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시카 독립의 상징' 사망에 소요사태 발생
"우린 프랑스와 달라"...18C부터 이어진 독립요구
4년 전보다 누그러진 마크롱, 그의 진정한 속내는?

경찰병력 앞으로 던져진 화염병[사진=연합뉴스]
경찰병력 앞으로 던져진 화염병[사진=연합뉴스]

[월드투데이 노만영 기자] 프랑스 변방의 코르시카 섬에서 분리독립 요구가 한창인 가운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까지 4년 전보다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코르시카 무장 독립운동의 상징적인 존재인 이방 콜론나가 사망했다. 

콜론나는 무장독립단체인 코르시카민족해방전선의 조직원으로 지난 1998년 정부가 파견한 클로드 에리냑 주지사를 총격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수감 중이던 콜론나는 지난 2일 알라신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수감자들에게 공격을 당해 의식 불명에 빠졌고 곧바로 마르세유로 옮겨진 뒤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이방 콜론나를  추모하는 사람들[사진=연합뉴스]
이방 콜론나를 추모하는 사람들[사진=연합뉴스]

콜론나는 코르시카 주민들에게 독립 투쟁의 상징적인 존재로 인식됐기 때문에 그의 사망 소식은 큰 충격을 남겼다. 급기야 지난 14일에는 추모 집회가 소요사태로 번지면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 1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 코르시카 분리독립운동 변천사

지중해에 위치한 코르시카는 지리적으로 이탈리아와 가깝고 역사적으로도 오랜 시간동안 이탈리아 문화권에 속해 있었기에 언어나 문화의 측면에서 프랑스와는 다른 부분이 많다. 이러한 이유로 오래 전부터 분리독립을 위한 움직임이 있어왔다. 특히 18세기부터 이어져 오던 무장독립운동은 현대에 와서도 지속됐다. 

1976년에 결성된 코르시카민족해방전선은 대표적인 무장운동 단체로 콜론나 역시 이 단체에 몸담았다. 정부 주요 인사 암살 및 테러 등을 벌이며 코르시카의 분리를 요구해왔지만 과격한 투쟁으로 대중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게 되면서 지난 2014년 이후로는 폭력적인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정부요인 암살 혐의로 2003년 당시 체포된 콜론나[사진=연합뉴스]
정부요인 암살 혐의로 2003년 당시 체포된 콜론나[사진=연합뉴스]

그럼에도 코르시카 주민들의 독립 요구가 식은 것은 아니었다. 무력 투쟁 대신 민주적인 방법으로 분리독립을 요구했다. 지난 2018년 민족주의 성향의 자치정부를 선출한 뒤 자치권 확대를 외쳤으며, 콜론나처럼 무장투쟁으로 투옥된 조직원들의 석방을 요구했다. 

이후 비교적 안정세로 접어들었던 코르시카는 콜론나의 사망으로 다시금 분리주의 움직임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 코르시카 분리독립에 대한 마크롱의 진정한 속내는?

이번 소요 사태의 배경에는 프랑스 대선이라는 중요한 변수도 작용하고 있다. 재선에 도전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코르시카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의식한 듯 자치권 부여에 대해 열린 자세를 보였다.

물론 선거에 대비한 공약성 발언일 가능성도 높다. 마크롱 대통령은 줄곧 코르시카 분리독립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취임 2년차인 지난 2018년 자치권 요구가 절정이던 코르시카에 직접 방문해 자치권 확대에 대해선 협상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코르시카의 독립에 대해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연합뉴스]

현실적 차원에서도 자치권 획득은 어려운 일이다. 이는 카탈루냐와 코르시카의 상황을 비교해보면 더욱 선명해진다.

대항해시대 무역의 중심지로 발달하면서 일찍이 경제도시로 성장한 카탈루냐와 달리 척박한 환경으로 관광업 외에 마땅한 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코르시카는 유럽 내에서도 가난한 지역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카탈루냐와 달리 중앙정부로부터 자치권 협상을 벌일만한 협상카드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콜론나 사망으로 격화된 분리운동을 수습하고 대선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정치적 술수일 가능성에 더 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콜론나 사망을 기점으로 벌어진 대규모 시위[사진=연합뉴스]
콜론나 사망을 기점으로 벌어진 대규모 시위[사진=연합뉴스]

한편 코르시카의 상황에 따라 카탈루냐를 비롯해 유럽 내 분리운동이 다시금 격화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자치권 논의는 좀 더 신중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월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