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이주원 기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프랑스 대선에서 20년 만에 첫 연임에 성공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등에 의하면 프랑스에서 재선에 성공한 사례는 이번을 포함하여 1958년 프랑스 제 5공화국 체제 이후 단 네 차례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샤를 드골은 1958년 간선제로 제5공화국의 첫 대통령이 되었으며 1962년 개헌으로 직선제를 도입한 후 1965년 대선에서 재선하였다. 

다른 사례로는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1981~1995년 재임)과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1995년~2007년 재임)이 각각 연임한 경우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미테랑 전 대통령과 시라크 전 대통령은 모두 좌·우파가 권력을 분점하는, '코아비타시옹'(cohabitation)이라는 프랑스 특유의 정치제도로 인해 재선에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대통령과 총리를 여야가 나누어 구성한 동거정부를 통해 정치적 책임을 분산하고 극우세력 등의 부상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예컨대 2002년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시라크 전 대통령이 '원조 극우' 아이콘인 장 마리 르펜과 각각 1,2위를 차지하자, 프랑스 유권자는 좌우 상관없이 시라크 전 대통령에 몰표를 던져 연임을 확정 지었다. 그 이후로는 20년간 대통령 연임 사례가 나오지 않았는데, 주된 이유로는 프랑스 국민의 정치적 무관심 확산 추세가 꼽힌다.

그 이후로는 프랑스 국민의 정치적 무관심 확산으로 인해 20년간 대통령 연임 사례가 없었다. 실제, 2007년 프랑스 대선에는 기권비율이 16%에 불과하였으나, 이달 10일 2022년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는 26%에 달했다. 

극단주의와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에 치우치는 유권자들의 증가도 현 정치체제에 대한 프랑스 국민의 불만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2017년 대선 당시만 해도 극단주의자나 인기영합주의자들로 분류되는 후보들의 득표가 전체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으나 올해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는 전체 득표의 무려 58%를 이들이 가져갔다.

대통령에 막대한 권한이 집중된 프랑스의 정치체제가 구조적으로 유권자의 불신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원집정부제 국가로 분류되는 프랑스는 대통령이 군통수권과 총리 및 각료 임명권, 긴급조치권, 의회 해산권 등을 지녀 사실상 대통령제에 가까운 형태를 보인다.

이처럼 한 사람에게 막대한 권한과 큰 책임, 기대가 지워진 만큼 기대가 미충족됐을 때 국민의 실망감도 클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다만, 이코노미스트는 프랑스 국민의 지도자에 대한 불만은 일종의 '국민성'에 가까울 정도로 깊이 뿌리박힌 것으로 보인다면서 프랑스는 주기적으로 대규모 시위로 구체제를 뒤집으려 한다고 평했다.

이 매체는 이어 프랑스에는 심지어 구체제 청산을 의미하는 데가지즘'(Degagisme)'이란 용어까지 따로 있다며 마크롱 대통령처럼 이러한 경향을 무시하고 연임에 성공하는 것은 드문 사례라고 덧붙였다.
출처=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