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주프레, 지난 2009년 엡스타인과 합의
앤드루, 합의문의 책임 면제 조항...소송 기각 요구

[월드투데이 박소은 기자] 미국인 여성 버지니아 주프레가 과거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앤드루 왕자에게 민사소송 재판을 제기해 관련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EPA]
[사진=연합뉴스/EPA]

영국의 앤드루 왕자는 지난 2001년 엡스타인과 함께 당시 17세 미성년자였던 주프레를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019년 미국 여성 버지니아 주프레는 2001년, 17살에 영국 앤드루 왕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미국 방송사 NBC에 밝혔다.

주프레는 당시 미국의 억만장자 엡스타인의 연인 기슬레인 맥스웰에게 고용돼 영국에 갔다. 영국에 간 후 그는 엡스타인에게 성폭행을 당했으며, 엡스타인이 앤드루 왕자를 포함한 남성 여러 명과 성관계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맥스웰은 영국 언론계에 영향력이 큰 로버트 맥스웰의 딸로, 이번 사건의 공범자로 지목당했다. 아무런 위법 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부인했지만, 지난해 12월 29일(현지시간) 뉴욕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미성년자 성 착취 등 5개에 대해 배심원들은 유죄 판결을 내렸다.

엡스타인은 앞선 2019년 성매매와 모의 혐의에 대한 재판을 기다리다 감옥에서 목숨을 끊었다.

앤드루의 변호인단은 앤드루 왕자가 1999년이나 그 무렵에 제프리 엡스타인을 만났다는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어떠한 형태의 성적 접촉이나 관계를 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에 대해 부인했다.

[사진=(좌)길레인 맥스웰과 (우)제프리 엡스타인,연합뉴스/AFP]
[사진=(좌)길레인 맥스웰과 (우)제프리 엡스타인,연합뉴스/AFP]

주프레는 엡스타인과 앤드루 왕자를 상대로 미국 뉴욕시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에 민사소송 재판을 제기했다. 이 재판 과정에서 지난 2009년, 주프레가 플로리다주 연방법원에 엡스타인을 고소하고 합의하며 50만 달러(약 6억 원)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앤드루 왕자 측은 합의문에 '잠재적으로 피고가 될 가능성이 있는 모든 개인과 단체'의 책임을 면제해주는 조항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소송 기각을 요구했다.

그러나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은 앤드루 왕자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민사소송 개최가 결정됐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민사소송 개최가 결정되자 영국군 출신 인사 150여 명은 여왕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에 앤드루 왕자의 군 직함인 왕립해군 중장 유지에 대한 분노를 담아 전했다.

이에 영국 왕실은 지난 1월 13일(현지시간) 여왕의 승인에 따라 앤드루 왕자(요크 공작)의 군 직함과 왕실 후원자 자격 등을 여왕에게 반환시켰다. 이어 왕실은 "앤드루 왕자는 민간인으로서 재판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앤드루 왕자는 앞으로 '전하'(His royal highness)라는 호칭을 사용할 수 없다. 또한 앤드루 왕자가 하던 모든 역할은 왕실 다른 가족들에게 분배된다.

그는 지난 2019년에 성폭행 의혹이 불거진 후 여왕과 상의를 거쳐 왕실 일원으로서 모든 공식 임무를 중단했다. 이듬해 딸인 베아트리스 공주의 결혼사진에서도 빠졌다.

하지만, WSJ은 앤드루가 왕실 업무에선 배제되지만, 그는 여전히 영국 왕자이자 요크 공작이며 왕실 후계 서열 9위라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AFP]
[사진=연합뉴스/AFP]

이어 지난 1월 26일에는 앤드루 왕자가 민사소송이 아닌 배심원단의 판단을 받는 배심 재판으로 진행해 줄 것을 미국 법원에 요청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함께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는 소송이 기각돼야 하는 이유를 다수 적어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앤드루 왕자는 공범으로 지목되는 맥스웰과 가까운 친구였다는 사실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앤드루 왕자가 맥스웰의 친구였으며 엡스타인의 전용기를 탔다는 증언이 나왔다.

한편, 앤드루 왕자는 수사 당국으로부터 기소된 바가 없다. 주프레와 앤드루의 서로 다른 주장 중 어디까지가 진실일지 올해 가을 뉴욕에서 열리는 재판에서 풀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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