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스티브잡스'에서 '희대의 사기꾼' 된 테라노스 전 CEO 엘리자베스 홈스 근황
니콜라 전 CEO, 거짓 들통나자 도주... 끊이질 않는 사기극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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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투데이 김가현 기자] 실리콘밸리와 세계를 바꿀 아이디어 하나. 익숙하면서도 알 수 없는 신뢰감을 주는  단어들이다. 

거기에 젊은 여성, 검은 폴라티를 자주 입고 유명한 대학교를 중퇴했다는 사실까지 더하면 어떻겠는가. 위 수식어를 모조리 갖춘 한 사람이 불과 7년 전, 세계를 상대로 희대의 사기극을 펼쳤음이 드러났다.

바이오 기업 '테라노스'의 CEO이자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는 피 한 방울만으로 질병 250여 개를 파악할 수 있다는 키트 '에디슨'을 개발했다.

이것이 실용화된다면 의학 분야가 어떻게 발전할지 얼마나 편해질지 생각만 해도 달콤하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의료 혁명'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혁신적인 기술은 당연하게도 많은 검증과 시험을 거쳐야 한다. 특히 생명 및 건강과 직결된 분야라면 더욱더 그렇다.

[사진=H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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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홈스는 자신들이 개발한 키트의 검증 자료를 공개할 수 없었다. 이에 대한 의구심을 돌리기 위해 사람들과 언론이 좋아할 요소를 파악해 자신에게 덮어씌운 뒤, 회사 홍보에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홈스의 행보에 언론을 비롯한 정계, 학계의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앞다퉈 칭찬하며 투자에 나섰다. 그는 '제2의 스티브 잡스', '의료계의 아이팟'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그 어떤 검증도 없이 말이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홈스는 "최연소 억만장자이다. 이 말을 들으면 어떤가?"라는 답변에 "그건 중요치 않다. 우리가 얼마나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 중요하다."라고 답했다. 잡스를 닮은 현란한 홈스의 말솜씨는 사람들의 눈과 귀를 홀리기에 충분했다.

타임즈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명'에 선정되기도 하고 포브스, 와이어드 같은 저명 잡지에도 빠짐없이 출연했다. 한때 기업가치가 90억 달러(약 10조 7000억 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 사기극은 월스트리트저널의 한 기자가 내부고발자의 폭로를 담은 기사를 게재하면서 막을 내렸다. 아이러니하게도, '제2의 스티브 잡스'라고 비유하며 홈스를 스타로 만든 1등 공신도 월스트리트저널이었다.

전 테라노스 직원(내부고발자)은 "그가 차세대 스티브 잡스가 되고 싶어 했나요?"라는 질문에 "네. 그는 스티브 잡스를 우상화했어요. 자신이 스티브 잡스인 세상을 만들었던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홈스가 자신을 스토리텔링 하기 위해 어떻게 언론을 이용했는지 여실히 드러내는 대답이다.

[사진=에디슨 키트/Theranos 유튜브 캡처]
[사진=에디슨 키트/Theranos 유튜브 캡처]

250여 개의 질병을 파악할 수 있다는 '에디슨' 키트는 실제로는 15가지 정도 밖에 검사하지 못했다.

다른 전 테라노스 직원(내부고발자)은 "혈액 샘플을 기계에 넣으면 결과가 튀어나온다고 생각하시죠. 그런데 실제로는 당신이 방에서 나가는 순간, 혈액 샘플을 들고 뒷문으로 달려가서, 대기하고 있던 5명이 그 작은 혈액 샘플을 5개 기계에 나누는 거예요."라고 답했다.

진실이 밝혀진 이후 테라노스의 기업가치는 0원이 됐고 2018년 청산됐다. 홈스는 총 11개의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후 배심원단은 사기와 공모 혐의 4건에 대해 유죄 평결을 했다. 홈스는 배심원의 평결을 토대로 한 최종 형량 선고를 앞두고 있다.

테라노스 사건은 실리콘밸리와 거대 언론들의 무비판적인 수용이 불러온 사건으로 남았다. 그러나 여전히 크고 작은 사기극은 끊이질 않고 있다. 

[사진=Nikola 공식 유튜브 캡처]
[사진=Nikola 공식 유튜브 캡처]

지난해 6월, 미국의 수소 전기차 업체 '니콜라'가 상장 4일 만에 포드(Ford)의 시총을 추월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전류 관련 공학자로 유명한 '니콜라 테슬라'에서 테슬라가 승용차 전기차 시장의 선두주자라면, 니콜라는 수소 전기 트럭 쪽에 집중했다. 

니콜라는 수소 트럭 '니콜라 원'이 정상 작동하는 것처럼 꾸며 홍보하고 상장까지 하여 많은 투자자를 유치했다.

사실은 트럭이 직접 작동한 것이 아닌 언덕에서 중력으로 내려보낸 것을 촬영한 것이었고, 사기가 들통나자 창업자이자 전 CEO였던 트레드 밀턴은 회사를 사퇴했다. 이후 미국 금융당국에 2년에 걸쳐 약 1,491억 원을 내야 하는 결의가 내려지면서 막을 내렸다.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도 20여 년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황우석 사건'이 있다.

객관적인 사실과 증거를 바탕으로 하는 과학기술 분야라도 사기극은 즐비하다. 과학은 전문적인 영역인지라 기자들도 과학적 원리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고, 독자들도 마찬가지다.

언론은 검증 없이 사건을 보도하고, 독자는 언론이 철저한 검증을 거쳐 보도했을 것이란 판단해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사건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검증하는 자세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소비자는 물론이고 이를 전달하는 언론은 더욱이 책임감을 느껴야 다신 이러한 사건들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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