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결혼, 내집마련 포기하는 탕핑족 급증

[월드투데이=경민경 기자] 최근 중국 청년들 사이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탕핑주의'가 유행하자 중국 당국이 당혹감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취업, 결혼, 내 집 마련 등을 포기하는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다. 삶의 단계별 목표로 여겨지는 이러한 요소를 포기한 청년들은 일명 '탕핑족'(躺平族)이라고 일컬어진다.
과거 산아제한을 두어 출산을 규제했던 중국은 고령화와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해 사실상 산아제한 정책을 폐지했다. 때문에 미래를 책임질 중국의 젊은이들의 경제활동 거부는 중국 정부 차원에서는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탕핑 = 평평하다 = 바닥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다
'탕핑'이란 중국어로 '평평하다'를 뜻하는 말로, 바닥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탕핑주의는 열심히 일해도 노력만큼 보상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 청년들이 연애, 취업,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등에 연연하지 않고 아르바이트로 최소한의 생활수준만을 유지하는 행태를 표현한 말이다.
한국의 삼포세대(연애·결혼·출산 포기), 오포세대(취업·연애·결혼·출산·내 집 마련)와 같은 맥락의 신조어다.
높은 물가와 취업난, 사회적 불평등, 빈부격차로 인해 박탈감과 무기력함을 느낀 청년들이 증가하면서 탕핑주의가 유행하고 있다.

탕핑족, "탕핑이 정의다"
한 탕핑족 청년은 자신의 SNS에 "탕핑이 바로 정의다"라는 글을 게재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20대인 그는 직장이 없어도 매달 200위안(약 3만5천원)으로 생활이 가능하다며 자신의 탕핑 생활을 공유했다.
그는 "열심히 일해봤자 회시스템과 자본가의 노예가 되어 매일 996 근무(오전9시부터 밤9시까지 주6일근무)를 하면서 착취만 당하고 결국 남는건 병밖에 없다”고 말하며 중국 네티즌들의 공감을 얻었다.
탕핑주의 유행에 중국 당국은 '경계' 중
젊은 층 사이에 탕핑주의가 유행하자, 중국 당국은 탕핑주의를 비판하며 확산을 경계하고 있다.
신화통신 등 중국의 관영 매체는 '탕핑은 부끄러운 일, 정의가 아니다'는 제목의 논평 등을 게재해 청년들이 탕핑주의를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의 경제 전망이 밝다고 강조하며 탕핑주의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웨이보는 '탕핑'을 해시태그 금지어로 지정하기도 했다.
반면, 일부 젊은이들은 탕핑은 게으름 때문이 아닌, 사회 구조적인 문제라며 이들의 주장에 반박하고 있다. 돈을 열심히 벌어도 상승하는 물가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점이 박탈감과 무기력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의 집값과 소득의 비율은 41.7이다. 이는 41년간 먹지 않고 일해야 베이징에서 내 집 마련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전의 경우 이 지수가 43.5에 달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집을 사기 힘든 지역으로 알려졌다.
탕핑족, 경계만 해서는 안돼
젊은 세대들의 경제활동 포기는 사회적으로 큰 손해다. 이 때문에 기성세대들은 탕핑을 견제하고 있지만, 탕핑을 단순히 금지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탕핑은 젊은 세대들이 겪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현실에 좌절하고 포기하게 된 젊은 세대를 나무라기만 한다면 당장은 탕핑이 줄어들지는 몰라도 언젠간 또 다른 방식의 탕핑이 등장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경제에 타격을 입지 않으려면 이들에게 무기력을 안겨준 현실적인 배경을 파악하고 바로잡는 것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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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핑주의' 뭐길래...中 '탕핑족' 급증에 당국 골머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