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치테이프, 흑연을 이용한 그래핀 분리 성공...가장 저렴한 노벨상
전기 전도성, 강도, 열 전도성에서 우수한 성질...무궁무진한 꿈의 물질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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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투데이 권성준 기자] 그래핀은 2차원 평면 위에 탄소 원자가 육각형 벌집 구조로 배열된 물질을 의미한다. 그래핀 특유의 독특한 물성 덕분에 차세대 꿈의 물질로 각광받고 있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로만 이루어진 '탄소 동소체' 중 하나다. 탄소는 최외각 전자가 4개가 있어서 결합하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구조를 가질 수 있다. 같은 원자로 이루어지더라도 형성하는 구조에 따라서 성질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동소체로 분류해서 구분한다.

탄소 동소체의 대표적인 예시는 흑연과 다이아몬드가 있다. 둘 다 탄소로만 이루어지지만 흑연은 쉽게 바스러지는 한편 다이아몬드는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이다. 다이아몬드는 하나의 탄소 주위에 4개의 탄소가 공유결합이라는 강한 결합을 하기 때문에 단단한 경도를 가진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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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해 흑연은 그래핀이 층층이 쌓인 구조로 탄소가 주변 3개의 원자와 결합하고 남은 1개의 전자는 다른 그래핀 층의 남은 전자와 결합한다. 이때 층과 층의 결합력은 공유결합에 비하면 한참 약하기 때문에 흑연에 압력을 가하면 층과 층의 분리가 쉽게 일어난다.

생각보다 그래핀은 쉽게 얻을 수 있다. 종이 필기는 종이에 샤프나 연필로 글씨를 쓰면 종이 표면에 그래핀 뭉치가 묻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그래핀은 일상생활에도 흔히 있지만 문제점은 정확히 1장을 벗겨내는 것이 어려웠다.

실제로 그래핀 구조는 1916년 피터 드바이에 의해서 알려졌고 20세기 중반에는 그래핀의 성질에 대한 이론적인 예상들이 쏟아졌다. 이론을 확인하기 위해선 한 장의 그래핀이 필요했지만 물리학자들은 원자 1개 두께 정도의 얇은 막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사진=안드레 가임,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노벨 재단]
[사진=안드레 가임,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노벨 재단]

한 겹만 벗겨내기 위해서 갖은 방법이 시도됐지만 대부분 2, 3겹 이상이거나 어쩌다 만들어진 1겹은 아주 작아서 유의미한 실험을 진행할 수 없었다. 모두가 불가능이라고 믿고 있던 와중에 2004년 안드레 가임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1겹의 그래핀을 분리하는데 성공했다.

둘의 방법은 가장 저렴한 노벨상이라고 알려지기도 했는데 흑연 덩어리에 스카치테이프를 반복해서 붙였다 떼는 방식으로 그래핀을 분리했다. 심지어 분리해낸 그래핀을 원하는 모양으로 가공해 그래핀의 물성을 확인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현재까지도 이 방법은 가장 높은 품질의 순수한 그래핀을 얻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핀이 각광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그래핀의 전기 전도성 때문이다. 그래핀은 1겹의 원자층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전자는 2차원 평면에 갇힌 상태로 움직이는데 이로 인해서 일반적인 물질에서 나타나지 않는 독특한 특성이 나타난다.

[사진=그래핀의 띠 구조, 노벨 재단]
[사진=그래핀의 띠 구조, 노벨 재단]

가임과 노보셀로프 연구팀은 그래핀이 가지고 있는 띠 구조가 일반적인 물질과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다. 띠 구조는 전자의 전기 전도성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전자가 가득 차서 못 움직이는 원자가 띠에서 빈 공간인 전도 띠로 전자가 전이할 경우 전자가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전류가 흐른다는 이론이다.

그래핀의 띠 구조는 일반적으로 절연체나 반도체와 같은 구조를 하고 있지만 특정 지점에서 원자가 띠와 전도 띠가 만난다. 이 지점을 통해서 전자가 전도 띠로 올라가 전류가 흐를 수 있는 금속이 된다. 이런 특성 때문에 그래핀은 절연체와 금속의 중간 성질을 가지는 준금속으로 분류된다.

이론적으로 해당 지점의 에너지 분포는 상대성 이론을 양자화시킨 디랙 방정식을 따른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핀의 전자는 질량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거의 광속에 가깝게 움직인다는 뜻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그래핀은 구리의 100배에 달하는 전기 전도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핀을 분리해낸 성과와 이런 독특한 물성을 밝혀낸 공로로 가임과 노보셀로프는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사진=노벨 재단]
[사진=노벨 재단]

또 다른 각광 받는 성질은 그래핀의 강도이다. 탄소가 서로 강력한 공유 결합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래핀의 강도는 강철의 200배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핀 1겹은 총알을 막을 수 있을 정도이며 인류가 만든 물질 중에서 가장 강한 강도를 가지고 있다.

튼튼한데 원자 1개 두께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잘 휘어지고 투명한 성질도 가지고 있다. 이런 성질 덕분에 현재 그래핀은 디스플레이와 터치스크린과 같은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미래에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열전도성이 다이아몬드의 2배, 구리의 12배 정도로 아주 높은 수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방열판이나 쿨 패드에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밴드 구조의 특이성 때문에 전기 전도성을 활용한 반도체 소자로의 활용은 불가능한 단점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소자 분야 대신 배터리에 활용하는 방법이 모색되고 있다. 또 여전히 넓은 면적의 그래핀 한 장을 대량 생산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그래핀의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평가받고 있으며 최근에도 여러 실험을 통해 알려지지 않은 특이한 물성이 나타나는 꿈의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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