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액체 연료를 고체로 바꾼다... ICBM의 가능성?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가져야 기술 발전할 것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월드투데이 김가현 기자] 지난 21일 누리호가 궤도에 안착하지 못하면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삼, 이, 일 엔진 점화'라고 말하는 한국어로 듣는 카운트다운이 어색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항공 우주 산업을 뜨겁게 달군 스페이스 X가 아닌, 지난 21일 5시 한국의 나로우주센터에서 최초의 국산 발사체 누리호가 발사되었다. 

한국은 2013년에 나로호 발사에 성공했지만, 러시아의 엔진과 한국의 발사체가 결합한 형태였기에 자국의 기술력만으로 성공했다고 말하기에 애매한 감이 있다.

그러나 누리호는 엔진부터 발사체까지 독자적 기술로 만들어졌다. 누리호는 12년 개발 과정 동안 약 2조 원의 비용이 투입된 국가 단위 사업이다. 독자적 기술 발전은 상당히 큰 의미를 갖는데, 1톤 이상의 위성을 자력으로 발사할 수 있는 7번째 국가라는 타이틀 이외에도 여러 이점이 있다.

들어봤는가? 위성 발사 대금

지난해 7월 21일 한국의 첫 군사용 통신위성 '아나시스 2호'가 스페이스 X의 팰컨 9(Falcon 9)에 매달려 발사되었다. 팰컨 9는 재사용할 수 있는 우주 발사체로, 지난 9월 18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X가 세계 최초로 민간인 4명을 태운 채 우주여행에 성공한 '크루 드래곤'을 실어올린 그 발사체이다. 이외에도 나로호 발사 당시 1차 추진체 기술을 빌렸던 러시아에게 발사 대금을 지불했다.

즉, 독자적 기술 발전은 위성을 우주에 보내기 위해 해당 국가에 막대한 돈을 지급하면서도 순서를 기다려야 했던 상황에서 벗어나, 언제든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비용도 절약할 수 있고, 기술이 더 발달한다면 타국의 위성을 발사해주고 대금을 받을 수 있다.

기술 및 산업 발전에 따른 산업적, 경제적 파급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누리호의 로켓 연료를 엔진으로 보내는 터보 펌프 기술은 LNG 운송용 선박 제작 기술 등에 적용될 수 있다. 이외에도 전기 전자, 소재, 통신, 에너지, 의료, 항공, 3D 프린팅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된다.

또한 한국은 지난 5월, 10개국이 참여한 국제 유인 달 탐사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정식으로 합류했다. 표면상은 달 탐사지만, NASA는 이를 발판 삼아 화성을 포함한 심우주 탐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우주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프로젝트이다. 우주에 대한 국제 여론이 뜨거운 상황에서의 누리호는 절반의 성공이었음에도, 한국이 항공 우주 산업에 있어 국제적 경쟁력을 지닌 기술을 갖춰 나가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액체에서 고체로 연료 바꾸는 이유

고체와 액체가 섞인 연료를 사용했던 나로호와 달리 누리호는 액체 연료를 사용했다. 액체 발사체는 부품 냉각, 순환, 가스 압력과 분출 조절 장치 등의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정교하다. 심장이 혈액을 온몸 곳곳으로 보내 에너지원을 공급하듯, 액체 연료 시스템의 핵심도 터보 펌프를 시용해 연료와 산화제를 고압으로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액체 발사체는 발사 직전에 연료를 주입해줘야 하는 만큼, 만들기 비싸고 어려우며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러나 엔진을 끄고 켜는 것이 가능해 로켓을 정밀하게 움직일 수 있고 원하는 곳에 정확히 보낼 수 있다.

반면 고체 발사체는 구조가 단순하고 무게가 가벼우며, 연료를 보관한 채 오랫동안 대기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쉽게 발사할 수 있지만 액체보다 비추력(로켓 연료의 효율성)이 약하고 정밀성이 떨어진다. 이러한 이점 때문에 고체 연료의 비용은 액체 발사체의 약 10분의 1에 불과하다.

고체 발사체는 다이너마이트의 원료인 니트로글리세린과 같은 고체 연료를 연소시켜 추력을 얻는 방식이다. 빨리 타지만 폭발하지는 않는 고체 연료를 엔진에 넣고, 연료의 가운데는 원통형으로 비워놓는다. 비운 공간에 불을 붙이면 안쪽부터 연소하며 발생한 가스가 밖으로 배출되는 힘으로 로켓이 발사되는 간단한 원리로 이루어진다. 

저비용으로 신속하게 위성을 쏘아 올려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고체 연료가 이득이다. 그러나 고체 연료 기반 발사체는 그동안 한-미 미사일 지침으로 인해 사용이 제한됐다. 지침이 해제된 지난해 7월 이후 고체 연료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액체 연료가 정기노선 버스라면, 고체 연료는 택시라고 볼 수 있다. 말 그대로 고체 연료는 실어 보내는 일에 효율적이다.

[사진=Space X 크루 드래곤과 팰컨9 발사 순간 / SpaceX 공식 유튜브]
[사진=Space X 크루 드래곤과 팰컨9 발사 순간 / SpaceX 공식 유튜브]

미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액체 발사체'

지난해 발사된 한국의 첫 군사용 통신위성 '아나시스 2호'와 지난 9월 18일 민간인 4명이 탑승한 '크루 드래곤'의 모선인 '팰컨 9'도 액체 연료로 이루어진 발사체다. 

팰컨 9는 아나시스 2호를 발사하며 두 개의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하나는 페어링(화물 덮개) 두 쪽 모두를 공중에서 회수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추진체의 재사용 발사 기간을 크게 단축한 것이다. 

일론 머스크의 말에 따르면 팰컨 9는 발사 비용의 70%를 회수할 수 있다. 로켓 비용의 60%는 1단계 추진체, 20%는 2단계 추진체, 10%는 페어링, 나머지 10%는 발사에 필요한 기타 비용이다. 1단계 추진체와 페어링을 재사용함으로써, 비용 70%를 회수하고 더 쉽고 빠르게 발사하여  액체 연료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결국 고체 발사체, 액체 발사체 사용은 로켓의 목표에 따라 갈린다. 현재 위성을 쏘아 올리는 것이 목표인 한국은 고체 발사체가 효율적이다. 미래에는 기술 발전에 따라 우주여행, 화성 왕복선 등 우주에서 하는 정밀한 일들이 많아질수록 세밀한 제어가 가능한 액체 발사체의 사용 빈도도 높아질 것이다. 

즉, 독자적 기술만으로 고체 발사체보다 어려운 액체 발사체를 성공에 가깝게 쏘아 올린 경험은 차후 고체 발사체로 순조롭게 전환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 변화하는 세계 항공 우주 산업 흐름에도 발 빠르게 맞출 수 있다.

[사진=누리호 발사 순간 / 연합뉴스]

물론, 아직 궤도에 위성 하나 제대로 올리지 못한 입장에서 추진체 재사용과 같은 기술은 하늘에 별 따기처럼 보일 수 있다. 선진국은 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엄격히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누리호처럼 '멘땅에 헤딩' 하며 많은 실패를 겪을 것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항법팀 이주림 연구원은 "한국의 우주개발은 지금까지도 많은 발전을 이뤘고, 성공과 실패 모두 우주 프로젝트에 중요하다"며 "실패를 용인하고 응원해주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패하지 않는 프로젝트만 하려다 보면 시간도 오래 걸리며 모험적인 시도를 하기 힘들어지고 세계 추세에 뒤쳐지는 결과를 낳는다. 시간과 비용만 투입된 채 지지부진하여 거대 프로젝트가 될 경우, 실패 리스크는 더욱 커진다. 발전을 위해서는 실패를 가정하고 용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ICBM 개발 가능성 열리나

한편 누리호는 2024년까지 연료를 액체에서 고체로 바꾸거나,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개량형을 만드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체 연료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과, 누리호의 연료를 액체에서 고체로 바꾸려는 이유가 ICBM을 만들기 위함이 아니냐는 추측이 해외 언론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 한-미 미사일 지침 폐지 이후, 고체 연료 로켓 발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ICBM 등의 군사용 발사체는 대부분 고체 연료이다. 또한 기존 2단 추진이었던 나로호에서 3단 추진 누리호로 바뀐 이유가 ICBM이 3단 추진 형식이라는 점이 그 이유이다.

일본 교도통신은 누리호 발사가 북한이 미사일 시험으로 한국과 일본 등 주변 국가에 긴장감이 감도는 시기에 이루어졌다고 덧붙였다. 영국 BBC 방송 또한 누리호 소식을 전하며 남한과 북한의 군비 경쟁을 언급했다.

누리호는 보완과 점검을 거쳐 내년 5월 19일에 2차 발사된다. 과학기술정부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4회(2022년, 2024년, 2026년, 2027년)에 걸쳐 반복 발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월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