 인상됐다. 인상액으로는 역대 최다였다. 이어 2019년에는 10.9% 올라 인상률이 두 자릿수가 이어졌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점진적으로 직원을 줄이게 됐다는 게 중소기업 업계의 진단이다. 지난해에는 코로나 19 사태까지 더해져 인건비·임차료 등 고정비 부담이 커지며 이런 추세는 이어졌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 관련 입장문에서 "소상공인들은 그나마 유지하던 고용도 축소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리게 됐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입장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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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결정으로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인 '최저임금 1만 원'달성은 결국 무산됐다. 연평균 최저임금 상승률은 오히려 박근혜 정부 때보다 낮았다. 명목 가치 뿐 아니라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최저임금 상승률로 따져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에 코로나 19까지 겹치며 경제성장률이 떨어져 당초 문재인 정부가 꿈꿨던 '소득주도성장'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다만, 정부는 최임위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3일 최저임금 인상 관련 기자들과 서면 질의응답 때 "대내외 경제 여건과 고용 상황, 소상공인과 저임금 노동자들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며 존중의 뜻을 비췄다.

"최저임금 폭은 노사 관계자들과 공익위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정하는 시스템이지만, 코로나 사태라는 국가적 위기에선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공약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선 대통령이 이미 국민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했다"고 전했다. 

김부겸 국무총리 역시 노·사 양측에 새롭게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수용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노·사 모두 아쉬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코로나 19로 매우 어려운 위기 상황이다.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공존과 상생을 위해 서로가 한 발씩 양보하는 미덕이 필요하다"며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해 주실 것을 노·사 양측에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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