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금태섭 예비후보(오른쪽)과 국민의당 안철수 예비후보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금태섭 예비후보(오른쪽)과 국민의당 안철수 예비후보

[월드투데이=박철원 기자] 안철수발(發) 동성애 혐오 발언 논란이 문재인 대통령으로 옮겨가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과거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언급한 것이 다시금 거론된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는 지난 18일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한 TV토론회에서 ‘퀴어 퍼레이드(성소수자 축제)에 참여할 의향이 있느냐’는 무소속 금태섭 후보의 질문에 “미국 샌프란시크오의 경우 시내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남부 지역에서 (축제가)열린다. 그런 것들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했다.

안 후보는 이어 지난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저 역시 소수자 차별에 누구보다 반대하고, 이들을 배제하거나 거부할 권리는 누구한테도 없다”면서도 “퀴어 축제 장소는 도심 밖으로 옮기는 것이 적절하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광화문 퀴어 퍼레이드를 보면 신체 노출이나 성적 표현 수위가 높은 경우가 있었다”며 “성적 수위가 높은 축제가 도심에서 열리면 아동이나 청소년이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걸 걱정하는 시민들 의견도 있다. 그래서 미국 사례를 들어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의 이러한 입장에, 정의당은 논평을 통해 “성소수자를 동등한 시민으로 보지 않는 안철수 후보의 인권감수성이 개탄스럽다”면서 “성소수자 시민에 대한 혐오와 분열을 조장하고, 서울시민들의 기본적 권리를 마치 선택인 것처럼 발언한 것에 대해 각성하고 상처입은 성소수자들에게 사과하라”고 질타했다.

금태섭 후보도 KBS 라디오에 출연해 “성 소수자들이 1년에 한 번 축제하는 것을 보통 사람 눈에 띄는 곳에서 하지 말라고 하면서, 안 볼 권리를 이야기하는 것은 혐오·차별과 다른 말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우리나라에서도 장애가 있는 분들이 TV토론에 출연하지 못할 때가 있었는데, 보기에 불쾌하다는 것”이라 비판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조직위)도 지난 23일 입장문을 내고 “동성애를 반대할 권리, 동성애 축제를 안 볼 권리 등을 말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며 혐오 재생산일 뿐”이라며 안 후보를 겨냥했다.

조직위는 나아가 “국민의당 안철수를 비롯 국민의힘 오세훈‧나경원‧조은희‧오신환 그리고 부산시장에 출마의 뜻을 밝힌 이언주까지 모두 축제를 보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민주당이 성소수자 혐오 세력의 눈치를 보면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미루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박영선‧우상호의 침묵이 의미하는 바도 딱히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싸잡아 비판했다.

조직위는 “안 볼 권리가 대체 무엇인가. 마치 보기 싫은 것을 보도록 강제하는 곳이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표현이지만 실제 그 누구도 개인의 시선을 강제로 고정하지 않음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며 “보기 싫다면 보지 않으면 되고, 참여하기 싫다면 참여하지 않으면 된다. 침해되지도 강제되지도 않은 것에 대하여 지켜져야 할 권리를 운운하는 것은 퀴어문화축제 개최 장소 주변에서 서성이며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일삼는 것과 동일할 뿐 그 어떤 함의도 갖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성애자‧이성애자와 무관하게 사회 속의 한 개인은 같은 인간이고 시민이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여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혐오와 편견에 단호히 맞서며 축제를 이어갈 것이며 혐오 세력 및 혐오의 재생산에 기여하는 세력에도 결코 지지 않고 축제를 이어갈 것”이라 덧붙였다.


文 대통령에 화살 돌린 安


이처럼 안철수발 동성애 혐오 발언 논란이 일자, 안철수 후보는 화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로 돌렸다.

안 후보는 2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오히려 성소수자 혐오 발언의 대표적인 게 문재인 대통령께서 (민주당 대선)후보시절에 했던 말”이라며 “그 때 (문 대통령)본인이 ‘동성애 좋아하지 않는다. 싫어한다.’ 지금까지 들었던 정치인의 혐오 발언 중 가장 심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그렇게까지 직접적으로 표한한 적이 있느냐. 동성애와 동성혼에 대해 갈라서 이야기했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는 사회자의 물음에, 안 후보는 “동성애에 대해서 말씀 하셨다”면서 “‘저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그랬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저는 오히려 대통령께서 먼저 아직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를 요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2017년 4월 25일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군에서 동성애가 굉장히 심하다. 군 동성애는 이 국방전력을 약화 시키는데 어떻느냐”고 물었고, 문 후보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홍 후보가 “그래서 동성애 반대하느냐”고 묻자, 문 후보는 “반대한다”고 답했다.

홍 후보가 재차 “동성애 반대하느냐”고 물었고, 문 후보는 “그럼요”라고 했다.

홍 후보가 “박원순 서울시장은 동성애 파티도 서울 그 앞에서 하고 있는데 서울시청 앞에서”라고 하자, 문 후보는 “서울광장을 사용할 권리에서 차별을 두지 않는 것이다. 차별을 금지하는 것하고 그 것을 인정하는 것하고 같은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홍 후보는 “아니 차별 금지법이라고 국회 제출한 게 이게 동성애 사실상 허용법인데, 문 후보 진영에서 민주당에서 제출한 차별 금지법인가 그게 하나 있는 게”라고 말하자, 문 후보는 “차별 금지하고 합법하고 구분 못하느냐”고 따졌다.

홍 후보는 “아니 합법화가 아니고 분명히 동성애는 반대하는 것인가”라고 거듭 물었고, 문 후보는 “저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홍 후보가 이어 “아니 좋아하는 게 아니라 반대하느냐 찬성하느냐 물어보는 것”이라고 하자, 문 후보는 “합법화 찬성하지 않는다”며 동성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동성애는 찬성과 반대의 문제가 아니다. 저는 이성애자이지만 성수소자의 성 정체성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보는데, 노무현 정부부터 추진한 차별금지법을 후퇴시킨 문 후보에게 유감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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