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키예프 간 셔틀회담 이어 베를린행
마크롱의 협상카드로 재조명된 '핀란드화 전략'
오는 10일 노르망디 회담서 푸틴과 재회...진전있을까?
![[사진=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202/407573_215746_471.jpg)
[월드투데이 최도식 기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해 전 유럽을 오가며 다양한 협상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군사적 긴장 해소를 위해 양국 정상들을 차례로 방문하는 '셔틀외교'를 벌였다. 셔틀외교란 두 국가가 첨예하게 대립한 상황에서 제 3국이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는 외교 방식이다.
지난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 다시금 일촉즉발에 놓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중재하기 위해 유럽연합의 의장국을 맡게된 프랑스가 사태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으며, 다음날 8일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를 방문했다.
과거 소련에서 독립한 우크라이나는 지난 2014년 친서방 정권이 집권하면서 서방의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가입을 추진했고, 나토의 확장에 위협을 느낀 러시아가 그해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병합하며 양국 간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지난해 말 러시아가 또 다시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최근 러시아가 군 병력을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집중시키면서 전 유럽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접경지에는 러시아 군의 탱크 700여대와 보병 전투 차량, 탄도미사일 발사대 등이 배치된 상황이다.
성대한 만찬으로 시작된 '셔틀외교', 씁쓸한 끝맛 남겨...
![[사진=다섯 시간 동안 진행된 프-러 정상회담, AP/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202/407573_215731_1034.jpg)
이번 셔틀외교는 낙관적인 기대감으로 출발했지만 모스크바와 키예프 사이를 가로막는 불신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드라마틱한 성과를 내진 못했다.
먼저 모스크바를 방문한 마크롱 대통령은 순록고기에 고구마와 블랙베리를 곁들인 저녁 만찬을 즐기며 푸틴 대통령과 무려 5시간 가량의 대담를 가졌다.
긴 협상 끝에 양국 정상은 긍정적인 메세지를 남겼지만 구체적인 협상 내용에 대해선 발언을 삼갔다.
![[사진=마크롱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202/407573_215734_1155.jpg)
마크롱 대통령은 회담 직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측에 안전 보장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또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상태를 더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확약을 받았다고 답변했다.
푸틴 대통령 역시 마크롱 대통령이 사태 안정화를 위한 다양한 선택지를 제안했다고 답했지만 회담장에서 오간 구체적인 협상 카드에 대해선 "추가적인 공동의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양국 정상은 마크롱 대통령의 키예프 방문 이후 전화를 통해 추가적인 협의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사진=푸틴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202/407573_215736_1221.jpg)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군사대치 이후 모스크바에서 열린 최초의 정상회담에서 훈풍이 불었던 것과 달리 키예프 회담은 사뭇 다른 분위기로 끝이 났다.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과의 회담 직후 러시아가 군대 철수를 증명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나는 사실 말을 믿지 않는다"며 "모든 정치인은 구체적인 조처를 함으로써 투명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는 말로 러시아 측의 행동을 촉구했다.
![[사진=마크롱 대통령(좌)과 젤렌스키 대통령(우), 로이터/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202/407573_215738_1340.jpg)
결국 프랑스 주도의 이번 셔틀외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뿌리 깊은 불신을 재확인한 채 끝이 났다.
모스크바 회담 직후 수 일 내에 극적인 변화를 예고했던 마크롱 대통령도 키예프 회담 이후 하루만에 달라진 반응을 보였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해선 몇 개월의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으로 선회했다.
우크라이나의 반발에도 재소환된 '핀란드화 카드'
![[사진=핀란드의 국기를 든 헬싱키의 시민, 로이터/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202/407573_215740_1956.jpg)
셔틀외교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마크롱 대통령이 셔틀회담에 앞서 외신들에게 한 발언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7일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모스크바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취재진에게 "우크라이나를 '핀란드화'하는 것이 사태 해결의 방안으로 검토될 수 있다"고 대답했다.
'핀란드화'란 냉전시대이던 1960년대 소련과 국경을 접한 핀란드가 소련의 대외정책을 추종한 사례를 일컫는 용어다.
지난 1948년 핀란드는 나토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중립을 표방해 소련의 침략을 받지 않았지만 대신 여타의 동유럽 국가들처럼 정치적으로 소련의 간섭을 받게 됐다.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추진해 러시아와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과거 핀란드처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가능성을 차단하고 중립국화하는 방안을 사태의 해법으로 제안한 것이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핀란드화 발언을 전면 부인했다.
![[사진=키예프 회담의 한 장면, 로이터/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202/407573_215741_221.jpg)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추진하는 것은 러시아의 내정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의도다. 그러나 중립국을 선언하게 된다면 러시아의 군사적 침공은 면할 수 있겠지만 내정 간섭을 막을 길은 사라지게 된다.
이 때문에 핀란드화 전략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뉴욕타임즈도 전세계 외교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크라이나가 핀란드화를 수용할 확률이 매우 낮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싱크탱크 대서양위원회의 안나 비슬란더 대서양국장은 "이 모든 것이 우크라이나가 열망해 온 것과는 어긋나는 것"이라며 "나토와 유럽연합에 가입하려는 장기적인 목표에서 크게 선회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국제문제연구소 리처드 휘트먼 연구원도 마크롱 대통령이 꺼낸 방안은 "우크라이나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진=북대서양조약기구 소속 F-16 전투기, AP/리투아니아 국방부/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202/407573_215742_362.jpg)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해법으로 핀란드화 전략이 논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침공했을 때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사태의 해법으로 핀란드화를 제안한 바 있다.
당시에는 핀란드화 전략이 기각됐지만 현재 전면전에 대한 가능성이 극도에 달한만큼 마크롱 대통령을 비롯한 전세계 외교라인이 다시 한번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를 고려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네버엔딩 정상회담'
![[사진=좌측부터 두다 폴란드 대통령, 숄츠 독일 총리,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202/407573_215743_3738.jpg)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오가며 셔틀회담을 진행한 마크롱 대통령은 오는 10일 열리는 노르망디 형식 회담을 통해 양국 정상들과 재회한다.
노르망디 형식 회담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프랑스, 독일이 참석하는 4자 회의체로 지난 2015년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에서 처음 열렸다.
당시 4개국 정상들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지역에서 발생한 친러 성향의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군사적 충돌을 해결하기 위해 '민스크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평화협정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고 지난 2019년 12월에 열린 마지막 회담을 끝으로 약 3년 만에 각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사진=워싱턴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난 숄츠 총리, 로이터/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202/407573_215745_422.jpg)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노르망디 형식 회담에 앞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만나기 위해 8일 베를린을 방문 중이다.
베를린에서 독일 총리를 비롯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발트해 3국의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정상들을 만난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했던 숄츠 총리과 조우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미·러 정상의 입장을 정리한 뒤 노르망디 회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인접한 폴란드와 발트해 3국 대표들 역시 이번 베를린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동유럽의 군사적 긴장국면을 해소할 대책들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