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아크 유저들, 자발적으로 판교역 지하철 광고 게재
3억 원 모인 기부 대란 이후 디렉터와 유저들이 보여주는 '선한 영향력'

[사진=Lostark 공식 유튜브 캡처]
[사진=Lostark 공식 유튜브 캡처]

[월드투데이 김가현 기자] 온라인 게임 '로스트아크'의 광고가 지하철 판교역에 걸렸다.

그러나 게임을 홍보하는 마케팅 광고와는 다르다. "로아팀 응원해", "고마워 로스트아크" 등의 문구가 적힌 이번 광고는 유저들이 로스트아크 개발진들의 노고에 감사를 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게시한 선물이다.

지난해 12월 18일 토요일 '로아온 윈터'가 시발점이었다. 유저들은 게임 내에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과 발전 방향에 대해 듣고 싶었다. 유저들의 기대에 게임의 총괄 디렉터인 금강선 디렉터와 개발진들은 8시간 30분에 걸친 라이브 방송으로 부응했다.

진행 내용 중 금 디렉터는 게임 내 재화 인플레이션 문제 해결을 위해 매출의 17%를 차지하는 수입원을 포기하겠다고 밝히며 "이것이 로스트아크식 재투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24일 오후 8시 35분경, 인 게임 공지사항을 통해 금 디렉터가 직접 채팅을 치면서 '로아온 윈터'의 후일담을 전했다.

[사진=유저들과 직접 소통하는 금강선 디렉터/Lostark 공식 유튜브 캡처]
[사진=유저들과 직접 소통하는 금강선 디렉터/Lostark 공식 유튜브 캡처]

"보통 크리스마스이브 때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모여서 즐겁게 파티했던 기억이 나서 이 시간에 찾아뵙습니다"로 서두를 연 금 디렉터는, 갑작스러운 공지에 무슨 이벤트를 하는지 궁금해하는 유저들의 반응에 "큰 거 없어요 여러분, 기대하지 마세요"라고 답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후 진행된 이벤트에 참여하면 유저들이 원하던 아바타를 얻을 수 있는 깜짝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개최해 유저들을 다시 한번 감동시켰다.

금 디렉터의 이벤트에 감동한 유저들 중 한 명은 크리스마스 당일, "로스트아크가 매출을 사회에 환원하듯 유저로써 선한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로스트아크 게임사인 스마일게이트의 사회공헌재단에 기부하자는 게시글을 올렸다.

[사진=스마일게이트 후원재단]
[사진=스마일게이트 후원재단]

이 글은 순식간에 여러 커뮤니티로 퍼졌고 자발적으로 기부하고 인증하는 게시글이 끝없이 이어졌다. 일주일 동안 모인 기부금은 총 1만 2,000건, 3억 원에 달했다.

기부 대란은 고리처럼 또 다른 사건을 불러일으켰다. 2022년 새해가 되자마자 금 디렉터는 또다시 인 게임 공지사항을 통해 소통을 이어나갔다.

금 디렉터는 "여러분들 덕분에 기적과 같은 크리스마스를 경험했습니다"라며 "이런 설명하기 힘든 벅찬 감정을 느낀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요. 개발진들을 대표해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고 답했다. 유저들의 기부 대란에 개발진들은 인 게임에서 착용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는 칭호를 지급하는 것으로 보답했다.

주거니 받거니 하는 선한 영향력의 고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한 유저는 로스트아크 개발진들이 출근하는 판교역 지하철에 응원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게시하자고 제안했고, 개발진들을 위한 감사선물도 포함하여 모금이 시작됐다.

많은 유저들의 관심 속에 모인 금액은 목표 금액 2,500만 원을 상회했고, 잔여 금액은 로스트아크 개발팀과 유저의 이름으로 전액 기부될 예정이다.

해당 지하철 광고는 1월 28일부터 2월 27일까지 판교역 1, 4번 출구에서 볼 수 있다. 광고에는 "이게 로스트아크 유저식 재투자입니다"라며 로아온 윈터 당시 금 디렉터의 말을 인용한 문구도 찾아볼 수 있다.

지하철 광고에 또 다시 보답하듯, 지난 1월 28일 금 디렉터는 자신의 생일을 기념한 깜짝 라이브를 진행해 유저들의 실시간 질문을 받으며 소통을 이어갔다.

[사진=Lostark 공식 유튜브 캡처]
[사진=Lostark 공식 유튜브 캡처]

로스트아크는 2019년 12월 4일 출시 당시 뛰어난 그래픽과 오랜만에 출시한 대규모 MMORPG 장르라는 점 덕분에 큰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엔드 컨텐츠 및 반복성 컨텐츠의 부족, 불편한 강화 시스템 등으로 순식간에 '망겜'이 되었다. 대부분의 유저가 떠났고, 남은 유저들은 "너 아직도 그 겜 하니?"라는 질문에 "아니"라고 답하며 숨길 수밖에 없었다.

금 디렉터는 남은 유저들을 모은 간담회에서 "물음에 당당히 '응'이라고 답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 약속은 약 2년 후 지켜졌다. 금 디렉터는 크리스마스날 인 게임 공지사항으로 "너 아직도 그 겜 하니?"라고 되물었고, 유저들은 지하철 광고란에 "응! 우리 아직도 그 게임 해"라고 답하며 로스트아크가 갖고 있던 인식을 180도 바꾸는 데 성공했다.

지난 2021년 게임계 트럭시위 사태로 인해 많은 유저들이 유입된 로스트아크는 풍부하고 훌륭한 컨텐츠를 만들어냄으로써 유저들을 정착시켰다. 이후 두 번의 '로아온' 라이브 방송을 통해 날아오른 로스트아크는 동접 26만 명을 돌파하며 온라인 MMORPG 중 독보적인 유저 풀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BC카드 x 로스트아크 PLCC/연합뉴스]
[사진=BC카드 x 로스트아크 PLCC/연합뉴스]

최근 로스트아크는 BC카드와의 신용카드 콜라보 출시 이틀만에 누적 발급 1만 장을 돌파했다. 이번 사업 수익금으로 기부금을 조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담이 가득한 로스트아크조차도 완벽한 게임은 아니다. 게임 내에 문제는 여전히 산재하고, 업데이트가 지속될 수록 새로운 문제는 생겨날 것이다.

그러나 지난 2년간 로스트아크가 보여준 업데이트 내용과 빠르게 문제를 픽스하는 '소통'은 유저들이 게임에 불만이 생기더라도 "곧 고쳐주겠지"하는 신뢰 관계를 형성했다.

물론 모든 문제를 빠르게 고치는 완벽함을 보여준 것은 아니다. 일례로 유저들이 대거 유입된 지난해 3월 이후, 대폭 늘어난 고객센터 문의량 때문에 문의 답변을 받기 위해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세 달까지 기다려야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2021년 6월 '로아온 미니'에서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며 빠르게 고치겠다고 약속했으나, 같은 해12월 '로아온 윈터'가 열릴 때까지 고쳐지지 않았다. 금 디렉터는 개발진들을 대표해 사과했고, 왜 고치지 못했는지에 대한 자료를 갖고 나와 유저들에게 설명했다. 

사소한 소통들이 모여 유저들과 개발진들 간의 끈끈한 신뢰 관계를 형성했기에 선한 영향력의 고리가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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