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대통령 첫 취임 후 8년간 장기 집권 성공
'마약 범죄' 체포와 함께 미국의 '부정부패' 명단에 이름 올려

[사진=에르난데스 온두라스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월드투데이 김현정 기자] '부정부패'와 '마약범죄' 의혹 등으로 나락에 빠졌던 온두라스 전 대통령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알바라도가 결국 지난 15일 체포되며 불명예의 마침표를 찍었다. 

2013년 온두라스 대통령 당선

온두라스국립자치대학(UNAH)에서 법학을 공부했던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알바라도(Juan Orlando Hernández Alvarado)는 학사 학위를 받은 그 해 국민당에 입당해 정치를 시작했다.

그렇게 정치에 발을 들인 그는 Navas 부통령 보좌관, 국민당 청년위원회 위원, 국민당 대선 경선후보 참모 등을 역임하며 미국에서 공공정책학 석사 과정을 병행했다. 이후 1998년부터 국회의원, 국회의장 비서실장, 국민당 사무총장 등을 거쳐 2013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 

당시 개표 후 야당 자유재건당 측은 대선 결과에 대해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나섰지만, OAS(Organization of American States, 미주 기구), EU(유럽연합) 등 국제기구와 미국 등이 대선의 투명성 및 공정성을 인정하며 총 투표자 중 36.89% 표를 득표해 2014-2018년 임기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사진=정권 교체에 성공한 시오마라 카스트로 온두라스 현 대통령, REUTERS/연합뉴스]
[사진=정권 교체에 성공한 시오마라 카스트로 온두라스 현 대통령, REUTERS/연합뉴스]

재선 성공으로 8년 장기 집권

2014년 취임한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2017년 대선에서도 재선에 성공하며 2021년까지 8년 간 대통령으로 재직했다. 집권 기간 동안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치안, 경제, 교육 및 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이뤄내고자 했다.

취임 당시 온두라스는 사회 전반에 부정부패가 만연한 상태였으며, 범죄자에 대한 불처벌도 심각한 수준의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었다.

이에 집권 이후 에르난데스 정부는 당국의 열악한 치안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군경대, 경찰특공대, 순찰지구대를 설립, 마약 관련 법률 제정, 총기 소지 규제 등을 통해 실제 온두라스를 경유하는 마약 루트를 차단하고 당국 내 피살자수가 감소하는 등의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또한 재정적자가 GDP 7.9%에 이르는 등 심각한 재정적자 위기에 직면했던 취임 초기, 정부 조직 축소, 유사 기능 수행기관 통폐합 등을 통해 정부 지출 10% 감축에 성공하기도 했다. 아울러 국내 빈곤층 지원 프로그램 추진, 무료 급식, 미혼모 대상 의료혜택 및 자녀 취학 지원 등으로 사회개발을 위해 힘썼다. 

[사진=에르난데스 온두라스 전 대통령의 체포 및 송환 요청 이후 삼엄한 경비가 내려진 관저 밖, EPA/연합뉴스]
[사진=에르난데스 온두라스 전 대통령의 체포 및 송환 요청 이후 삼엄한 경비가 내려진 관저 밖, EPA/연합뉴스]

12년 만의 정권 교체...'부정부패'와 '마약 범죄자'로 타락

온두라스는 2009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우파 국민당이 12년간 장악하고 있었다. 취임 초기 성과를 이끌어내는 듯 했던 국민당 정권은 부패와 마약 범죄에 연루되면서 신임을 잃어갔다.  

이에 2009년 당시 쿠데타로 물러난 마누엘 셀라야 전 대통령의 영부인이던 시오마라 카스트로가 3번의 도전 끝에 직접 정권 교체를 이끌어냈다. 

특히 지난달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작성한 '부패·비민주 행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이 뒤늦게 공개되며 논란을 일으켰다. 이 명단은 미 정부가 불법이민 문제 대책의 일환으로 중미 국가의 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작성한 것으로 명단에 오르는 경우 미국 입국이 제한된다.

지난해 7월 미국 국무부가 공개한 명단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으나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1월 27일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이 퇴임한 이후에는 미 국무부가 이를 기밀로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사진=경찰에 체포되는 에르난데스 전 온두라스 대통령(가운데), 온두라스 경찰 제공/AFP/연합뉴스]
[사진=경찰에 체포되는 에르난데스 전 온두라스 대통령(가운데), 온두라스 경찰 제공/AFP/연합뉴스]

명단 공개에 앞서 퇴임 전부터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동생에 대한 마약 밀매 혐의 재판 과정에서 사건의 공모자로 지목됐으며, 재판 과정에서 마약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증언이 나오며 의혹을 커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15일(현지시간) 미국의 요청에 따라 수도 테구시갈파의 자택에서 체포됐다.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줄곧 이 같은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부패 명단이 공개된 직후에는 SNS를 통해 미국이 언론 보도와 마약 범죄자들의 진술을 근거로 결정을 내린것에 대해 반발하며 재임 중 마약 범죄를 줄이기 위해 벌인 노력의 성과를 열거한 바 있다.

그런 그가 미 정부의 체포 요청 직후 온두라스 법원이 체포영장을 곧바로 발부하며 자택에서 포위된 채 체포당하는 비참한 모습을 보였다. AP통신은 온두라스 법원이 앞으로 3개월 이내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의 미국 인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2번의 대선에서 승리를 차지하며 8년간 정권을 쥐고있던 한 나라의 대통령의 잘못된 행보에 그간의 성과까지 가려지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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