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서부 리비우 역시 로켓 공습 받아...
교역의 중심지로 오래 전부터 민족 간 공존
다양한 민족문화 '유럽 건축사조의 백화점'

로켓공격을 받은 리비우[사진=AFP/연합뉴스]
로켓공격을 받은 리비우[사진=AFP/연합뉴스]

[월드투데이 최도식 기자] 우크라이나 서부 리비우가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으면서 이 지역 문화유산까지 위협받고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리비우가 러시아군의 로켓 공격을 받았다. 로켓은 연료저장시설 등을 파괴해 인근 지역이 불길에 휩싸이기도 했다.

리비우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역사지구가 있다. 중세 후반에 형성된 이 도시는 행정, 종교, 상업의 중심지로 번영을 누렸으며 중세 도시의 특징인 바로크 양식을 비롯 이후 양식들도 잘 보존되어 있다. 동시에 이 도시를 거쳐간 다양한 소수 민족들의 문화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가치있다.

리비우 역사도시의 전경[사진=Wiki Media/Lestat]
리비우 역사도시의 전경[사진=Wiki Media/Lestat]

그러나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무차별적인 로켓 공격을 이어가면서 문화유산 파괴의 우려가 커져가고 있다. 민간인 시설에도 거침없이 폭격을 가하는 현재의 행보대로라면 문화유산을 파괴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 직접적인 조준이 아니더라도 인근 지역에서 발생한 공격으로 화재 혹은 진동이 발생할 시 문화재에 큰 손상이 가해질 수 있다.

수도 키이우에서도 연속된 포격으로 도시 전체가 흔들리면서 지반이 약한 성 소피아 대성당 등에 심각한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전문가의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정전과 확전의 기로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리비우 역사지구가 무사히 보존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러시아군의 포격을 받은 리비우의 전경[사진=AFP/연합뉴스]
러시아군의 포격을 받은 리비우의 전경[사진=AFP/연합뉴스]

리비우는 과거 동유럽의 대표적인 상업도시로 이 도시에 유입된 다양한 민족들이 풍요로운 유산들을 남겼다. 흡사 초기 뉴욕 이민자들처럼 리비우에는 각 민족들의 자신들의 구역을 설정해놓고 터를 잡아나갔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를 배척하는 대신 상호의존하며 하나의 도시공동체로서 공존해갔다. 이 때문에 리비우 역사지구에는 이탈리아와 독일, 동유럽 등 다양한 문화적 전통이 녹아든 건축물들이 쉽게 발견된다.

리비우가 교역의 중심지로서 유럽의 다채로운 문화들을 흡수할 수 있었던 데에는 지리적 특성이 크게 작용한다. 발트 해와 지중해, 중부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중요한 교역로들이 리비우를 기점으로 뻗어나갔다. 교역지로서 축적된 부는 도시를 견고하게 만들었다. 13세기에 이르러서는 요새도시 리비우로 그 명성을 떨쳤다.

중세 시대 도시 중심부에는 하이 캐슬(High Castle)이라 불리는 성과 다섯 채의 교회가 자리했다. 그러나 성은 현재 존재하지 않으며 성이 있던 언덕 주위로 교회 건물만이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중심부 외곽의 미들 타운에 해당하는 세레드미스티아(Seredmistia) 지역은 오늘날까지도 잘 보전되어 있다.

리노크 광장의 분수 [사진=Wiki Media/Petar Milošević]
리노크 광장의 분수 [사진=Wiki Media/Petar Milošević]

세레드미스티아 중심부에는 우뚝 솟은 탑으로 유명한 리노크 광장(The Rynok Square)이 있다. 탑과 함께 광장의 각 모서리 부분에 위차한 분수 역시 이 곳의 랜드마크다. 18세기 말엽에 만들어진 이 분수에는 고대 신화 속 인물들이 조각되어 있다. 한편 광장 주위로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나폴레옹 시대까지 수세기 동안 다채로운 스타일로 발전해 온 유럽 건축 양식들이 한 자리에 모여있다. 

우스펜스카(Uspenska, 성모성천교회) 건물군에는 르네상스 시대 석조 건축물과 함께 지역 전통의 목조 예배당이 결합되어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외부 문화와 토속문화가 융합된 리비우 지역의 특성을 시각적으로 상징화는 건물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우스펜스카[사진=Wiki Media/Lestat]
우스펜스카[사진=Wiki Media/Lestat]

도시 내 아르메니아 교회 지구(Armenian Church complex)에는 흑해 넘어 카프카스 반도에서 건너온 아르메니아인들이 남긴 교회 건물들이 남아있다. 14세기 중엽에 지어진 교회 건물에는 16세기에 만들어진 종탑이 서 있다. 그 밖에도 로마시대에 순교한 성인을 기리는 성 크리스토퍼의 기둥(column of St Christopher, 1726)이 서 있으며,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아르메니아 베네딕트 수도원(Armenian Benedictine convent)과 대주교 궁전도 오늘날까지 보존되어 있다.

유럽의 다양한 건축 사조들이 결합된 건물들 역시 이 지역을 대표한다. 라틴 메트로폴리탄 대성당(Latin Metropolitan Cathedral)의 경우 유럽의 중세 기독교 건축을 대표하는 고딕양식에 독특하게 르네상스 이후 등장한 바로크적 요소가 가미돼 있다.

오른쪽에 위치한 청동 첨탑 건물이 라틴 메르토폴리탄 대성당
오른쪽에 위치한 청동 첨탑 건물이 라틴 메르토폴리탄 대성당

베르나르도 수도원 건물군의 경우 특이하게도 이탈리아 르네상스 양식과 독일 르네상스 요소가 결합되어 있다. 르네상스 양식은 중세 고딕 양식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지는데 고딕양식이 뾰족한 첨탑과 스테인드글라스 등 건축에 종교적 의미를 담았다면 르네상스 건축은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 건축을 바탕으로 좀더 실용적인 건축을 추구했다.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르네상스 양식은 이후 영국, 독일 등으로 전파되는데 독일의 경우 고딕적 전통이 오래 남아 있었던 탓에 르네상스 건축의 영향을 매우 제한적으로 받아들였다. 따라서 독일 르네상스는 고대의 신화적 모티프를 장식적으로 삽입하는 방식으로 표현된다.

한편 리비우에서 가장 장엄한 바로크 건물 중 하나인 도미니크 교회, 이탈리아 바로크 양식과 우크라이나적 공간적인 배치가 돋보이는 용의 전사 성 유리 교회 등도 이 지역의 중요한 문화유산들이다.

다양한 민족들이 어우러져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리비우 역사지구는 온 유럽을 불안에 떨게한 러시아에 의미있는 교훈을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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