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날 수 있는 이유와 없는 이유 모두 타당해
2014년도 크림반도 통합 사건과 공통점도 많고 차이점도 많아
당분간 미국과 러시아의 긴장상태 지속될 것으로 보여

[사진=푸틴 대통령 그림, pixabay]

[월드투데이 김지현 기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에 가입해 크림반도를 무력 탈환하려 한다면 전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곧이어 기자회견을 통해 "곧 루마니아, 폴란드, 독일로 추가 병력을 이동시킬 것"이라고 대응하여 군사적 긴장을 재차 고조시켰다.

러시아가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크림반도를 병합한 전적이 있기 때문에 전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전쟁이 날 수 있는 이유

 [사진=우크라 접경지역서 장갑차 동원해 훈련하는 러시아군, 연합뉴스]

크림반도와 시기적으로 유사하다 : 푸틴의 지지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여부를 예측하기 위해 참고해야 할 사례가 바로 '크림 위기'다. 코로나가 시작된 후 푸틴의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를 찍었다. 이는 크림반도 당시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미국이 양적 완화를 종료함에 따라 전 세계가 경제적 타격을 입고 있으며 러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경제사정이 악화되면 이미 낮아진 지지율이 더 낮아지는 건 불 보듯 뻔한 이야기다. 이렇듯 푸틴은 내부적으로 정치 세력이 흔들릴 때 자국민에게 러시아의 힘을 보여주는 방법을 사용해왔다. 

[사진=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백악관서 회담하는 바이든, 연합뉴스]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한정적이다

미국은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하며 취약점을 드러냈다. 현재 대만을 두고 미국과 중국의 긴장상태가 최고조임을 고려했을 때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파병을 보낼 확률은 낮다. 

우크라이나의 경제력도 미국의 개입에 있어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교역량 측면에서 보면 대만은 미국의 9번째 교역국이지만 우크라이나는 67번째다. 미국 내 여론 측면에서도 우크라이나 미군 배치에 찬성하는 여론은 6명 중 1명인 반면, 대만에 대해서 찬성하는 여론이 6명 중 3명 이상이다.

[사진=오바마 대통령, pixabay]

미국은 이를 크림반도 때 이미 보여준 바 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당시 미국은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까지 개입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기에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의 군사개입은 대가를 치를 것이다'라는 말만 반복했고 결국 크림반도는 러시아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이후 미국은 러시아에 즉각 경제 보복을 했으나 역효과로 러시아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만 키웠다. 이번에도 바이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최후의 수단으로 러시아를 국제 결제망에서 퇴출시켜 무역을 못하게 하겠다고 압박했다. 러시아는 이에 거대 경제권인 중국과 별도의 결제망을 만들겠다고 대응하고 있다. 결국 미국은 경제적으로 손을 쓰기에도 어려운 상황이다.

전쟁이 나기 힘든 이유 

[사진=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연합뉴스]

크림반도는 친러였으나 우크라이나는 반러다

크림반도는 소련 시절까지 러시아의 영역이었으나 지난 1954년 우크라이나로 넘어간다. 비록 소속은 우크라이나라 할지라도 인구의 대부분이 러시아계였으며, 항상 분리독립 움직임이 있어왔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당시 분위기는 현재 우크라이나와 완전히 달랐다. 

크림반도 주민들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도 크림반도가 강한 나라인 러시아에 귀속되어 정치, 경제적 안정을 바란다고 언급했다. 그렇게 합병 이전 진행된 국민투표에서  러시아 귀속 찬성 96.77%라는 압도적인 여론이 나왔다. 덕분에 침공 당시 미국과 충돌을 일으키지 않고 영토를 확대한 바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다르다. 반러 감정이 심하기에 크림반도 당시와 같은 시나리오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우크라이나를 집어삼키기 위해선 침공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러시아의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러시아가 무턱대고 침공할 확률은 낮아 보인다. 먼저 자국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현재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사진=러시아 돈, pixabay]

전쟁은 초인플레이션의 대표적인 원인이다. 독일의 지난 1920년대 발생한 초인플레이션의 원인은 전쟁배상금이다. 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패배한 후 요구된 배상금을 독일 화폐인 마르크가 아닌 금이나 외환으로 지불해야 했다. 이는 환율 절하로 인한 마르크 가치 하락을 가져왔고 인플레이션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러시아도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경험했다. 크림반도 사태 이후 미국의 경제 보복의 타격을 받아 지금까지도 루블의 가치는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군적 재정을 쓰게 될 경우 적자로 인해 물가 상승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경제적 관점에서 봤을 때 우크라이나로 군사를 투입하는 상황은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애당초 푸틴의 목표는 전쟁이 아니다

북대서양 조약 기구(이하 나토)가 우크라이나까지 가입시키려 손을 뻗었다며 러시아는 미국과 나토가 문제의 원인이라고 맞서면서 미국과 러시아의 긴장이 강화되고 있다.

나토는 북미와 유럽 국가의 군사동맹으로 소속국이 무력공격을 받으면 이를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여 원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는 사실상 소련에 대응하여 생겨났기에 러시아의 입장에선 매우 심기가 불편하다.

[사진=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연합뉴스]

나토는 소련의 팽창에 대항하고자 1949년 창설됐다. 이후 소련이 내부 정치 문제로 인해 자멸하며 냉전은 종식됐지만 계속해서 이어져오고 있으며, 특히 푸틴의 집권 이후 러시아가 영토를 확대하고자 많은 시도를 함에 따라 많은 동유럽 국가들이 나토에 합류했다.

독일 국경 동쪽인 러시아 방향으로는 나토 회원국을 늘리지 않겠다던 미국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2004년 옛 소련의 영토였던 발트 3국까지 가입하면서 러시아는 나토 국가와 국경을 맞대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후에도 회원국은 늘어났고 우크라이나까지 가입하려 들자 러시아는 이에 대응한 것이다. 

알렉세이 러시아 외무부 부국장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러시아가 누구도 침공할 계획이 없음을 천명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목적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철회에 있지 전쟁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진=군사연습하는 군인들, pixabay]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을 강력히 주장한다. 크림반도 사건이 보여주듯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다른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고 계속 병합 대상으로 인식한다는 점에서다.

나토에 대한 러시아의 요구에도 무리가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조지아가 나토에 가입하는 것이 결코 허용되지 않을 것이란 서면 보장을 원한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를 포함한 동유럽에서 나토 군대를 철수하고 1997년 수준으로 복귀할 것을 요구했다. 사실상 동유럽에 대한 나토의 해체를 요구한 것이다.

각자의 입장을 굽히지 않는 상황인 가운데 나토 조약 재설정에서 미국과 러시아 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는 이상 대치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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